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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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세계화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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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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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에서 타 분야와의 공동발전을 도모하는 복·융합정책의 역사는 비교적 오래됐다. 1980년도 말부터 관광농원 등의 1차산업 결합이 시작됐고 1990년대 중반 산업관광의 일환으로 컨벤션 정책이, 1990년대 말부터 한국의 대중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관광의 시대를 열었다.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의료관광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문화관광에서 한식세계화에 대한 정책의지를 키우고 있다. 이 정책의 경우 2006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식품 산업의 규모가 4,800조원에 달하고 있음을 주목하게 되면서 2008년부터 본격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식 세계화가 국가 신 성장동력의 위상을 부여 받음으로써 정부의 상당한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의 정책 주체는 농수산식품부가 맡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공을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실제 2009년 780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찾았고 예년의 기준으로 본다면 이들의 한국 여행 중 지불 경비에서 식음료 비용은 부동의 3위에 올라있다.
한국여행의 동기에 있어서도 음식과 미식탐방이라는 답변은 전체의 41.7%로 특별히 일본인의 경우 54.6%가 한식을 맛보기 위해 한국은 찾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일본에서 시작된 막걸리 열풍은 한식 세계화의 가능성을 더욱 긍정적으로 기대할 만한 이유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8년 영부인이 한식세계화 추진 위원회의 명예회장을 맡고, 지난해 6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대통령이 손수 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두른 채 바비큐를 직접 구워 각국 정상들의 접시에 올린 일이 알려지면서 한식 세계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전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이후 많은 언론 매체가 앞 다투어 한식 세계화를 기획 추진화 하면서 한식에 대한 긍지와 국민적 인식도 크게 오른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우리의 한식을 세계화하는 데에는 아직도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우선 걱정되는 것은 2000년대 초·중반 한류대책을 강화할 때의 일이다. 당시 정부가 전면에 나서 한류를 지원함으로써 주변국 정부 차원의 경계심과 현지 언론과 네티즌의 반발을 초래한 일이 있다.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혐한 현상이 이때로부터 비롯된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실제 2009년 5월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는 한식 세계화를 산낙지나 보신탕의 세계화로 연계하는 사설을 실은 바 있다.
두 번째 걱정도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 음식을 세계인의 대부분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세계 음식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미국 시장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매우 저조하다. 2008년 미국 레스토랑협회의 조사에서 미국 내 소수민족 음식(Ethnic Food) 중 주목순위에서 한식은 최하위권인 30위권 밖에 되지 않았다.
세 번째는 한식의 건강성에 대한 문제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한식이 Slow Food로 웰빙 음식이라고 생각하지만 평가는 그렇지 않다. 미국 퍼듀대의 장수청 교수의 2009년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은 한식이 짜고 매운 강한 양념으로 간을 하여 대장암 등을 유발하여 건강에 좋지 않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이유에서건 우리 음식이 더욱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어 국민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것에서 변화의 여지를 말해준다.
이달 초 열렸던 '2010 서울 떡볶이 페스티벌' 의 경우도 판단이 잘서지 않는다. 언론의 관련기사는 외국인들이 매우 좋아한다고 했지만 평소에 알고 지낸 현장의 외국인 조리사들은 한결같이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떡의 질감을 서양인들은 매우 싫어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우려들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좋아한다고 남들도 무작정 좋아하는 것은 아님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식의 경쟁력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한식 세계화의 벤치마킹대상은 단연 일본을 들을 수 있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일식 세계화를 추진하여 올해까지 일식 애호가 12억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 한식에 비해 그다지 다양해 보이지도 않고 맛도 탁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일식이 이러한 성공을 이룬 까닭은 무엇일까? 할리우드에서 상류층 생활이 무대가 되는 영화에서는 스시(초밥)를 먹는 장면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
개인적으로 캐나다에서 1년여 간 생활해본 경험을 통해 볼 때 서양인들은 날생선을 확실히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지의 스시집들은 늘 만원이다. 여기엔 비밀이 있다. 비싼 스시를 먹으러 감으로써 자신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스시라는 동양 문화에 대한 소비를 통해 국제 시민의 교양수준을 나타내는 것이다. 확실히 음식 자체보다는 특정한 가치를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보게 된 일본 영화에서는 이런 점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카메모 식당'이란 영화에서 '오니끼리(주먹밥)'가, '우동'이란 영화에서 '사누끼 우동'이, '안경'이라는 영화에서는 '팥빙수'가 'Soul Food'라는 식으로 이해되고 설명되고 있다. 일식의 세계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외교공관마다 일식조리사를 파견하거나 관련 단체나 예산을 지원한 것도 눈여겨봐야겠지만 감동적인 스토리와 가치가 일식에 투영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본질적인 경쟁력인 것이다.
드라마 '대장금'으로 한식은 분명 주목받고 있다. 그 어느 정부보다도 현 정부의 한식 세계화에 대한 의지가 공고하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인에게 한식을 저녁으로 먹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에 대해 고민해 보는 것에 첫 번째 답이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부처의 특성으로 볼 때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아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한식 세계화의 성공은 농림수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얼마나 협력을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객원논설위원·김상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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