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시론=교통의 화타, 오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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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시론=교통의 화타, 오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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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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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홍창의 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오스만 남작은 1809년에 태어나서 1891년에 사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루이 나폴레옹은 오스만 남작에게 쎈느 주 주지사(지금의 파리 시장) 자리를 맡긴다. 오스만은 그 뒤 16년 이상 연임하며 파리 시장 자리를 장기 집권한다.
20세기 이후에도 파리에는 많은 변화와 개선 사업이 있었지만은 혁명적으로 파리 시가지를 바꾼 교통의 화타로 오스만 남작을 꼽는 데, 누구도 주저하지 않는다. 
오스만의 파리개조에 관한 도로 계획은 중세적인 파리의 시가지 구조를 근대적으로 탈바꿈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 오스만은 중세풍 도시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첫 번째로 교통망을 조직하고, 둘째로 도로에도 상수도를 설치하여 청소할 때에 물을 계속 흐르게 하고 지하에 대형 하수구를 설치하며, 가로수를 심어 청결한 도시를 만들고, 셋째로 도로의 축간 기준점을 회전교차로로 하였다. ‘회전교차로’가 기준이 되어 시청, 교회, 오페라극장 등을 전 도시에 고르게 분포시켰다.
도로를 중심으로 파리의 20개구가 구분 되고, 지금도 파리시의 경계선은 순환도로인 '뻬리페릭' 그 자체가 될 정도다.
특히 오스만의 도로 계획은 '축의 숭배'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그랑 블르바르(광로)'와 '넓은 애비뉴'로 구성되는 도로 계획은 개선문을 원점으로 하여 12개의 방사형으로 중심축을 이루고 시야에서 멀어질 정도의 도로의 직선 화를 이룬다. 훗날 도시의 형태론에서 필라델피아와 뉴욕을 ‘격자형’, 파리, 모스크바, 도쿄 등을 ‘방사환상형’ 도시구조라 부르게 된다.
사실 오스만의 도로계획은 당시의 주 정신세력인 니이체가 파리의 도시를 모두 불태워 버리고 싶다는 표현이 그의 가슴을 울린 것처럼, 실행과정에서 대규모 철거가 무지막지하게 단행되었다. 오스만 형식의 도시 형태는 후에  유럽전체에 영향을 주었고 유럽의 모든 도시들이 미로형식을 버리고 ‘중앙로’와 ‘회전교차로’의 형태로 개혁되는 과정을 따르게 된다.
오스만의 형식의 주 원리는 하나의 직선에서 모든 것이 다 보이게 한다는 원리로 만일 시각에서 멀어지면 도태된다는 근대의 합리적인 컨셉을 적용한 것이다. 오스만은 미로로 답답하고 폐쇄적이던 도시들을 근대적인 개방형식으로 성형수술을 한 셈이다.
오스만의 도시계획 철학은 도로 공간의 확보를 통해, 도시란 건축물로 “가득 채우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탁 트인 공간으로 “비워 두는 것”이라는 노자 사상의 “허”에 기초를 둔다. 오스만의 작업덕택에 본격적으로 도시계획이 건축분야로부터 독립되어 나오는 계기가 되었고 도시가 하나의 시스템 속에서 건축, 토목, 교통, 조경 등의 모듈 단위로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오스만 남작이야말로 “도시에 있어야 할 것들”에 대한 구체적인 요소를 정해 준 사람이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나라 도로의 개념에는 아직까지도 광장(그랑 플라스), 중광장(플라스), 소광장(꾸르), 공원(파크), 소공원(쟈르뎅) 등의 “위계를 갖춘 회전교차로” 개념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는 19세기 중엽에 이 같은 개념을 도로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지금의 파리가 아름답고 여유로운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앙드레 모로아가 지은 '프랑스 사'에서 “난폭하고 오만하나 비상한 행정가였던 오스만 시장”이라고 표현한 것을 보면, 그의 사업추진방식은 매우 비민주적이었던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당시 오스만을 반대했던 떼오필 고띠에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직선대로만 만들면, 필라델피아가 되어버리고 파리는 없어지게 된다."
그러나 고띠에는 실제로 필라델피아를 구경한 일이 없었고 ‘회전교차로’의 매력을 간과한 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한 셈이다. 
결국 당시의 사람들은 오스만을 급진적이라 비판을 했지만 오늘날 파리는 지구상에 있는 교통계획 작품 중 가장 우수한 작품이 되었다. 그리고 도로의 결절점(노드)처리를 ‘회전교차로’의 예술적 공간으로 아름답게 꾸민 그의 정신은 빽빽하고 조밀한 건축물 숲 속에서 뭔가를 더 채우고야 말겠다는 이제까지의 우리방식에 던지는 메시지가 매우 크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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