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와 자동차 통상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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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자동차 통상문제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8.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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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의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가 최대 통상이슈로 부각되고 그 중심에 자동차분야가 올라있다. 오바마 당선자는 선거유세기간 중 한국과 미국 간의 자동차무역이 불공평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미 FTA는 결함있는 협정으로 개정되어야한다고 언급하였고, 이에 따라 미국의 새 정부가 한미 FTA의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자측이 주장하는 자동차분야의 불공정무역이란 한국차의 대미 판매는 수십만 대에 이르나 미국차의 한국 내 판매는 5,000대에 불과하며, 이는 미국차의 한국 내 시장접근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미국측의 이러한 교역불균형과 한국내 수입장벽론은 1990년대 초 통상문제를 본격 제기하면서부터 주장하였던 것으로, 오늘날 양국의 자동차 교역관계의 실상과는 거리가 먼 왜곡되고 부당한 언급이다.

2000년대 들어 수입차들은 국내시장의 계속된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년 20~30%의 폭발적인 판매증대를 구가하였다. 그런데 급증한 수입차의 대부분은 유럽과 일본차들로서 미국차의 점유율은 2001년 19.4%에서 2007년 11.7%로 하락하였다. 국내 수입차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유럽차와 일본차가 몰려들면서 미국자동차는 한국의 소비자들을 확보하려는 업체들 간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차의 실망스런 판매실적은 경쟁력 열세에서 비롯된 것이지 결코 외국차의 시장접근이 제한받기 때문이 아니다.

한편 작년에 수출된 한국차의 미국내 판매는 64만대로서 비교적 많다고 할 수는 있으나 시장규모가 한국의 15배나 되는 큰 시장에서 절대판매량이 많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측면에서 일본차는 36.8%나 되고, 유럽차는 5.8%임에 비해, 한국차는 5.5%로 가장 낮다. 미국 빅3의 가장 큰 경쟁자는 일본차이고 그 다음이 유럽차이지 한국차가 위협 수준이 되지는 못한다. 무역불균형 정도를 말한다면 미국시장에 연간 590만대나 판매하면서도 자국 내 미국차 판매는 1만3천대에 불과한 일본의 경우가 훨씬 심각하다고 하겠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그들이 어려워졌을 때 자체의 경쟁력 약화를 인정하기보다 외국의 불공정 무역을 거론하며 미국 정부의 지원과 외국에 대한 통상압력에 기대를 거는 경우가 많았다. 자동차산업의 중심지인 미시간주를 정치적 기반으로 둔 오바마 당선자가 이번에도 위기에 처해 있는 자동차업계의 요구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을 살리는 길은 추락한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이지 통상압력이나 보호무역으로 해결될 사항이 아니다. 후자의 경우 오히려 스스로의 노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미국차에 대하여는 8%의 자동차관세가 부과되지 않으므로 한국시장에서의 미국차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며, 미국시장에서는 한국차에 대한 2.5% 관세가 철폐됨에 따라 중소형차 위주인 한국차는 대형이 많은 미국차 보다는 주 경쟁 대상인 일본차를 견제하는데 유리해 진다.

오바마 당선자측은 양국 자동차교역 관계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며, 이해를 하였음에도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미 양국 정부가 합의한 한미 FTA의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이는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는 것임은 물론 장기적으로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필자는 합리성과 건전한 양식을 지닌 미국의 새 정부나 의회가 선거유세기간 동안의 공약에 집착하여 지동차분야를 문제 삼아 높은 수준의 포괄적인 한미 FTA를 재협상으로 이끌고 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교역의 실상을 정확히 알리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며, 미국의 정계, 언론계, 연구소 등 여론 주도층에 홍보와 로비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도 일본처럼 일회성의 통상활동이 아닌 평소에 꾸준하고 지속적인 홍보활동으로 한국을 보다 정확히 이해시키고 필요시 협력해 줄 수 있는 친구를 많이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도요타나 혼다 등 개별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이들을 대변하는 일본자동차공업회도 1970년대에 워싱턴사무소를 개설하고 변호사와 로비스트를 고용하여 일본자동차산업의 홍보와 미국경제에의 기여도 등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객원논설위원·전 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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