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관광문화 운동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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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광문화 운동의 필요성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7.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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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미나 때문에 국립박물관에 다녀왔다. 그때 박물관을 찾은 학생들을 보면서 깜짝 놀랐다. 고등학교 학생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계단을 위험하게 뛰어다니고 소리치고, 웃고, 먹고, 흘리며 난장판이 따로 없는 것이었다. 또한 이들을 제지할 선생님은 어디에 계신지 찾아 볼 수가 없고, 이런 상황은 근처의 유치원생들이나 초등학생 단체 관람도 예외가 아니었다.
한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우리 국립박물관에서의 이런 모습은 일찍이 영국이나 프랑스, 미국 심지어 서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서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그 후로 조선 600년을 상징하는 경복궁에 갔을 때도 이런 모습들을 또 보게 되었다. 요즘 같아서는 모르긴 해도 현충사나 독립기념관 같은 장소에서도 이런 행태는 크게 다르지 않을 성싶다.
이런 일을 보면서 드는 걱정은 소위 학교들의 교외 수업이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이런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질까 하는 거다. 흔히 5000년 역사라고 자랑하면서 정작 그 나라 국민들 특히 학생들이 그 나라의 문화를 상징하는 곳에서 동네 유원지에 놀러온 듯 행동할 때 그 학생들의 교육적 영향은 어떠할 것이며, 이를 보는 외국인에겐 무슨 인상을 줄 것인가.
몇 달 전엔 더 한심한 일이 보도된 적도 있다. 중국에 수학여행을 간 고등학생들이 현지에서 성매수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하도 충격적이어서 이 프로그램을 보고 또 보았다. 선생님들은 지켜야 할 곳에 있지도 않고 술을 마시러 가거나 심지어 성매수의 영업장까지 가는 것이었다. 이게 선생이고 이게 대한민국의 교육 내용인가?
더구나 이날 이러한 행동들의 책임 일부를 여행사에 떠넘기려는 방송과 학교의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고 개탄스럽기까지 했다.
문제는 이런 모습이 일부 학교나 학생들에서 그치지 않는 다는 것이다. 해외골프여행에서 70∼80%가 성매매를 한다는 일부의 증언이나 보양혐오식품 때문에 터지는 외국에서의 추문, 술에 취해 고성방가 끝에 결국 유럽 일부 호텔에서의 한국인 관광객 숙박거부 사태, 싹쓸이 쇼핑, 식당 내 소주나 갖고 간 음식먹기 등 해외관광지에서의 추태 등 말로 다하지 못할 상황이 오랫동안 계속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것뿐이랴 국내에선 관광버스 내 춤추기 등도 완전히 없어지진 않은 것 같고 요즘엔 소위 ‘묻지마 관광’이란 추악한 관광행태마저 성행한다고 한다.
10여 년 전 지금은 국회위원이 된 분이 진행하던 모 방송국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문화에 대해 인터뷰 하던 중 해외여행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이라고 관광객들을 옹호하다가 사회자로부터 너무 문제를 쉽게 보는 게 아니냐는 힐난을 받은 일이 있다.
그로부터 10년 후 한국인들의 해외관광이 좀더 건전해지고 세련되어졌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아직도 비행기에서 냄새나는 신발을 벗고, 좁디좁은 기내에서 식사 때건 이착륙할 때건 뒷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뒤로 재껴 놓은 사람들, 승무원을 부를 때 몸을 건드려서 깜짝 놀라게 하는 사람들, 비행기가 채 서지도 않았는데 짐 꺼내고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의 줄을 어제도 보았는데 무슨 대답을 하랴. 그저 외국공항에서 관광객들의 화투치기 정도가 없어졌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
한해에 1,300만명이나 해외로 나가는 요즘, 엄청난 외화낭비가 되지 않고 이러한 비용이 장기적인 국가자산, 민족자산으로 삼으려면 이젠 변해야 한다. “Ugly Korea"이란 딱지를 떼고 세계의 문화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해외에서 쓰는 돈이 아깝지 않게 투자가 되고 국민 삶의 향상이 되고, 자산이 되는 것이다.
1992년 관광사회학자인 크리펜도르프(Krippendorf)가 악성관광객(the much maligned tourist)으로 지적한 9가지의 관광객을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이와 관련 외국의 경우엔 최근 여러나라에서 책임관광(responsible tourism)에 관한 연구나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관광 중에 들어가는 비용 일부를 현지 사회의 빈곤층이나 문화유적에 기부하고, 조심스럽고 사려 깊은 관광객이 되고자 하는 내용이다. 하물며 아직까지 우리 관광객이 침략자로 비춰져서야 되겠는가.
관광에서의 새로운 시민운동이 필요한 때이다. 덧붙이자면 우리항공사들 비행기 좌석 등받이 방식을 KTX처럼 뒷사람에게 피해주지 않는 방법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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