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과 교통의 협력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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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과 교통의 협력이 필요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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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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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칠 전 한국관광공사 지하에서 ‘기후변화와 녹색성장에 따른 관광정책방향 모색’이라는 주제의 세미나에 다녀온 일이 있다. 워낙 이 주제가 시대적 화두라 많은 사람들이 올 줄 알고 서둘러 가보았다. 그러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30∼40명 정도 청중 밖에 보이질 않아 150명 규모의 발표장은 그야말로 썰렁함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세미나의 내용까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발표자들이나 토론자들은 물론이고 청중들까지 세미나 내내 이 주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면서도 흥미롭게 참여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후에도 지금까지 관광계에서 이러한 세미나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실망스럽기도 하거니와 잘 이해도 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 알다시피 기후변화나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환경부처와 시민단체, 관련학계에서 다뤄온 주제이다. 다만 예전엔 친환경 개발이나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이름이었다면, 지금은 ‘저탄소, 녹색성장’ 이라고 바뀐 것이다. 아뭏튼 우리 사회에서 이에 대해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8월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이를 대한민국의 새로운 비전이라고 제시한 이후부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정부의 전 부처는 모든 관련 정책을 이 방향으로 맞추고 있다.
관광에서도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국제관광계에서도 2003년 튀니지 제르바에서 세계관광기구(UNWTO) 등이 주축이되어 ‘제1차 기후변화와 관광에 관한 국제회의’를 개최한 이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지난해에는 세계관광의 날 의제 자체가 ‘기후변화의 도전에 대한 관광의 대응’(Tourism Responding to the Challenge of Climate Change)로 설정되는 등 각종 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주제에 관광은 이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 2008년 세계관광기구(UNWTO) 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을 기준으로 볼 때 관광부분은 약 13억톤의 탄소를 배출함으로써 전세계 CO2의 4.95%를 배출하고 있다고 한다. 지구적 환경오염에 적지 않은 피해를 일으키는 가해자의 입장이 있다. 또 이미 많은 보도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시피 지난 수년간 유럽의 동계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관광지에 적설량이 급격히 적어지면서 경영상의 큰 위협에 직면하고 있고, 전통적인 하계휴양지인 태국 등 동남아시아 일대도 기후변화로 충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강원도 일대의 스키장이 몇 년 전부터 눈이 오지 않음으로써 지역경제 자체가 큰 위협을 받는 일이 종종 생겨나는 등 피해자의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이 우리 관광계에서 시사하는 바는 매우 복합적이고 직접적이다. 기후변화만 예를 보더라도 관광계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선 관광목적지들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전통적인 겨울목적지가 외면 받게 되는가 하면 해양관광이 크게 취약했던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오히려 큰 기회를 맞을 수도 있다. 해수면 상승이나 기후의 불규칙성은 관광의 안전이나 수요자체를 불안정하게 할 것이다.
각종 탄소저감 정책들은 호텔이나 휴양업 등 시설 중심적 관광시설의 개발이나 경영에 압박요인이 될 것이 확실시되며, 이러한 관광공급업자의 원가요인 상승과 동시에 필연적으로 교통요금까지 높아지게 되면 관광비용은 적지 않게 오를 가능성이 크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더라도 관광에서 환경문제는 매우 중대한 경영환경변화 요인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최소한의 과학성과 합리성을 갖춘 관광사업자나 종사자라면 이 문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론 오래전부터 대중교통수단을 활용한 관광활성화에 대해 관심이 있어왔다. 앞에 언급한 관광의 탄소배출량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관광이동시 주요 교통수단인 자동차를 통해 전체 오염률의 32%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는 2007년 국내숙박여행의 경우 자가용 이용이 72.8%인 반면, 열차 이용률은 3.7%에 불과하다. 이런 수치를 1999년 통계와 비교해 보면 당시에도 자가용 이용률이 제일 높기는 했지만 48.6%에 불과하고 열차는 10.2%에 달하고 있다. 불과 10여년 사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관광에서 이 문제를 주목하는 이유는 1980년대 후반부터 관광의 지역경제 효과를 기대해 왔기 때문이다. 2007년을 기준으로 국내관광총량은 4억 7천만 명/일에 달하고 있으나,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가 확연히 좋아졌다는 얘기는 별로 들리지 않고 오히려 쓰레기만 늘어났다는 푸념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가용 안에 먹을 것을 잔뜩 싸가지고 왔다가, 구경만 하고 가버리는 행태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내관광에서 열차의 이용확대는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물론 지역균형에 있어 매우 유효한 수단이 된다. 더구나 경험적으로 볼 때 안전하고 낭만적인 기차여행은 우리나라의 관광매력을 훨씬 높일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는 확신이 든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는데도 아직까지 관광과 교통 분야의 협력논의가 없는 것은 의아한 일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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