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언=거꾸로 가는 도장재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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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거꾸로 가는 도장재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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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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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균 로이드손해사정법인 상무이사


최근 IMF(국제통화기금)는 세계경기가 이미 바닥을 쳤으며 특히 한국 경제는 2009년 올해 -3%, 내년엔 2.5% 성장할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그러나 연일 30℃를 웃도는 무더위 속에서도 자동차정비업계에 부는 한파는 그칠 줄 모르고 있으니 그 이유 중 하나가 비현실적인 도장요금이라 판단된다.
현재 자동차정비의 도장요금을 결정하는 기준은 구 건설교통부가 2004년 보험개발원 등에 외주를 주어 전국에 걸쳐 조사한 결과를 2005년 3월 발표한 '도장료테이블'이다. 이후 도장재료의 주원료인 석유 값이 치솟으며 도료 및 시너, 크리어류를 생산 판매하는 제조사가 2008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약 53%의 가격인상을 단행했고, 정비업계는 그 비용을 감수하며 도장재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보험수리차량의 견적을 위한 AOS는 프로그램상에 인상된 도장재료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전문가의 지적과 자동차정비연합회 등의 줄기찬 도장재료비 인상 요구에 의해 2008년 8월 13.2%의 인상된 도장재료비가 AOS에 반영됐다.
그러나 아직도 미반영분인 약 32%의 도장재료비는 정비업체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며, 더군다나 2009년에도 제조사들은 한차례 더 공급가격을 인상했으므로 정비업체의 도장재료비로 인한 손실은 더욱 커져만 가고 있다.
쉽게 설명하자면 과거 100원짜리 재료를 현재는 165원에 사서 작업을 완료하면 보험회사는 재료비로 113원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결국 40여원을 정비업체가 이유 없이 부담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비업체가 제조사나 판매상에게 실제 지급하는 도장재료비를 전액 보험회사로부터 지급받을 수는 없을까? 우선 답은‘없다’이다.
그 이유는 보험수리차량의 수리비청구를 오직 AOS프로그램에 연동하는 보험회사들의 정책 때문에 아무리 정비업체가 도장재료비를 수정하려 해도 AOS는 도장재료비의 수정이 불가능하고, 설사 인위적으로 작업항목을 만들어 재료비를 청구한다 해도 보험회사용 AOS에서는 정해진 작업 이외의 것들을 간단한 조작으로 삭제할 수 있어 헛수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장요금과 관련한 또 하나의 문제는‘가열건조비'와 판금시간이다.  구 건설교통부 발간 ‘도장료테이블’에 의하면 가열건조비는 건조부스의 가동에 소요된 연료비, 전력비, 소모품비 등의 합산(공임의 0.75시간)금액을 인정하도록 돼있고, 가열건조를 시행한 횟수만큼 인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공임의 75%가 아닌 오직 1만3000원, 1회만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투톤 도장이나 높은 기술력을 요하는 인테리어(실내) 도장의 경우 최하 2∼4회의 가열건조작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결국 정비업체가 1회를 초과해 가열건조에 소요되는 제반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투톤도장 등은 제쳐두고라도 겨울철 판금도장을 위해서 부스를 한차례 더 가동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그 비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판금시간에 대한 우리나라 법원의 판단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비업자가 제시한 실 소요시간에 따라 개별 자동차의 수리비를 산정함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손해보험회사 대물 담당자들은 개인적인 경험이라는 잣대로 판금시간을 결정해 AOS상에서 삭감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방어(?) 차원에서 정비업체는 미리 삭감될 것을 감안하여 과다한 판금시간을 청구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은 약자의 몸부림에 불과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도장재료비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보험회사로부터 수령할 수 있는 방법을 대한민국에서 찾기는 매우 어렵다. 물론 정비업체가 ‘직불제’를 시행하거나 자동차수리비를 수기로 작성해 청구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가 조사한 바로는 직불제의 경우 안타깝게도 몇 개의 정비업체를 제외하고는 이미 서울을 비롯해 제주도까지 전국적으로 실패했고, 수기청구 역시 정비업체의 수리비 청구담당자가 수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다.
겉으로 보기에는 적정공임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나 실상 제 값 주고 사온 재료비를 받지 못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막강한 보험회사와 힘없는 정비업체의 공생관계에서 ‘약육강식의 강자논리’의 결과라고 치부하는 것이 필자의 과격한 판단인지 독자들에게 되묻고 싶다. 터널이 무섭지만은 않은 이유는 저 멀리 실오라기 같은 빛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비업체는 어려운 경제 환경에 앞서 인위적으로 짜여진 보험수리비청구시스템에 갇혀있다. 부도덕한 보험사와 AOS의 부당함을 질책하기에 앞서 하루빨리 스스로 갇혀있는 터널에서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 진정 보험전문가인 필자가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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