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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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 계속돼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8.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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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고속노동조합 위원장: 김무활

우리는 매일 집을 나서는 순간 꽉 막힌 도로를 바라보며 다가올 고달픔을 직감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교통혼잡비용이 지난 2005년 기준으로 국내 총생산의 2.94%에 달하는 23조 7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정도 비용이면 경부고속도로를 매년 2.6개정도 건설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액수라고 한다.

이 가운데 7대 도시의 교통혼잡비용만 해도 14조 5643억원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건설위주의 교통정책에서 대중교통 중심의 국가 교통 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회적 공감대나 합의가 어느 정도 형성됐다고 본다.

경부고속도로 평일 버스 전용차로제는 이러한 배경하에 태어난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경부고속도로 수도권구간 평일 버스전용차로제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개략적인 내용은 버스전용차로제 시행 이후 버스 승객 증가율이 예상외로 많지 않으며, 특정 시간 외에는 전용차로 운영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항은 두 가지 중요한 내용을 외면하고 있다.

바로 지난 7월이 방학과 휴가로 인해 이용 승객이 줄어드는 시기라는 것과 7월1일부터 9월말까지는 전용차로제 시범운영과 위반 계도기간으로 단속을 하지 않아 전용차로를 달리는 차량 중 절반 가까이가 버스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국토해양부는 7월 방학ㆍ휴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6월 수준의 승객을 유지하고 있으며, 출퇴근 차량이 많은 판교IC-양재IC 구간의 교통량이 10% 정도 감소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과는 시범기간임에도 평일 버스전용차로의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버스전용차로제 도입으로 대중교통 여건이 개선됐다는 것은 버스를 운전하는 분들도 이견이 없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에서 이달 초에 고속버스, 시외버스 운전기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제도 시행 이후 20분〜30분 정도 운행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버스전용차로 전 구간을 운행하는 고속버스 운전기사들은 30분 이상 단축됐다는 의견이 44.0%에 달하고 20분〜30분 단축됐다는 의견도 35.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지금은 시범운영이 길어지면서 위반차량이 많아 도입 초기보다는 운영효과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버스전용차로의 도입 효과를 보여주는 실증적인 예라 할 것이다.

승객들의 만족도 또한 예외가 아니다. 승객의 85.6%가 ‘매우 만족’으로 나타났다. 당연한 것이지만 이러한 효과와 만족도는 전용차로제가 본격 시행돼 정착되면 더 증가할 것이다.

다음 달부터 정부가 현행 제도를 유지한 채,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버스 노선을 증편해 수송효율을 극대화한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불필요한 논란은 일거에 해소될 거라 믿는다.

물론 가변차로 확보, 진ㆍ출입로 확대 등 함께 개선해야 할 사항들도 있다. 조금 더 세심하게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아주 작은 부분때문에 현 제도의 본질과 의미를 깎아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

버스전용차로는 대중교통을 통해 수도권 교통혼잡을 해결하기 위한 대표적인 인프라다. 도로나 철도의 건설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버스전용차로는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송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출퇴근 시간대에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구간에 나가보면 혼자서 타고가는 ‘나홀로 승용차’가 넘친다. 아무리 도로를 확장해도 나홀로 승용차로를 받쳐줄 공간을 이 수도권에서 얼마나 더 확보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재난사고, 교통사고, 각종 응급환자 이송차량이 도로의 꽉막힌 정체 속에 있다면 어떻겠는가.

따라서 버스전용차로제의 의미는 수송효율이 높은 버스와 구급차, 환자이송차량 등에 전용차로를 주어 원활하게 통행하도록 하게 하돼 승용차 운행은 불편하도록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

이는 자가용 이용자를 대중교통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자가운전자를 대중교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의 속도와 편리성이 높아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버스전용차로와 같은 대중교통 인프라 정비와 이에 대한 효율적인 운영도 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경부고속도로 평일 버스전용차로제는 정부의 대중교통 정책 의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시험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의지다. 문제점이 있으면 보완하되 정책의 본질이나 의미가 흐려지는 제도변경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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