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장력 강판, 차체 강성 높이는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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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장력 강판, 차체 강성 높이는 소재”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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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제네시스 등 확대 적용된 신차 출시 ‘봇물’
▲ 신형 제네시스에는 초고장력 강판이 전체 강철 소재 가운데 51.5%를 차지한다.

“일부 논란 불구, ‘안전’ 확보 차원 사용 늘 것”

자동차 강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외 완성차 업체가 신차에 작용된 강판을 적극 홍보하고 있어서다. ‘안전’이 강조되면서 어떤 강판을 썼느냐가 새삼 소비자에게까지 각인되고 있다. 전문가 아니고선 관심 밖 영역이었던 예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가 출시되면서 강판에 대한 일반인 관심이 커졌다. 관심 못지않게 논란도 적지 않았다.

강판 종류를 구분하는 대표적인 기준은 ‘인장강도.’ 양쪽에서 잡아 당겨 강판이 끊어지는 순간 가해진 힘세기를 의미한다. 대개 1㎟ 면적 강판을 잡아당겼을 때 35kg 이상 힘을 견디면 일반 강판에 속한다. 50kg 이상을 버텼을 때부터 고장력 강판으로 간주된다.

초고장력 강판은 이보다 더 센 힘에 버틴다. 80kg 힘을 버텨야 하는데, 어떤 기준을 내세우는가에 따라 60kg 이상부터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초고장력 강판은 일반 강판보다 무게가 10% 정도 가볍다.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하면 급정거나 코너링 할 때 차체가 비틀리는 것을 막아준다. 그만큼 차체 강성이 강해진다.

이런 이유로 안전과 승차감이 강조되는 고급차에 초고장력 강판 적용이 크게 늘고 있다. 현대차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신형 제네시스에 쓰인 초고장력 강판은 51.5%나 된다. 최근 출시된 신형 쏘나타(51.0%)와 올 뉴 카니발(52.0%)도 50% 이상 적용됐다. 제네시스는 기존(13.8%)보다 4배나 많다. 다른 차들도 2배 이상 적용 비중이 높아졌다.

한국GM 말리부 디젤은 고장력 강판 사용 비중이 65.0%에 이른다. 벤츠도 운전자 안전에 필수적인 A․B필러와 차축 등을 중심으로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한다. 기존 S클래스에 적용된 비중은 26.0% 선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내부 자료에 따르면, BMW 5시리즈는 32.0%, 아우디 A6은 24.6%다.

완성차 업계가 강판에 주목하는 건 ‘자동차 경량화’ 때문. 최근 출시되고 있는 신차마다 각종 첨단 안전․편의사양 적용이 확대되면서 불가피하게 무게가 늘어나고 있다. 무게는 차량 효율에 악영향을 끼치는 주범. 가볍고 강한 강판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됐다.

최근에는 강화플라스틱, 알루미늄, 마그네슘과 같은 비철금속 소재로 눈을 돌리는 업체가 나오고 있다. 아우디나 재규어 등이 대표적이다.

초고장력 강판이 업계와 자동차 전문가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건 지난해 신형 제네시스가 출시되면서부터다. 당시 현대차가 밝힌 자료에서 불거져 나온 논란의 핵심은 ‘초고장력 강판 인정 범위’와 ‘연비 효율성’이다.

현대차 발표에 의구심을 품은 이들은 “인장강도 80kg 이상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봐야 하는데, 현대차가 60kg부터 적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초고장력 강판을 쓴 만큼 차체 무게가 내려가야 하는데, 오히려 무게는 늘고 연비까지 기존 모델보다 안 좋아진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면 현대차는 “차량이 무거워진 것은 각종 첨단 사양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이를 좋은 강판으로 어느 정도 상쇄시켰다”며 “연비가 다소 하락은 했지만, 대신 차량 안전성과 주행성능을 향상 시킨 만큼 상품성은 어느 차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부 국내 전문가들은 “인장강도 60kg 이상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보기도 하는데, 이보다 강도가 더 센 80kg급은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아 아직 폭 넓게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어떤 소재를 사용하든 업체 선택일 뿐 제품 질에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견해도 나왔다.

현대․기아차가 초고장력 강판을 앞세우는 데 대해 업계는 “가장 큰 시장인 미국 진출을 염두 했기 때문”으로 보기도 했다. 어느 정도 연비를 포기해서라도 미국 내 안전 기준에 맞추려고 했다는 것이다.

관련해 최근 의미 있는 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가 美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실시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에서 최우수 등급인 ‘탑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에 선정됐다. 테스트 받은 29개 세부항목 전부 만점을 받았다. 승용차로는 세계 최초다. ‘가벼움’과 ‘효율’을 포기해 가면서까지 지켜내려 한 ‘안전성 강화’ 노력이 빛을 본 셈이다.

스몰 오버랩 충돌 테스트는 미국 내 자동차 안전성 평가 기준이 강화되면서 IIHS가 지난 2012년 처음 도입했다. 차량 전면 운전석 쪽 25%를 5피트(152cm) 높이 벽에 충돌시킨다. 이때 차량 속도는 40마일(약 64km). 워낙 까다로워 세계적인 브랜드 차량도 합격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IIHS는 올해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스몰 오버랩 테스트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를 대비해 전 세계 모든 완성차 업체가 차량 안전 강화 조치에 나서고 있다.

미국 내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서 일단 현대차 강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수그러든 분위기다. 테스트 결과를 접한 업계와 일반인 상다수가 “현대차 안전성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크게 해소된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기술 후발 주자인 현대차가 신소재 개발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내세운 초고장력 강판이 실제 좋은 내구성을 가진 것으로 입증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상당히 쇄신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초고장력 강판이 극복해야 할 문제는 많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초고장력 강판은 용접이나 판금이 불가능해 차량에 사고가 나면 무조건 어셈블리를 교환해야 한다. 부분 사고라도 차체 대부분을 교체해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밖에 수리가 가능한 정비업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해결 과제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를 위시해 업체 상당수가 초고장력 강판 적용을 확대하는 게 추세인 만큼, 이에 걸맞은 인프라 확충이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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