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번호판 개선 발상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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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번호판 개선 발상을 바꿔야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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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방송을 포함, 국민들 사이에 새로운 자동차 번호판의 도입과 관련한 의견이 분분하다.
자동차 번호판은 일종의 자동차 신분증과 같은 것으로, 차량의 등록·관리측면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사고, 차량분실 및 도난, 기타 차량을 이용한 범죄 등과 관련지어서도 해당차량을 찾아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자동차번호판의 개선에는 물론 미적 측면도 고려해야 하지만 사람들이 한눈에 읽을 수 있고, 보다 쉽게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개선 논의에서는 특히 기억의 용이성 측면에서는 고려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개선번호판의 내용을 보면 기존의 지역번호판 체제에서 전국 번호판 체제로 가기 위해 지역명칭을 빼고 예컨대 ‘01라 5432’와 같이 숫자와 한글을 조합한 형태로 돼있다. 물론 글자수를 7개 정도로 줄인 것은 인간의 무의미 글자에 대한 단기 기억 용량이 7± 2 정도라는 인지심리학 등의 연구 결과를 고려한 것이며, 기존의 번호판보다는 기억하기 쉽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지나치는 자동차의 번호를 기억할 필요가 있는 대다수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이런 번호판을 읽고,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발상만 바꾼다면 기억의 용이성 문제도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문화도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번호판에 한글 의미글자를 4자 이내로 사용하고, 일련번호 숫자를 4자 또는 5자 이내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글 4글자는 외국과 같이 차 소유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하되, 기본적으로는 자기 이름을 쓰도록 하고, 약간의 비용을 지불한다면 ‘곰돌이’, ‘진달래’ 등 의미를 갖는 별칭을 쓸 수 있도록 허용할 수도 있다.
그 다음으로 숫자는 데이터베이스에서 한글 동일명칭에 대해 구분하기 위해서 임의 배정을 하는데, 숫자 4자리의 경우 동일 명칭에 대해 9999 건을 등록할 수 있다. 이때 4자 이하로 된 한글 유의미단어나 어구를 20만이라고 가정하면 그 각각에 9999건을 등록할 수 있으므로, 19억대 이상의 차량등록이 가능하다. 차가 아무리 많아져도 별도의 걱정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자동차 등록 번호는 개인의 경우에는 ‘이원영 3267’, ‘진달래 4835’, 기관이나 기업의 경우에는 ‘고양경찰 1234’, ‘대한상운 3478’과 같은 형태가 된다.
‘이원영’이나 ‘진달래’ 같은 의미를 갖는 글자는 쉽게 기억되므로, 단기기억에 부하를 주는 것은 나머지 무의미숫자 4자리 정도에 불과하게 된다. 그뿐 아니라 자기 스스로 선택해서 차의 번호판에 자기의 이름이나 별칭을 사용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차에게 자신의 인격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차의 예의바른 운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누가 자기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해보자. 행동이 조심스러워지지 않겠는가. 이러한 한글명칭 번호판 사용의 효과는 자동차가 갖는 익명성이 일상화된 위반과 난폭운전 등을 부추긴 정도만큼은 될 것이다.
건교부 관계자는 이번의 자동차 번호판 개선이 단순히 행정적인 개선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우리의 자동차 문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계기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원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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