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새판짜기에 ‘죽어나는 택배기사’
상태바
시장 새판짜기에 ‘죽어나는 택배기사’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4.04.11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별․용달 넘버 보유자 가지치기 ‘1순위’

‘배 넘버’ 대기자로 자가용 택배 3배 증가

“택배하려면 자가용 지입으로 들어와!”...영업권 두고 내분

사업용 화물차의 영업권을 놓고 하도급 택배 종사자 간 분쟁이 가열되고 있다.

택배전용차량(배)을 중심으로 새판짜기가 이뤄지면서 기존 택배회사의 하청업체에 속해있던 개별․용달 개인운송사업자(아사자바)들이 장외로 내몰린데 이어 이들 중 일부는 화물운송사업 허가(넘버)를 양도하고 자가용으로 전환, 현장에 재배치된데 따른 것이다.

또 택배회사의 요구조건을 수용한 일부 차주들은 영업권은 물론이며, 검토되고 있는 증차사업의 대기자 명단에 우선순위로 올라 있는 것도 내분을 부추기고 있다.

서울에 A택배사의 한 영업소에서는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운행 중인 1.5t 미만 집배송 개별․용달차량을 자가용으로 전환해야 하는지 유지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민 중이다.

지난해 증차 사업으로 택배전용넘버를 허가받은 일부 기사들이 기존 근무자(개별․용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활동․투입된데다 연내 ‘배 번호판’이 또 한 차례 나온다는 소문이 돌면서 넘버를 받기위해 줄서는 이들이 늘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신규허가 대상자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송노선과 구획조정을 해야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기존 종사자를 내쳐야 하지만 감내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는 게 영업소의 설명이다.

이는 개별․용달 차주를 대상으로 가지치기가 불가피하나, 업무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이들을 교체한다면 동력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넘버가 추가적으로 풀린다면 지금과 같이 공급 대상자(자가용 차주)에게 노선을 내줘야 한다는 인식이 종사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가 하면, 영업권을 뺏길 바에야 택배전용넘버로 전환하는 게 낫다는 분위기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택배차량의 운행 비중에도 변화가 생겼다.

택배업계가 정부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증차사업이 언급됐던 지난 2011년에는 약 1만 5000여대의 자가용 택배차가 운행됐으며, 지난해 7월 허가․등록이 종료된 이후부터 최근까지 1만 2000~3000여대의 택배차량이 자가용으로 운행되고 있다.

지난해 1만 1200대가 영업용으로 전환된 점을 감안해보면 자가용 차량은 4000대로 계산돼야 하지만, 집계된 수치는 이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산출돼 있다.

이는 택배전용넘버를 받고자 하는 이들이 사전 준비 중이라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택배영업소 한 관계자는 “최초 택배증차가 언급됐던 지난 2008~2009년에는 10대 중 1~2대가 자가용이었지만 넘버공급이 확실시되면서 5:5 비중으로 늘었다”며 “‘설마’라고 하면서 자가용으로 전환한 일부기사들도 ‘배 넘버’를 받는 사례가 나오면서 올해 예정된 2차분 사업에 기대하는 택배기사(개별․용달)들이 대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1/3은 지난해 공급된 ‘배 넘버’가, 1/3은 신규허가를 목적으로 한 자가용”이라며 “이외 ‘아사자바’ 넘버의 택배차량(개별․용달)은 계속 줄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 분위기에 휩쓸려 택배에서 이탈하는 이들도 대거 나오고 있다.

택배보다 근로조건이 보다 나은 의약품과 유제품 등 기업 납품 쪽으로 물꼬를 트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화물운송 개인 사업을 포기하면서 매매시장에 넘버를 내놓는 차주들까지 다양하다.

해당 영업용 넘버 값은 한 달여 만에 곤두박질 쳤다.

최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최대 1900만원 선에서 매매됐던 게 지난달에는 1350만원으로 하락, 이달 들어서는 1300만원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택배로 인해 그만큼 화물운송사업적 가치가 하락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화물운송사업 허가를 내놓은 차주들에 따르면 지정된 하도급 운송업체 소속 지입기사로 전환해야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통보받아 영업용 넘버를 양도했으며, 회사의 요구조건을 수락하면 택배전용넘버 공급 대상자로 올려 신규넘버를 받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지난달 김모씨도 이런 제안으로 넘버를 시장에 내놨다.

김씨는 “개별․용달 넘버 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더 손해 보기 전에 처분하라며 신고포상금제도 연기된데다 올해 증차도 나오기 때문에 자가용 지입차주로 전환하는 게 유리하며 그렇게 하면 영업권을 보장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일부 동료들은 상도의를 벗어난 택배회사의 행동을 질타하면서 사업을 접었지만 가정 형편상 어쩔 수 없이 남게 됐다”며 “택배회사의 보이지 않는 압박에 떠밀려 요구조건을 들어주긴 했는데 앞으로 무슨 일이 또 생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정경수 2014-09-14 23:56:38
노란 번호판을 1900만원 주고 사야 하는게 이사업의 가치라고???기자님아 먼 멍멍이 소리를??
번호판 돈주고 사게되있냐??ㅎㅎㅎ
택배 번호판 때문에 머가 어째??ㅎㅎ 화물연대 개샛기들이 돈좀 줬나봐??배번호판 씹어달라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