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위기대응 태세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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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위기대응 태세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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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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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와 기아자동차가 얼마 전 2008년도 경영실적을 발표하였다. 현대차는 총판매(내수와 수출) 166만대에 매출액 32조원, 영업이익 1조8천억원, 당기순이익 1조4천억원의 실적을 올렸으며, 기아차는 총판매 105만대에 매출액 16조원, 영업이익 3천억원, 당기순이익 천백억원이라고 밝혔다. 양사의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각각 1.9%, 5.2% 감소하였으나 매출액은 오히려 5.1%, 2.7% 증가하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급속한 경기침체로 국내외 지동차수요가 급감하고 외국의 대부분 자동차  메이커들이 큰 폭의 판매 감소와 적자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실적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며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선전하였다고 하겠다.
외국 글로벌 메이커들의 경우, 오래 전부터 경영부실에 따른 적자의 누적으로 파산상태에 직면한 미국의 빅3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던 일본의 도요타와 혼다마저도 판매가 급감하고 최근에는 손실이 커지면서 도요타는 2008회계년도(2008년 4월∼2009년 3월) 중 약4000억엔의 영업손실이, 혼다는 2008회계년도의 하반기 6개월간에 천9백억엔의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들 일본업체들의 예상 밖의 실적악화와 손실발생은 글로벌 금융경색과 수요감퇴가 근본 원인이지만, 그 위에 엔화가치의 급등으로 수출이 많은 이들이 설상가상의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작년 초 1달러당 110엔대에서 90엔 전후까지 대폭 절상되었고 이에 따라 수출가격경쟁력이 하락하고 채산성이 크게 악화되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현대와 기아차의 선전 배경에는 중소형차가 많은 모델구성으로 인해 고유가와 불황에 따른 세계적인 소형차 수요확대의 덕을 보고 있는 데에다 결정적으로는 급격한 원화가치의 절하로 가격경쟁력과 수익 면에서 수혜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 원화의 환율은 작년 초 1달러당 900원대에서 연말 1400원대로 40%이상 절하됨으로서 우리 자동차의 수출경쟁력이 향상되었고 수익성이 크게 호전되었다. 판매대수가 줄고 소형차비중의 증가로 수출평균단가가 하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 오히려 증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세계 최고의 생산성과 품질, 경영의 효율성 등으로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었음에도 급작스런 외부환경 악화로 유례없는 위기를 맞은 일본 업체들은 또 한 번의 생존을 위한 필사의 노력을 펼치고 있다. 도요타는 최고경영진을 교체하고, 임원진의 상여금 동결과 급여삭감을 검토 중이며, 약 8천명의 비정규직 해고에 이어 최근에는 북미와 유럽공장의 정규직원 감축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혼다도 상당수의 비정규직을 해고하였고, 임원의 급여삭감에 이어 과장급 이상 관리직의 급여도 삭감키로 하였다.
그런데 더욱 깊어만 가는 불황과 커지는 이 위기에 현대차그룹의 대응태세는 어떠한가. 작년의 비교적 양호한 실적에 자만하고 저평가된 환율과 소형차 수요확대라는 유리한 외부 여건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위기극복을 위한 자체적인 각고의 비용절감  노력이나 최대 약점인 낮은 생산성의 향상과 경영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노력은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금년 들어 현대차 노조는 노사 간 합의된 주간 2교대 시행약속이 이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파업투쟁을 논의 중에 있으며, 최근 경영진은 생산 감소로 인한 잉여인력의 조정을 위해 모두가 노조원인 생산직은 손을 대지 못한 채 불황일수록 중요성이 커지는 연구부문의 인력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노사관계가 지속되는 한, 또한 이정도의 노력으로는 비록 운이 좋아 위기를 극복한다하더라도 현대차의 장기적 전망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의 유리한 외부여건은 금융정상화와 세계경제의 회복 여하에 따라서 돌변할 수 있다. 그리고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급격한 엔고의 시기와 ‘90년대 일본경제의 거품붕괴 시에서 보듯이, 위기가 닥칠 때마다 철저한 원가절감 노력으로 이를 극복하고 한 단계 높아진 경쟁력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온 일본의 자동차업체들이 이번에도 위기를 극복하면서 얼마나 경쟁력을 키워 나올지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진정한 경쟁력의 향상 없이 그 때에 가서 현대차그룹은 어떻게 대응할 것이며, 사활을 다투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객원논설위원·전자공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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