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대, 철도를 다시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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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 시대, 철도를 다시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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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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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권오경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얼마 전 필자의 대학원 지도교수이신 임강원 교수님의 정년퇴임 기념강연회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교통 분야 연구에 일생을 보내신 교수님께서 어떤 말씀을 후학들에게 남겨줄까 하는 매우 궁금했다. 교수님께서는 우리나라 철도정책에 대한 조언의 말씀으로 퇴임사를 대신하셨는데, 요약하면 우리나라가 ‘철도의 시대’를 건너뛰었기 때문에 교통체계에 있어 여러 문제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철도시대는 자력으로 열린 것이 아니다. 1899년 9월 최초의 경인철도는 일본자본에 의해 건설됐고 이 모두가 일본전문가들에 의해 이뤄졌다. 해방 후 철도는 미군정에 귀속되었다가 1948년 정부 수립 후 국유철도로 편입되게 된다.
약 50년 동안 우리 철도는 타인에 의해 계획, 건설, 운영된 것이다. 더욱이 본격적인 경제성장과 함께 ‘도로의 시대’가 열리면서 철도는 보조적인 교통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2004년 4월 경부고속철도의 개통과 함께 ‘고속철도 시대’가 열리면서 철도가 다시 중요한 교통수단으로 부각되고 있으나, 전통적인 의미의 철도에 대해서는 ‘잃어버린 50년’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철도는 그 계획과 운영이 가장 어려운 교통수단이다. 이는 다른 교통수단과는 달리 열차가 고정된 철로 위에서만 운행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이유로 교통계획의 많은 이론들이 철도분야에서 탄생됐으며, 일찍부터 철도산업이 발달한 유럽, 미국, 러시아, 중국에서는 수많은 철도전문가가 활약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을 여행해 보면 철도가 매우 편리한 교통수단이라는 점을 금방 깨닫게 된다. 구석구석까지 철도가 연결돼 있고 철도와 연계한 다양한 관광 상품도 개발돼 있어 철도가 이제는 단순한 교통상품이 아닌 관광·문화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최근 고유가 시대를 맞이해 에너지 효율적인 교통·물류체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도로중심의 교통·물류체계가 공해와 같은 환경측면에서는 많은 문제가 있다는 점이 인식되면서 세계 여러 나라가 철도를 다시 주목하고 있다.
일본 경제주간지인 도요게이자이(東京經濟)는 지난 4월호에서 최근 주요국의 철도분야 투자현황을 특집으로 소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철도업계를 중심으로 한 철도르네상스계획의 일환으로 2000년 이후 100억 달러를 투자했고 앞으로도 120억달러를 투자해 대대적인 철도시설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도 지난 해 철도발전 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총 13조8000억 루블을 투자해 철도화물 수송량을 2007년 대비 2배까지 올릴 계획이며, EU도 2020년까지 역재 고속철도망을 현재의 3배 수준인 1만 5300km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도 2010년까지 十一五 기간 동안 철도 총연장을 10만km로 확장하고 50%를 전철화 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도 철도시설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2010년과 2017년 까지 각각 경부 및 호남고속철도를 전 구간을 완공할 계획이며, 일반철도의 철도개량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05년 철도청이 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로 전환돼 민영화의 기반을 마련하는 등 철도산업구조개혁이 이루어 진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한 일이다.
남북철도 연결사업과 관련하여 경의선과 동해선의 단절구간을 복원하는 사업이 추진돼 2007년 5월 양 구간에서 역사적인 시범운행이 실시됐고 현재는 개성공단까지 화물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남북철도의 연결은 대륙철도로의 연결을 통해 유럽을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운송로를 확보한다는 점에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의 물류허브전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전략사업이다. 현재 여러 이유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세계 각국은 에너지 절약형, 환경 친화형 교통수단으로 철도를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비용에 중심을 둔 효율적인 교통·물류체계뿐만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 지속가능한 교통·물류체계를 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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