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바닥을 치니 … ‘포터’가 잘 팔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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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바닥을 치니 … ‘포터’가 잘 팔리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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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판매 전체 차종 1위 … 누적서도 앞서
‘생계형 길거리 가게’ 창업 늘어난 게 원인

1톤 트럭 포터 위세가 놀랍다. 경기가 나쁠수록 소형트럭이 잘 팔린다고 하지만, 판매 추이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포터는 지난 3월 모두 9488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 달(7234대)과 비교해 31.2%나 증가했다. 직전 2월(7486대) 보다도 26.7%가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에는 볼륨 차종인 아반떼, 쏘나타, 그랜저는 물론 모닝에게도 판매고가 밀렸지만, 올해는 이들 모두를 따돌렸다.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국산․수입차 전 차종을 통틀어 판매 1위다.

1분기 누적 판매대수는 2만4515대로 지난해 동기(2만1899대) 대비 11.9% 증가했다. 누적대수 기준으로도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그랜저(2만3633대)가 2위를 달리고 있다.

포터는 지난해 총 9만2029대가 팔렸다. 2012년(8만7308대) 대비 5.4% 증가했다. 아반떼(9만3966대)와 모닝(9만3631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차다.

사실 포터는 판매가 꾸준한 스테디셀링 차종. 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많이 팔려 나간다. 판매가 큰 폭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기가 바닥을 친 지난 2009년부터였다. 당시 7만8846대가 팔려 직전 2008년(6만4422대) 대비 22.4% 증가했다.

이후 2010년(9만4059대)과 2011년(9만9466대) 연속 판매대수가 9만대를 넘어서면서 10만대 돌파를 목전에 두기도 했다. 그러다 현대차 파업에 따른 물량 부족을 겪으면서 2012년에는 8만대 수준으로 판매가 줄어들었다. 그랬던 상황이 지난해 다시 9만대 선을 회복했고, 올해 들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포터 판매는 경제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불황에는 소규모 창업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때 수요가 늘어나는 게 포터 같은 소형트럭이라는 것.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경기회복 정도를 가늠하기도 한다.

실제 정부는 포터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놓고 “서서히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징조”라고 봤다. 시장 또한 물동량이 증가하면서 소형트럭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대차도 “포터는 생산량을 늘리는 만큼 판매도 증가하게 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40~50대 명예퇴직자나 희망퇴직자, 일부 구직 포기자가 소위 ‘길거리 가게’ 창업에 뛰어드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소형트럭 수요도 증가하게 되는 큰 원인이다.

포터와 기아 봉고3을 개조하면 이동이 가능한 상점을 만들 수 있다. 소매 판매에서부터, 카페․포장마차, 소화물 운반까지 다용도 활용이 가능하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차량인 셈.

서울 신촌에서 길거리 포장마차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55)씨는 “가게를 내고 장사를 했더라면 권리금에 월세와 공과금까지 부담해야 할 비용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아무리 노력해도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처지에서 소형트럭을 개조해 장사에 뛰어드는 것 이상 도움 되는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GM 다마스와 라보가 지난해 생산 중단돼 포터 같은 소형트럭이 반사이익을 얻는다고 분석했다. 다마스․라보는 빨라도 올 7월은 돼야 생산이 재개된다. 그때까지는 포터에 도전장을 내밀 차종이 없다. 사실상 독점 상태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정 정도 영향을 줄 수는 있겠지만, 차급이 달라 단순 비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일선 자영업자들도 다마스와 라보가 경상용차로 분류돼 온갖 혜택이 있지만, 몸집이 작아 활용도 측면에서 포터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 다마스․라보가 택배나 세탁업 정도로 용도가 한정되는 데 비해, 포터는 범위가 훨씬 넓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포터가 잘 팔리고 있는 상황 이면에 문제점도 적지 않게 자리 잡고 있다. 사실상 독점 상태라 비싼 가격에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현재 포터는 1365만~1883만대에 팔리고 있다. 유일한 동종차인 기아 봉고3도 1352만~1878만원 선이다. 1000만원도 하지 않는 다마스․라보가 나오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격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도 어쩔 수 없이 구매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성능개량 없이 지난 10년 이상 가격만 높였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실제 가장 기본형을 기준으로, 포터 가격은 2003년(839만원)과 비교했을 때 지난해(1365만원)에 62.7%가 비싸졌다. 현대차 내 다른 차종 인상폭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다.

개인 용달업에 종사하는 한 업자는 “1997년부터 지금까지 포터 4대를 갈아탔는데, 갈수록 기름 값을 더 먹는데다가 수리비도 더 나오는 것 같다”며 “마땅한 대체 차종이 없는데, 차량 가격이 계속 치솟고 있어 부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포터 수요 증가가 경기 회복 조짐”이라는 긍정적 기대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생계형 길거리 창업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그만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고용 안정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 회복은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포터를 비롯한 소형트럭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더욱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산업계 전반에 인력감축이 이뤄지고 있고, 베이비부머 세대가 산업 일선에서 물러나 본격적인 제2인생을 설계하는 시점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별다른 일거리 창출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들 대다수가 소규모 생계형 창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때 점포를 여는 방식 창업은 위험이 크기 때문에, 대개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뛰어들 수 있는 ‘길거리 장사’에 몰릴 수 있다.

관련해 정부가 얼마 전 길거리에서 차량을 이용해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 규제를 풀기로 결정했다. 빠르면 올 하반기에 유원지 등을 중심으로 영업이 시작된다. 그만큼 소형트럭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형트럭에 대한 수요가 무시할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독점적인 공급 구조를 방치하다시피 하는 것은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문제”라며 “정책적으로 완성차 업체를 장려하는 등의 방법으로 차종 다변화를 모색해 영세 사업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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