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캠페인=운전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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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캠페인=운전복장
  • 박종욱 Pjw2cj@gyotongn.com
  • 승인 2005.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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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된 복장은 안전을 위한 약속


안전에 관한 운전자의 의식 배어있어
나태한 옷차림은 정신자세에도 영향
장거리 운행시는 반드시 여벌 준비를


건전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아무리 좋은 소프트웨어(생각)를 갖고 있다 해도 건강이라고 하는 하드웨어가 부실하다고 하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경찰이나 군인과 같이 일정한 제복을 갖춘 직업의 특성을 헤아려 보면 특히 철저한 정신력과 직업의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운전이라고 하는 직업, 특히 현장에서의 운송행위를 생각할 때 업무의집중도와 주의력 등은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이것이 가능하게 하는 기본으로 운전에 임하는 운전자의 자세라 할 수 있다.
이 운전자의 기본 자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로 이번 호에서는 운전자의 복장에 관해 알아보기로 한다.


대한민국의 남성들이면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군문을 마치고 일정 기간 부여되는 나머지 병역의무로 예비군 훈련이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예비군 훈련에 임하면 누구랄 것도 없이 나태하거나 해이해지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훈련에 참여하는 이들이 모두 똑같은 복장을 갖춤으로써 '무리 속에 있는 자신'의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함부로 행위하거나 말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멀쩡한 사람도 예비군복만 입으면 사람이 달라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람에게 있어 복장은 이처럼 그 사람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는 운전을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근한 예로 친절·봉사를 최고의 서비스로 삼는 택시운전의 경우 여객과(탑승자)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택시업계는 나름대로 표준화된 서비스 자세와 복장을 갖추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승객에 대한 기본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도 바로 그와같은 이유다.
화물운송사업의 현장을 누비는 화물자동차운전자의 경우 이같은 복장의 중요성이 자주 간과된다. 여객과는 달리 화물은 적재 이후 서비스에 대한 불평이나 불만을 늘어놓는 일이 없고, 불친절로 인한 사회 문제 같은 일도 없기 때문에 승객에 대한 서비스라는 개념이 없다. 따라서 복장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보편화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력이 풍부하고 안전운전이 습관화돼 있는 모범적인 화물자동차 운전자들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다른 의견을 말한다.
무사고 17년째인 화물운전자 김기석씨(56)는 "운전자의 복장은 당사자의 심리적 상태를 나타내는 표시라고 할 수 있다. 화물차 운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이 안전문제라고 할 때 복장이 불량한 화물차 운전자는 안전 문제에 관한 한 불안한 상태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운전 경력 19년째인 또 다른 화물차 운전자 유동윤씨(49)는 "복장 상태가 안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겪고 보니 이해가 되더라"면서 경험담을 들려주었다.
그는 성격이 쾌활하고 담백해 복잡한 무언가를 싫어한다고 했다. 그런 그가 2박 3일로 수원을 출발해 광양으로, 광양에서 울산으로 갔다가 다시 수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운행에 나선 것은 3년전 초겨울.
아침 저녁으로 제법 추워진 날씨였지만 낮시간은 여전히 15 전후까지 올라가는 기온 때문에 그가 길을 나서면서 입고 있던 옷은 면바지에 Y셔츠 한 장과 작업용 조끼가 전부였다.
저녁 무렵 수원을 떠나 국도로 대전방면으로 내려가던 중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기온이 0 가까이로 떨어졌다. 건장한 체구의 유씨였지만 갑작스런 추위가 부담이 돼 차내 히터를 켜고 달리기를 두어시간, 유씨는 배가 고파졌고 이윽고 휴게소에 들러 식사를 했다.
문제는 그 이후 벌어졌다. 내리던 비가 싸락눈으로 변할 정도로 날씨가 험악해질 무렵 휴게소를 출발한 유씨는 상의가 비로 인해 젖었다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혼돈에 빠지고 만다.
젖은 상의가 차갑게 느껴지면서 옷 단추를 풀고 어깨 너머로 수건을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던 유씨는 마침 사물함에 여분의 조끼가 하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 다음 휴게소에서 조끼를 갈아 입는다.
그렇게 다시 길을 나선 유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그로부터 불과 한 시간 가량이 경과할 무렵. 여분의 조끼는 제법 오랜 시간 접어서 보관된 터라 왠지 옷매무새가 불편했고 그것이 유씨를 다시 자극하기 시작했다.
유씨는 견디다 못해 앞쪽 지퍼를 내리기로 마음을 먹고 한손으로 운전석을 잡은 채 다른 손으로 지퍼를 내리려는 순간 지프가 안쪽의 Y 셔츠를 찝은 상태로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짜증스럽게 지프에 힘을 가하던 유씨가 힐끗 지퍼쪽을 쳐다보면서 지프가 물고 있는 Y셔츠를 뜯어내려 하는 순간 갑자기 몸이 조수석 쪽으로 급히 쏠리며 '쾅'하는 소리와 함께 유씨는 정신을 잃고 만 것이었다.
유씨가 조끼의 지퍼에 신경을 쓰며 달리는 순간 차체가 도로 오른쪽을 이탈, 논두렁에 처박히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었다.
이 사고로 유씨는 6주의 진단을 요하는 부상과 함께 적재물 피해액 750만원어치를 배상해야 했던 것이다.
이후 유씨는 교통안전에 있어 복장을 잘 갖추는 일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며 자신의 무관심을 후회했다.
승객도 없고 대화 상대도 없는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경우 복장에 무신경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물차 운전자의 무절제한 차림새는 자주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여름 더위를 핑계로 민소매 셔츠와 반바지, 슬리퍼 차림으로 운전석에 앉아 노출을 즐기는 운전자, 한겨울 추위를 이긴다며 겹겹이 껴입고 불편한 동작으로 장시간 핸들을 잡고 있는 운전자, 난잡하게 옷가지를 벌여놓은 차안에 운전도중 뭔가를 자꾸 찾는 운전자 모두 사고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너무 편안하거나 쾌적한 상태에서 오랜 시간 운전을 계속하는 것은 졸음을 자청하는 것과 다름이 없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경직된 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피로를 부르는 것에 진배없다.
간편하면서도 깔끔한 복장, 언제 어디서건 유사한 수준의 외관을 갖추고 이를 통해 정신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는 운전자세야 말로 안전을 실천하는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장시간 운전에 장거리를 수시로 운행해야 하는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경우 출발 때 스스로 정리된 모습을 갖춰 고된 작업에 대한 정신자세를 확인해야 하며, 이와 함께 겉옷은 물론이고 양말·속옷 등도 여분을 챙겨 차내 사물함에 보관, 청결한 복장에 언제나 정돈이 잘돼 있다고 느껴지면 그것 자체가 안전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를 마친 것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운전자에게는 안전을 위한 자신만의 철학이나 습관, 실천의식이 있다. 그 중 하나로 운전자 스스로가 자신의 복장을 제대로 갖춤으로써 안전운전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확립하는 것은 직업운전자로써 마땅히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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