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가격이나 수리공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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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가격이나 수리공임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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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끊임없는 수입차 수리비용 문제①

보증기간 끝나면 수리비 국산차 5~6배
인터넷 통해 알려도, 실제 가격차 상당

회사원 진모(36)씨는 지난 2009년 독일 브랜드 중형차를 구입했다. 디젤이라 연비가 좋았고, 디자인부터 성능까지 무엇 하나 나무랄 데 없이 만족스러웠다. 문제는 AS 보증기간 3년이 지난 지난해 터졌다.

처음에는 변속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280만원을 들여 수리했다. 얼마안가 이번에는 엔진이 고장 났다. 작은 부품 교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진씨는 수리비가 220만원이 나오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한다.

진씨는 “AS 보증기간이 끝나면 차가 애물단지로 전락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었다”며 “기회만 되면 얼른 차를 팔고 속편하게 국산차를 몰고 다니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울산에 사는 강모(28)씨는 지난해 자신의 차를 몰고 골목길을 돌다 코너에서 벤츠와 접촉사고를 일으켰다. 사람 다치지 않은 사고라며 안도하기도 잠시, 새 차였던 벤츠는 부품이 국내에 없어 싱가포르에서 가져와야 했다. 기간만 보름이 걸렸다.

그 기간 벤츠 주인은 렌터카를 이용하기로 했는데, 열흘 간 이용한 비용만 500만원이 나왔다. 범퍼 교체 비용은 따로 200만~220만원이 들어갔다.

강씨는 “너무 어이가 없어 주변에 하소연했더니 그나마도 덜 나온 거라 다행인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수입차가 도로 위에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전자에게 불리한 이런 여건이 빨린 개선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입차는 국내에서 한해 13만대가 팔리고 있고, 등록대수도 100만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수입차 부품 조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데다 가격까지 비싸, 소비자 피해가 상당하다. 직간접적으로 수입차 가격은 물론 보험 관련 비용까지 상승시킨다.

지난해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품․도장․공임 관련 수리비 지급 건수 가운데 수입차 비중은 6.5%였지만, 들어간 비용은 17.4%나 됐다. 부품가격과 공임비가 높고, 수리를 수입차 업체 직영 서비스센터가 독점하고 있는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수입차 업체는 자사 순정 부품 사용만을 사실상 고집하고 있는 상황. 그마저도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때 발생하는 보험 비용은 고스란히 대다수 국산차 운전자가 짊어지게 된다. 이로 인한 소비자 불만은 끊이지 않는다. “관련된 모든 비용이 부당하다”는 게다. 소비자 입장에서 ‘폭리’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우선 꼽히는 문제는 정확한 수입차 부품가격과 공임단가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점. 대부분 수입차 수리 관련 정보는 업체마다 대외비로 분류돼 확인이 어렵다. 그러다보니 개별 딜러나 이에 소속된 서비스센터에 따라 수리비가 천차만별이라도 대응이 어렵다.

이는 비교적 투명하게 공개돼 있는 국산차와 대비된다. 업계는 현재 수입차 평균 수리비가 국산차 보다 5~6배 높다고 보고 있다.

사회적 비판을 의식해 수입차 업체가 스스로 부품가격을 인하하거나 공개하는 경우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올해부터 일부 부품 권장 소비자 가격을 인하했다. 약 6000개 주요 부품 가격이 최대 28%, 평균 3.4% 내려갔다.

특히 A클래스와 B클래스는 평균 25%까지 가격이 낮춰졌다. 8년 이상 된 구형 차량 부품도 최대 10%, 평균 4.3% 가격이 떨어졌다.

수입차 업체를 대변하는 한국수입자동차협회 홈페이지는 개별 회원사 인터넷 홈페이지와 링크돼 있다. 여기를 통해 개별 수입차 업체 부품가격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확한 부품 가격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자는 취지다.

그런데 링크된 수입차 업체 홈페이지에 고시된 부품가격은 실제와 차이 나는 경우가 제법 많다. 고시가 전적으로 수입차 업체 자율에 맡겨져 있어서다. 여러 이유로 개별 업체가 가격 변동 사항을 제때 업데이트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마저도 일부 업체만 홈페이지에 상세한 부품가격을 알리고 있고, 상당수는 가격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자세하게 부품가격을 확인해도, 막상 서비스센터에서 가격이 차이 나는 경우도 많다. 같은 브랜드인데도 어느 서비스센터를 찾느냐에 따라 동일 부품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업체마다 차를 팔고 수리․정비를 담당하는 일차 책임을 개별 딜러사가 맡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껏 수입차 업계가 해외 본사 정책과 입장을 따르다 보니 국내 소비자 불만을 제때 반영해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었다”며 “우선은 정부가 의지를 갖고 모든 수입차 업체가 의무적으로 부품가격 등을 공개하도록 하고, 업체 스스로도 구조적 문제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인식을 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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