[기획] 美 자동차 시장 10년 주기 변화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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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美 자동차 시장 10년 주기 변화의 역사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1.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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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보유비용 우선하는 소비트렌드 대응해야 생존 할 것

미국의 자동차 소비문화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작된 미국의 경제상황이 최근 신용등급 강등 우려까지 제기되며 장기간 부진에 빠져있고 환경규제까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 소비자들은 구매가격에서 자동차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연료비와 세금을 포함한 총 보유비용(TCO)을 우선 고려하는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 성향을 보이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매 10년 주기로 크고 작은 변화를 보여 온 미 자동차 시장의 특성과 실태, 주요 완성차 업체의 대응전략 그리고 시사점은 무엇인지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CEO 리포트 ‘미국 자동차 시장의 특성 변화와 대응(이준호 연구위원)’을 통해 정리해봤다.

1960년대의 황금기, 성능을 높여라=1960년대는 2차 세계대전이 종료되고 경제호황을 누리던 미국 경제 덕에 자동차 산업이 황금기를 맞는다.

고 성장을 발판으로 임금을 높여 중산층이 증가하면서 자동차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젊은 베이비붐을 중심으로 화려한 색상과 빅 사이즈의 스포츠카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자동차를 자신의 취향에 맞도록 튜닝을 하거나 아마추어를 중심으로 한 모터스포츠도 태동했고 완성차 업체들은 이에 맞춰 속도와 출력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포드의 퍼스널 카 머스탱, GM이 대응모델로 출시한 카마로 등 아직까지도 미국 젊은이들이 드림카로 선호하는 고출력, 고성능 포니카(스포츠 쿠페)들도 이 시기에 선을 보였다.

1964년 출시된 포드 머스탱은 2년간 100만대가 판매됐고 카마로는 GM의 가장 대중적인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당시 출시되는 신 모델의 90%가 8기통 엔진을 장착할 정도로 성능에 집착했던 시기다.

오일쇼크 ‘연비’ 관심 높아진 1970년대=중동전쟁이 발발한 1973년 1차 오일쇼크와 이란혁명과 석유수출국의 가격인상에 따른 2차 오일 쇼크로 완성차 업체와 소비자들이 ‘연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두 차례의 오일 쇼크로 미국 가솔린 소매가격이 급등한데다 1970년 닉슨 정부가 공해와의 전쟁을 선포, 1975년 도입된 대기청정법의 시행으로 기업평균연비기준(CAFE)이 마련됐다.

대기청정법은 자동차의 연식에 따라 탄화수소와 일산화탄소의 배출량을 규제하는 것이며 기업평균연비기준은 업체별 판매 모델의 평균 연비가 기준치에 미달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대표적인 환경규제법으로 오늘날까지 적용되고 있다.

성능과 크기에 집착했던 자동차 소비문화에 연비도 구매 고려사항에 포함되기 시작했고 이 틈새를 노린 일본 완성차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대거 진출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혼다는 대기청정법을 최초로 통과한 CVCC 엔진을 탑재한 시빅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소형차 라인업이 강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활동적 소비문화 확산, 다목적 모델 증가한 1980년대=두 차례의 오일쇼크가 진정되고 미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이 지속되면서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베이비 부머가 가족을 형성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활동적인 소비문화가 확산되면서 SUV, 미니밴 등 여러 용도로 사용이 가능한 다목적 모델들이 큰 인기를 끌게 된다.
젊은층은 스포티한 SUV를 선호했고 미니밴은 패밀리카로 개념이 정립되면서 가족 단위의 수요가 폭증하며 크게 성장했다.

1970년대 유가 불안의 틈새를 노려 소형차를 투입해 미국 시장에 안착한 일본 업체들이 그 동안 쌓아온 품질 이미지를 내 세워 중소형차 시장까지 공략하며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미국 업체들은 이에 대응해 기존의 소형 상용 플랫폼을 변형시켜 닷지 캐러반, 지프 체로키 등 SUV와 미니밴 등 경쟁력을 갖춘 모델들을 출시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내기도 했다.

금융위기 전까지 고급화와 대형화로 경쟁=미국 역사상 가장 안정적인 시장 경제를 이끌었던 1990년대 이후부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기 이전까지, 자동차 산업은 누가 더 고급스러운 즉 가치 중심의 경쟁구도로 지속됐다.

자기중심적 가치에 무게를 두면서 일정한 프리미엄를 지불하는 것을 아깝지 않게 생각하는 ‘트레이딩업’ 소비 트렌드로 이어졌고 이는 니어 럭셔리 시장의 형성과 함께 중산층이 고급차 시장에 가세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도요타가 미국 시장을 노려 개발한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를 투입해 정통적인 프리미엄 브랜드인 독일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다. 미국의 리어 럭셔리 시장을 노리고 개발된 도요타 렉서스와 닛산 인피니티, 혼다 아큐라 등은 유럽의 정통 프리미엄 브랜드와 미국의 대중 브랜드 중간 단계를 공략하는 전략으로 대 성공을 거뒀다.

미국 업체들도 이에 대응해 닷지 바이퍼 10기통 모델과 그랜드 체로키, 대형 픽업 등을 출시해 과거 50, 60년대의 향수를 자극하며 큰 성공을 거뒀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또 다시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지고 만다.

환경규제 강화, 연비 새 관심사로 등장한 2008년 이후=1970년 오일 쇼크를 틈타 일본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정착한 것과 유사하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한 국산차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미국 경제 상황과 강력한 환경 규제로 자동차의 가격은 물론, 유지비와 잔존가치까지 고려하는 총 보유비용을 감안하는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고 가격과 연비성능,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발전한 국산차의 품질이 이에 부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제 픽업이나 고급 대형차와 같이 덩치만 크고 연비효율성이 낮은 모델보다는 디젤차나 연비와 공간 활용성을 모두 갖춘 해치백 타입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이에 따라 중소형차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하이브리드 카와 디젤차 개발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 정부의 강력한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엔진의 실린더 수를 줄이고 터보차저를 적용해 출력을 높이는 엔진 다운사이징도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미국 시장의 실용적 소비 성향은 향후 10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연비는 물론 총보유비용을 낮춘 적합한 모델 개발과 마케팅으로 전개하는 업체가 향후 경쟁구도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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