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시론=파리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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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시론=파리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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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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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홍창의 관동대학교 교수>


프랑스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광경은 길게 늘어선 줄이다.
드골 공항내의 '파리대중교통공사(RATP)' 사무실 앞은 관광객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파리 시내로 들어가는 '고속지하철(RER)'을 타기 전에 새로운 '교통카드(NAVIGO)'를 구입하기 위해서다.
 1994년에 처음 개발된 파리의 '교통카드'는 'RFID'와 'IC'의  기술을 응용한 비접촉식 스마트카드로 발전돼 다양한 대중교통상품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당초 파리 시민용으로 고안된 '1주일 권'을 관광객도 신 '교통카드' 덕택에 충전할 수 있게 돼 공항에서부터 북새통이 벌어지는 것이다. '고속지하철'은 운임이 비싸기 때문에 저렴한 '1주일 권'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1주일 내내, 파리 지하철과 버스 등을 구간 내 무제한으로 자유롭게 승차할 수 있기 때문에 신 '교통카드'의 인기는 하늘을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신 '교통카드'의 중심에는  '파리대중교통공사'가 있다.
파리대중교통공사는 파리광역교통행정기구(STiF)의 직속 산하 공기업인 데, 1949년 분산된 대중교통 회사들을 통폐합하여 설립됐다.
주로 지하철, 버스, 폐쇄노면버스(TVM), 지상전차, 고속지하철 등을 담당하며 직원 수가 4만명에 달하는 대기업이다. '파리광역도(Region)'의 전체 대중교통망 중 약 80%를 책임지고 있으며, 다양한 요금상품과 스마트 교통카드도입으로 일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파리의 지하철은  '낱장' 구매, 10장 단위 '1묶음',  '1·2·3· 5일 자유권', '주말권',  '1주일권', '월정권', '1년권'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상품의 종류가 다양하다. 기간이 늘어날수록 요금할인 폭이 커지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장기 '정액권'을 선호하고 그것이 대중교통 이용률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관광객 전용 '파리관광패스(paris visit pass)'는 각종 대중교통 수단이외에 파리 교외 행 프랑스국철(SNCF) 열차와 심야버스(NOCTAMBUS)를 추가로 이용할 수 있고 세계 각지에서 여행 전 구입이 가능하기에 여전히 인기가 높다. 파리 지하철은 기본적으로 파리 시민을 충성도가 강한 단골로 유지시키고 관광객들을 친숙한 고객으로 끌어안는 독특한 '지하철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아직도 파리 지하철의 출입문은 수동으로 열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파란 버튼을 누르면 문이 열리게 되어 있다. 금속 손잡이를 힘껏 오른쪽으로 젖혀야 문이 거칠게 열리는 구식도 심심찮게 본다. 물론 닫히는 것은 자동이다. 카드와 종이 티켓이 함께 하며, 쇠바퀴에 타이어 바퀴를 병행시키는 여유가 조화의 미덕을 가진 나라답다.   
 파리 지하철은 신·구식이 공존하는 시스템 조화를 통해 교통약자 배려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하철 14개 노선과 지선 2개 노선, 300개 정착역과 고속지하철 5개 노선, 그리고 강삭철도노선까지 갖춘 막강 인프라를 바탕으로 녹색도시를 지향하고 도시개혁 구조에 앞장서고 있다.
파리 지하철은 대규모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시설을 응용하고 운영의 최적화를 통해 진화하고 있다. 파리 지하철 1호선의 24개 정차 역과 동일 구간의 '고속지하철'의 역은 7개로 줄어든다.
정거장 수를 줄여 열차의 운행속도를 높이고 환승의 묘미를 살린 파리의 '고속지하철'은 엄청난 신규 투자를 예고하는 경기도의 'GTX' 계획과는 사뭇 다르다.
 파리의 경계가 곧 순환도로이고 도시계획 범위가 '지하철 요금 존'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동거리가 늘어나더라도 이동시간은 그대로 붙들어 매고 싶은 교외 통근자들의 민원에 의해 요즘의 도시행정체계는 교통행정에 무게를 더할 수밖에 없다.
파리광역도가 행정구역으로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파리광역교통체계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에 교통세를 부과하여 그 재원으로 대중교통을 키우고 다양한 요금혜택을 근로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야말로 파리의 지하철을 세계의 지하철로 발전시킨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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