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시론=성년이 된 국민해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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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시론=성년이 된 국민해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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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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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는 지난 1989년의 해외 여행 전면 자유화가 이뤄진지 꼭 20년이 되는 해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성년이 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은 그동안 얼마나 발전했을까.
해외여행에서 연령제한이 완전히 철폐된 1989년 바로 이전 1988년 전체 출국자는 72만명에 불과했다. 이것이 지난해 말 전체 국민의 4분의 1이 넘는 1200만여명이 해외를 여행했다.
대략 20년 동안 16배 정도의 양적 성장이 이뤄진 셈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커진 덩치에 비해 내면적인 성장은 어떨까.
바로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동남아지역에서는 한국인에 의한 보신관광, 매춘관광이 문제가 되왔었고, 일본이나 유럽등지에서 싹쓸이 쇼핑관광과 공중도덕이 현지 매스컴에 오르내렸다는 보도가 심심치 않게 언론에 소개되면서 '추악한 한국인'(ugly Korean)이란 오명을 듣기도 했던게 사실이다.
그러다가 요 몇 년 사이엔 해외여행 중 사고, 사망사건이 주로 이슈가 되고 성매매 추문과 함께 간혹 골프 여행 중 캐디나 현지인에 대한 무시태도 등이 문제가 되는 정도로 해외여행에서의 추태는 적어도 보도만을 기준으로 볼 때 많이 줄어든 양상이다.
'관광경제학'으로 유명한 김사헌 교수의 책 '국제관광론'에서는 '90년대초 크리펜도프(Kripendorf)'라는 학자가 악성관광객(the much maligned tourist)을 분류해 놓은 것을 소개하고 있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기는 하지만 총 9개의 유형은 다음과 같다. 우스꽝스러운 관광객, 우직한 관광객, 조직화된 관광객, 추한 관광객, 교양 없는 관광객, 부유관광객, 착취형관광객, 공해형 관광객, 대안관광객 등이 그것이다.
대체로 대안관광객(the alternative tourist)을 제외하곤 경멸적 의미가 담겨져 있어 왠지 씁쓸한 느낌이 들면서 나도 혹시 이중의 하나에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이 생기게 된다.
아무튼 성년이 된 국민의 해외여행은 어떻게 어른다워져야 할까.
이런 고민 중에 얼마 전 동료 한사람으로부터 한권의 책을 소개받았다. 제목이 '희망을 여행하다'인 이 책은 국제 평화활동을 벌이는 네트워크단체인 '이매진 피스'라는 단체에서 일하는 젊은 두 명의 여성운동가가 쓴 책이었다. 구성은 크게 인권과 경제, 환경, 정치 등 네 부분으로 나누어 총 46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담고 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몇 년 전부터 부분적으로 알고 있었던 새로운 관광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를 소상하게 다루고 있다. 90년대 말 영국에서 시작된 책임관광(reponsible tourism)과 이보다 조금 앞선 투어리즘 컨선(tourism concern)을 비롯해, 팔레스타인 대안 여행 그룹(alternative tourism group in Palestain), 행동하는 여행자들의 네트워크인 글로벌 익스체인지의 리얼리티 투어(reality tour)와 생태 여행(eco tourism)과 공정여행(fair travel), 정의관광(justice tourism)등 수많은 대안관광의 현장을 찾고 전문가와 시민운동가들을 심도 있게 인터뷰한 내용들이다.
물론 이 책에 담지 못한 많은 형태의 대안관광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들이 정한 범위에서 관광의 이면과 이를 극복하려는 많은 노력들을 이처럼 애정 있게 소개한 책을 만난 것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인 듯 하다. 솔직한 마음으로 30여년 관광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새로운 관점과 사실을 알게 된 것에 대한 반가움과 함께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꼈다고나 할까.
이제까지의 얘기가 좀 고리타분하다고 느껴졌다면 이런 것은 어떤가.
책임관광을 시작한 여행사의 매출은 매년 4배씩 성장하고 있고 생태관광여행은 전체 여행업보다 세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국제 에코투어리즘 이사회(TIES)는 2012년 지속가능한 여행시장규모를 4730억달러로 전 세계 여행시장의 25%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 여행시장에서도 몇 가지 좋은 사인이 나타나고 있다. 아시안 브릿지라는 단체는 '착한여행'이란 이름으로 지구촌에 대한 주인의식, 책임의식을 갖고 현지의 문화환경을 존중하고 그에 기여하는 여행 상품을 제시하고 있다.
성년이 된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이제는 민간외교관으로서 세계시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성숙함을 보여주기 시작하는 때인 듯 싶다. 여행업계가 달라져야 할 또 다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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