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동차업계의 판도 변화와 그 이후
상태바
세계자동차업계의 판도 변화와 그 이후
  • 관리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09.06.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객원논설위원·이동화 전 자공협 상무>

유례없는 글로벌 불황이 계속되고 오래전부터 예견되어온 미국 빅3의 몰락이 현실화 되면서 세계자동차업계의 판도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에 이은 GM의 파산신청으로 미국에서는 더 이상 빅3이 존재할 수 없게 되었고, 이 틈을 타 유럽과 일본의 주력 메이커들은 미국이 상실한 주도권 쟁취와 지위 상승을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세계적 금융위기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중국, 인도 등의 신흥 업체들은 단기간 내에 글로벌메이커로 성장하기 위한 작업에 여념이 없다.
지난 70여 년간 최대의 메이커로 군림해온 GM이 쇄락하면서 도요타자동차는 이미 작년에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수년전만 해도 경영부실로 GM에 인수될 뻔했던 피아트자동차는 이번에 재빨리 우량자산만으로 별도 법인이 될 크라이슬러를 인수키로 하였다. 작년에 생산규모 9위였던 피아트는 이로서 단번에 6위로의 지위상승이 기대된다.
지난해 645만대 생산으로 세계 4위 이었던 폭스바겐그룹은 포르쉐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성사될 경우 도요타에 이은 2위에 오를 수 있다. 681만대의 생산으로 폭스바겐에 근소하게 앞서 있던 르노·닛산그룹은 소형차를 앞세워 폭스바겐과 2~3위를 다투게 될 것이다.
2010년 세계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했던 현대·기아차는 포드, GM의 우량 브랜드로만 구성될 뉴GM 등과 4∼5위 자리를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자동차업체들은 기술력과 해외 판매망의 확보 등을 위해 선진 유명브랜드 도입에 적극적이다. 창안(長安)자동차는 포드의 스웨덴계 자회사인 볼보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에 있으며, GM의 고급 SUV 브랜드인 허머(HUMMER)는 최근 중국의 텅중중공업(騰中重工)에 매각이 결정되었다. 베이징자동차, 둥펑자동차 등도 GM의 사브를 비롯한 여타 가능한 브랜드 도입을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한다.
인도의 타타자동차는 지난해 포드로부터 영국계의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인수한 바 있다. 이들은 구미의 유명 브랜드 인수를 통해 일거에 선진메이커로 도약하기 위한 압축성장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확대나 유명 브랜드의 도입만으로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경기침체로 인한 극심한 수요 감퇴와 저탄소 녹색성장이 지상의 과제가 되어있는 현 시장환경에 맞추어 지금부터 어떻게 최상의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해 나가느냐 하는 일이다.
고유가와 날로 강화되는 각국의 환경규제 하에서 연료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대형차는 비록 수익성이 좋다하더라도 더 이상 경쟁 무기가 될 수 없다.연비가 우수한 중·소형차와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친환경차의 조기 개발과 양산화가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이번의 판도변화로 세계자동차업계는 도요타, 폭스바겐, 르노·닛산 등 일본 및 유럽세가 새로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이들을 포드, 현대·기아차, 피아트·크라이슬러, 뉴GM 등이 추격하며, 중국, 인도 등의 신흥메이커들이 빠르게 부상하는 형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가 연료효율이 우수한 중·소형차 및 무공해 내지 저공해 친환경차의 개발과 조기 보급에 그룹의 명운을 걸고 전력을 쏟을 것이다.
그동안 중·소형차에 대한 비교우위와 고환율 덕분에 세계시장에서 비교적 선전해 온 현대·기아차그룹은 앞으로 이들 모든 글로벌 메이커들과의 전 방위 경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소형차가 강한 유럽, 하이브리드차 등에 압도적 우위를 지닌 일본, 엄청난 구조조정과 쇄신으로 새롭게 태어날 미국, 선진브랜드와 기술의 도입으로 압축성장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 인도 등의 모든 글로벌 업체들과 중·소형 친환경차를 둘러싼 보다 치열하고 힘든 경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대·기아차그룹은 극심한 불황을 뚫고 재무장해 나타날 이들과의 전 방위 경쟁에 대비한 경쟁력 향상에 더욱 매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결여된 생산유연성, 낮은 노동생산성, 생산성을 웃도는 고비용체제 등을 개선하고, 소홀했던 소형차의 적극적인 개발과 모든 생산차종의 연비향상이 절실하다.
하이브리드차, 연료전지차 등의 개발 가속과 성능제고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노사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돼야 할 것이며, 보다 많은 연구개발비의 투입과 강화된 R&D 활동이 따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경쟁사들과의 전략적 제휴도 검토돼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