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노조의 건목수생(乾木水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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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의 건목수생(乾木水生)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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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가 일제히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다음 주 까지 이어지는 이번 여름휴가는 그러나 완성차 업체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이미 임․단협을 마무리한 현대차, GM대우차, 쌍용차와 노조가 없는 르노삼성차가 여유있는 마음 못지않게 주머니 사정도 비교적 넉넉하게 여름휴가를 맞이한 반면, 기아차는 휴가 후에 더 마음을 졸이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휴가 일정이 끝나는 대로 ‘20년 연속 파업’이라는 대 기록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양재동에 있는 기아차 본사는 지난 달 29일부터 금속노조 지부의 천막농성이 시작됐고 이보다 앞서 시작된 동희오토 해고자들의 농성으로 매일 같은 아수라장이 연출되고 있다.

기아차 노조와 동희오토의 쟁점은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와 하청업체의 해고자를 책임지라는 것이다.

법으로 금지된 노조 전임자 급여지원 조항을 임단협에서 논의할 수 없고 협력업체의 해고근로자를 원청업체에게 전가하는 것에 대한 기아차의 대응은 단호하다.

기아차 관계자는 “회사의 입장이 예전과 다르다”면서 “손해를 염려해 어물쩍 넘어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밝혀 파업은 불가피해보이고 동희오토의 사태도 장기화되지 않을까 염려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기아차 내부, 조합원이기도 한 동료 직원들의 시선도 곱지가 않다.

판매지부 소속의 한 조합원은 “현대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노조의 일방적인 요구와 지루할 정도로 이어진 파업, 귀족 노조라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요즘처럼 제품에 대한 우호적 평가로 판매가 증가할수록 자세를 낮춰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줘야 하지만 상황은 정 반대로 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모처럼 불기 시작한 기아차 바람이 노조의 무리한 요구로 다시 예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내놔도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가 소비자들과 반대의 정서로 나간다면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기아차는 벌써부터 K5, 스포티지R 등 일부 인기 차종의 출고가 지연되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계약을 철회하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억지로 생떼를 쓰듯 마른 나무에서 물을 달라는 노조의 건목수생(乾木水生)이 일생일대의 호기를 잡은 기아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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