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균 로이드손해사정법인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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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균 로이드손해사정법인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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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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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적정 정비요금, 어디로 가는가
 


금융감독원이 매년 손보업계가 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순이익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발표하는 것과 다르게 요즈음 손보업계는 언론을 통해 적자 운운하며, 향후 10년간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물밑작업 중이다.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는 국토해양부가 자동차수리비와 관련한 시간당 공임의 발표를 미루는 것과 맞물려 교묘하게 움직이고 있어 보인다.
과거 손보사들은 2001년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해 자동차정비연합회가 가지고 있던 고유권한인 시간당 정비요금의 공표 권한을 박탈하고,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정비업체와 개별적인 계약을 통해 시간당 정비요금을 삭감해 분쟁이 끊이질 않았었다.
이에 2004년 4월경 (구)건설교통부가 정비업계와 손보사들을 중재하여 한국산업관계연구원, 보험개발원, 여주대학교에 적정 정비요금의 산정기준인 시간당 공임연구를 의뢰해 1만7166∼2만7847원이라는 연구결과를 수령했고, 이 결과에 따라 (구)건설교통부는 2005년 3월 보험수리 물량의 특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여 당시 보험수리 적정공임으로 1만8228∼2만511원을 결정 공표했다.(연구결과 금액 중 하위 금액으로 결정된 것에 수많은 의문이 있으나 생략하기로 한다.)
아울러 향후 3년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기로 손보·정비업계간 합의했으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한 것이 없었고, 오히려 공임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손보사들은 (구)건설교통부가 공표한 공임 중 최저금액을 관철시켜 왔다.
그러다 2008년 11월 국토해양부는 정비업계의 적정정비요금을 현실화 요청에 따라 한국산업관계연구원에 시간당 공임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해 2009년 12월 중간 용역 결과를 발표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자동차보험 정비요금과 관련한 보험 및 정비업계 간의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외부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그 연구결과에 대한 의견 조율하는 장이 열렸으나, 형편없는 시간당 공임에 발끈한 정비업계 대표들의 반발로 연구용역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갈등만이 고조되었다.
자세한 결과부터 말하자면 연구결과가 지난 2004년에 발표한 1만7166∼2만7847원보다 못한 1만9905∼2만5853원이어서 2004년보다 최고액이 하락한 것이다. 이것은 최근 5년간 물가상승률 16.64%와 인건비 상승률 25%가 전혀 반영되지 아니한 개탄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정비요금 산정 시 가동률 적용여부가 최대 쟁점인 상황에서 정비업계가 산업연구원과 동일한 연구기관에 의뢰한 결과 가동률 85%일 때 시간당 적정 정비요금이 3만2600원, 가동률 75%일 때 39,600원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고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또한 특정 지역 정비업계는 이러한 금액을 관철시키기 위해 자체 조사한 권역별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역적 특색 및 제반 상황의 이질성과 비현실적인 2005년 전국 평균 공임을 지적하며 국토해양부에 이 금액대로 협의 조정해서 발표해 줄 것을 요청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가 이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왜냐하면 다른 지역에서도 형평성을 들어 반발할 것이기에 국토해양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업연구원의 자동차보험 적정 정비요금 조사 연구 결과는 표본 조사 수도 4500여 정비업체의 5% 수준인 약 230여개 업체에 한정해 실시했다는 점에서 업체선정과 신뢰성의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수 천만원의 세금을 들인 용역 결과가 정비업계와 손보업계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해버린 꼴이다.
또한 필자가 손해사정을 위해 작년 말에 서울, 경기, 인천 정비사업조합 이사장들의 정비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원가회계(경영분석)에서 시간당 공임이 적게는 3만2000원, 많게는 7만원이라는 결과가 산출된 것과도 너무나 상이했다.
작년 말 적정 보험정비요금 발표를 하겠다던 국토해양부는 이런저런 이유로 올해 초로 발표를 미뤘다가 또 다시 모르쇠로 일관하며 일각에서는 올 여름 정도에 발표를 예상하는 식의 루머가 돌고 있어 발표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 돼버렸고, 국토해양부 자동차손해보장팀장은 양 업계가 협조해서 잘하기 바라며 안타깝다는 무책임한 말로 발을 빼 책임을 회피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공임 상승을 기대하며 경영적자를 감내하면서도 5년간 기다려온 대다수의 정비업체가 뚜렷한 대책 없이 아직까지도 국토해양부의 결과 발표만을 기다리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는 것이다. 발표 시점이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또는 언제가 될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이고 설령 발표가 난다해도 앞서 본 연구결과와 같이 5년 전 금액과 달라질게 없다면 정비업계의 고통은 그 끝이 보이질 않는다.
현재 정비업계는 작업물량 급감으로 최악의 경영 위기를 겪고 있고 더군다나 임금 인상과 정비작업에 소요되는 각종 기자재 및 관리비의 상승까지 겹쳐 경영 위기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고유가와 국제적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로 작업물량이 급감한 것도 일부 있겠지만 무엇보다 경영수익의 근간이 되고 있는 자동차보험정비수가 비현실화와 수년간 이어져온 손보사의 횡포가 가장 크다 할 것이다.
필자가 지난해부터 기고한 바와 같이 보험사 위주로 만들어서 반강제적으로 거의 모든 정비업체가 유료로 사용하고 있는 AOS 프로그램에 따른 작업공정 누락, 손보사의 일방적인 공임 적용, 공정거래위반 소지가 있는 우수협력정비업체지정, 50%이상 인상된 도장재료비를 일부만 인정 지급하고 나머지 차액을 정비업체에 부담시키는 비현실적인 도장재료비, 차량빼기를 통한 영업 방해 행위 등은 이미 정비업체에 알려진 보험사의 대표적인 횡포임에도 불구하고 강자논리인 보험시장에서 약자인 정비업체는 살아남기 위해 오늘도 침묵을 지키며 시린 이를 다물고 있다.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만 있을 것인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격언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확고한 대책 방안을 모색해 확실한 준비를 통한 대응을 해보자! 국가에서 인정한 연구용역기관에 의뢰해 각 정비업체 마다 원가회계(경영분석)을 통한 현실성 있는 공임을 인정받도록 하자.
상대적으로 강자인 보험사에 맞설 힘이 부족한 정비업체의 경우라면 손해사정제도 도입으로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보험금(수리비)와 관련한 이유 없는 삭감 방지 및 현실에 상응한 공임과 도장재료비를 지급 받도록 하자!
손보사는 손해사정제도를 이용하여 보험금을 삭감지급하고 있음에도 정비업체가 손해사정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보험업법 위반이라는 극악무도한 주장을 하고 있고 금융감독원 역시 손보사와 같은 엉뚱한 해석을 하고 있다.
다행히 손해사정사인 필자가 법무부에 법률해석을 요청하여 이런 억지 주장을 바로 잡고 있으나 정비업체들의 단합된 힘 없이는 한낱 범부인 필자로는 역부족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정비업체와 업체간의 긴밀한 단합과 손해사정업체와의 업무협조로 순망치한의 시련을 방지하기 위해 나부터 앞장서는 정비업체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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