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품’과 ‘대체부품’의 차이는 정서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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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품’과 ‘대체부품’의 차이는 정서의 문제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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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대체부품 인증제가 내년 시행을 앞두고 인증기관 설립 등 작업이 한창이다. 제도는 국산차 수리비에 세 배에 달하는 수입차 수리비를 낮추고 비순정 부품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도입됐다.

관련 업계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보험업계는 관련 특약을 구상하며 정부 방침과 업계 이익 모두를 만족할 대안을 찾고 있다. 대체부품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보험료 할인을 비롯한 여러 혜택으로 소비자 선택을 유도해야 한다.

정비업계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체부품 사용 확대로 인한 이득에 대한 보장은 없다. 정책 의도와 업체의 현실, 즉 이윤추구 간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미 순정부품을 생산하는 일부 대형 업체들은 인증제 도입을 앞두고 일종의 방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국내 소비자들의 대체부품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작사가 공급하는 부품에만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신뢰할 수 있는 인증기관을 통해 인증된 부품이 공정한 가격 경쟁으로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지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까지 순정부품에 대해 소비자가 갖는 신뢰는 ‘정품’에 대한 막연한 애정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정서적 요인에 근거한 것이지 특별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에게 정품 외의 것은 ‘중고 내지 재활용 아님 그 외의 무엇’으로 치부돼 왔다. 이런 맹목적 ‘믿음’이라는 정서적 요인이 실용성을 제치고 경제적 욕구를 지배한 것이다. 그래서인지 전문가들도 인증기관의 신뢰도가 제도 성공의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기도 한다.

국내 소비자의 욕구 패턴을 이해한 결과다. 비단 자동차 부품뿐만이 아닌 생활 소비재 전반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품에 대한 무한 사랑은 제조사의 브랜드 파워에 대한 신뢰이자 대중적 공신력이 미치는 무의식의 발현이다. 이런 프레임은 견고해 그 이외의 것을 ‘다시 만들어진 것’,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는 식의 연상 작용을 낳고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런 소비자의 성향을 이미 알고 있는 정비업계도 본인의 이익을 뒤로 한 채 대체 부품을 권장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대체부품의 성패가 소비자의 선택에만 의존하게 되는 이유다. 우리 안에 자리 잡은 ‘비순정 부품’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을 깨버리지 못 하는 한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체부품 인증제가 업계에서만 맴도는 제도가 되어서는 오래된 우리만의 소비적 관념에 묻혀 방향을 잃은 채 표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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