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 노린 ‘지입사기’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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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노린 ‘지입사기’ 성행
  • 이재인 기자 koderi@naver.com
  • 승인 2014.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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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업체, 차량․지입료 받고 먹튀(?)…신용불량자에 차압 딱지만 ‘피해 속출’

“사업자단체에 등록 업체인지 확인을”

조기퇴직자나 구직자가 비임금 노동 형태인 자영업 중 특히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화물운수업에 몰리면서 이들의 주머니를 노린 이른바 ‘먹튀’가 성행하고 있다<관련기사 3면>.

화물운전 구직을 희망하는 이들을 법인운송사로 소개하는 과정에서 일부 컨설팅 업체가 운송회사와 짜고 지입차주로 영입한 후 차량과 계약금만 챙겨 잠적하는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김씨는 ‘신용불량자’로 낙인 찍혔다.

A운송사와 계열사로 등록돼 있는 B컨설팅 업체의 지입차주 모집광고를 보고 문 두드린 게 화근이 됐다.

계약한 지 반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화물운송은커녕, 차량 할부금과 빚에 허덕이다 결국 부모 명의로 된 땅마저 차압된 상태다.

화물운송시장에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일명 ‘지입사기’를 당한 것이다.

사기행각을 보면 고정적인 배송물량과 안정적인 급여를 보장한다는 문구를 내걸어 구직 희망자를 대대적으로 모집하면서 시작된다.

모집은 화물운송업에 필요한 영업용 넘버와 차량을 보유하지 않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며, 번호판 대여 및 관리에 드는 지입료와 차량구입에 필요한 초기자본이 없는 대기자를 주요 표적으로 삼고 있다.

영업용 또는 개인 화물차를 보유한 이들은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얘기다.

영업용 넘버와 차량구입에 대한 소개비를 각각 챙겨 차익을 남겨야 할 뿐더러 이 중 하나라도 보유한 이를 영입했을 시에는 브로커로부터 매물을 공수하기 어렵다는 통보가 내려오기 때문이다.

넘버와 물량을 갖춘 정상적인 업체라면 별다른 조건 없이 지입차주의 모집이 이뤄지지만, 둘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한 업체라면 상당수가 위 조건들을 내건다는 것.

구직자가 상담을 요청하면 배당할 물량과 노선․급여․근로시간 등을 안내하면서 운송회사와의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열 올린다.

체결 후에는 계약서상 회사 대신 수주한 물량을 대신 처리하는 수탁자이자, 화물을 위탁한 운송사가 소유한 넘버를 임대해 활동하는 개인 사업자임을 강조하면서 지입차주 개인에게 영업에 필요한 넘버와 차량 매입에 따른 비용을 준비할 것을 요구하며, 이 단계에서 운송사와 컨설팅 업체는 해당 지입차주에게 캐피탈 서비스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특히 넘버 대여․관리하는데 드는 지입료부터 화물차 구입 시의 초기자본이 없는 이들을 중심으로 모집되고 있어 구직 희망자가 거부하기 힘든 상황을 설정해 놓은데다, 이를 계약서상에 조건부로 내걸고 있다.

캐피탈의 금융 서비스가 진행되는 동안, 한쪽에서는 지입차주에게 제공될 차량과 넘버에 대한 준비가 이뤄진다.

‘작업차’로 불리는 매물은 전담 브로커의 공급루트를 통해 섭외되며 구매예약에 대한 보증금 일부는 컨설팅 업체와 운송사가 반반씩 부담하는 방식으로 공수된 뒤 지입차주에게 인계되는 절차를 거친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운송회사는 ‘제공하기로 한 물량이 화주업체와의 계약 종료 등의 문제로 잠정 중단됐으며 그에 상응하는 물량을 공수 중이니 대기하라’는 회신만 통보하면서 캐피탈과 ‘작업차’ 모집 브로커들로부터는 지입차주로 인해 발생한 수익금의 일부를 정산 받은 후에 또 다른 대상자 물색에 들어간다.

이같은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지입차주는 차량 할부금과 대출 이자․지입료․보험료 등을 사비로 충당하면서 누적된 지출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사설 정보망 서비스 이용하거나 저단가 덤핑 배송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수입과 적자 폭이 커져 결국 빚만 떠안게 돼 지입차주 명의의 할부 차량은 물론 대출 담보로 설정된 사유재산까지 차압 당하고 있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김씨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대형 유통업체인 L사의 물량을 전담하고 있어 해당 노선을 계약 즉시 배정하겠다고 안내받았지만 작업차에 대한 절차가 마무리된 후부터 A운송사의 태도는 돌변했고 지금은 연락마저 두절됐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고향땅이 담보로 잡혀 있는데다 신용불량자로 전락해 정상적인 생활할 수 없다”며 “구직활동 자체가 어려워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인 직업이라도 닥치는데로 해야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같은 사기행각과 그로 인한 피해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40~50대 장년층의 조기퇴직에 불안정한 고용에서 비롯된 청년실업난까지 겹치면서 구직활동을 하기보다는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다, 소자본 창업이 가능한 운수업 중에서도 특히 버스와 택시보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화물운송시장으로 몰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시장진입을 계획 중인 이들의 각별한 주의가 중요시되고 있다.

화물운송업계 한 관계자는 “창업 준비생이자 지입차주 대기 10명 중 8명은 영업용 넘버의 희소가치인 프리미엄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된 반면 지입차주로서 활동을 재개하려는 40~50대 조기퇴직자부터 30대 초중반 취업준비생들은 계속 잇따르고 있다”며 “화물운송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계약 방법․시세 등에 따른 면밀한 검토가 이뤄진 후에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입사기를 행하는 이들은 오랜 세월 운송업에 몸담으면서 시장생리를 꿰뚫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며 “필요시에는 관련 사업자단체에 등록된 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해보고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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