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소 많고, 노선은 구불구불 ‘직행’ 본래 목적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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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류소 많고, 노선은 구불구불 ‘직행’ 본래 목적 되찾아야”
  • 정규호 기자 bedro10242@naver.com
  • 승인 2014.0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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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때만 수요 과잉, 지자체간 협의 등 버스회사들, ‘직행버스’ 운용하기 쉽지 않다”

‘직행, 광역, 급행, 좌석’ 등 이름도 제멋대로
BRT, E-BUS 등 해결책 제안 ‘갈 길 멀어’

‘버스 승차거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수도권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직행․광역버스를 타지 못한 시민들이 만든 언어다. 여기에 ‘직행, 광역, 급행, 좌석, 간선’ 등이 각종 단어 덧붙여져 시민, 업계, 정부에서 제멋대로 부르는 버스 종류만 수 십 가지다.

또, 정류소가 무작정 늘어나 급행버스인지 일반 시내버스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노선은 구불구불하다.  일선 현장에서는 직행버스 제도가 본래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 봤다.

먼저 버스업계에서는 제멋대로인 버스 이름을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민들 사이에서 통용되고 있는 버스는 직행좌석, 광역급행, 간선급행 등 수 십 가지다.

본래 직행버스란 지역과 지역을 곧장 오가는 버스, 광역버스는 도시와 대도시 등 광역권을 잇는 버스(예: 경기도-서울시, 부산-울산)를 의미한다.

여기에 간선급행버스(BRT)는 지역과 지역을 운행하기 때문에 광역․직행버스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철도시스템의 개념을 접목해 다른 버스로 분류된다.

M버스(Metropolitan Bus)는 신도시, 위성도시와 서울 강남, 종로 등 주요 거점을 운행하는 버스다.

앞선 말한 버스에 ‘좌석’이 붙으면 ‘입석 금지’, ‘급행’이 붙으면 정류소 수가 적어 빨리 갈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색깔로 보면 광역버스는 ‘빨간색’, M버스는 ‘검정․파랑(혼용)’, 간선급행버스(BRT)는 ‘검정․회색(혼용)’이다.

이런 모든 버스 종류들은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기 때문에 큰틀에서 ‘직행버스’에서 파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버스 이름이 통일되지 않는 이유로 지간선체계로 개편한 지자체들과의 그렇지 않은 지자체들간의 차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모든 지자체들의 똑같은 지간선체계를 도입하면 이런 헷갈리는 버스 명칭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다음으로 출근시간대에만 집중되는 수요로 인해 버스회사들도 버스 배차 운용이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2011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이찬열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와 서울시를 잇는 광역버스는 1일 9628회, 출근시간대 1369회가 운행되고 있고 출근시간대 광역버스의 2대중 1대는 정원을 초과해 운행 중이다.

특히, 47만1000회 운행 중 28%인 13만2000회가 출근시간대에 집중돼 있고, 155개 노선의 출근시간대 최고혼잡도(승차인원 대비 차내 인원)는 평균 13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150%를 넘는 노선은 무려 59개 노선이었다.

시속 80㎞ 이상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가 사고라도 날 경우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주민들이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 배차시간을 조정하거나 버스를 증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출퇴근시간대에만 몰리는 수요로 인해 적자를 면치 못하는 버스회사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때문에 정부의 묵인과 함께 입석은 허용하고, 정류소를 늘리는 등 직행(광역)좌석버스의 노선은 계속 구불구불해 지고 있다.

한 예로 9004번은 분당-강남을 잇는 노선으로 종점부터 5개의 정류소를 거쳐 강남으로 출발하면 되지만 출근시간대 만큼은 수요가 많은 아파트 단지 등의 4개 정류소를 임시로 추가해 승객을 탑승시킨 후 강남으로 출발한다.

그러나 추가된 정류소들은 정식으로 등록된 정류소가 아니다.

결국, 9004번은 9개의 정류소를 거쳐야 하지만 출퇴근시간대에는 17개의 정류소를 돌고 있는 것이다.

증차, 노선 신설도 쉽지 않다. 버스 노선이 타 시도로 들어올 경우, 지자체간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경기도는 적극적인 노선 신설, 증차 움직임을 보이는 반면, 서울시는 도심 교통 혼잡을 이유로 이를 억제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출퇴근 정기권 버스(E-BUS), 광역급행버스(M-BUS), 간선급행버스(BRT)다.

E버스는 출퇴근시간대에만 운용하는 버스로 도입 초기 많은 기대가 예상됐으나 만정적자로 운행이 중단됐다.

수요 파악 실패, 일반 직행․광역버스보다 1.5배 높은 요금체계, 다른 대중교통과 환승 및 환승할인 불가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어 지난 2009년 국토교통부가 개발한 ‘M버스’(광역급행버스)다. 수도권에서 바로 도심으로 이어주는 M버스는 기존 직행․광역버스들 보다 정류장 수를 대폭 줄이고, 입석 승차를 철저히 금지시켰다.

좌석이 다 차면 다음 정류소를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기 때문에 다음 정류소의 승객은 못 타고, 버스를 못타고 보내기 일수다. 종점 지역에서 버스를 탄 시민들은 강남 등 까지 편하게 갈 수 있지만 중간 정류소에서 버스를 못탄 시민들은 ‘버스 승차거부’라고 말한다.

좌석 수가 적다보니 버스 회사들이 만성적자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난 3월 신성여객이 10개의 직행․광역․M버스 노선의 운행의 중단을 선언한 것도 적자 때문이다.

파주와 강남·여의도를 잇는 광역급행버스(M버스) 2개 노선, 영등포·합정·김포공항행 등 광역좌석버스 4개 노선, 50번·52번·70번·77-1번 등 시내버스 4개 노선 등 모두 10개(54대)다. 39개 전체 운행 노선의 4분의 1가량이다.

신성여객 관계자는 "2009년부터 누적된 적자가 458억원에 달해 더 이상 운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버스업계의 중론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 특성상 베드타운이 많기 때문에 낮 시간대에는 교통수요가 적어 버스운송업체에서도 출퇴근시간만 바라보고 노선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도 버스는 철도나 지하철에 비해 좌석 수가 적기 때문에 증차를 하더라도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버스전용차로가 포화상태라 더 이상 버스를 증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현재는 ▲광역버스 준공영제 ▲수도권교통본부 권한 강화, ▲지하철 환승 원활한 지역에 거점 마련 등의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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