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불 내수 시장, 파업으로 ‘신호대기’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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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불 내수 시장, 파업으로 ‘신호대기’ 걸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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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업체 모두 임금협상 난항 … 통상임금이 쟁점

5개 업체 모두 임금협상 난항 … 통상임금이 쟁점

르노삼성 부분파업 돌입 … 현대차는 계속 협상중

“연쇄 파업 일어나면 하반기 산업 성장 위축 초래”

국내 완성차 업계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에 성장세를 기록한 가운데, 노동조합(노조) 파업이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 다섯 곳 모두 최근 회사 측과 임금단체협상(이하 임단협)에 나섰지만 입장차를 줄이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임금협상에 큰 영향을 주면서 노사갈등 장기화 조짐까지 내비치고 있다.

노사 양측은 통상임금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과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각 업체별 임단협이 결렬되면서 파업으로 이어질 양상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자동차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모처럼 내수 시장이 회복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파업으로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를 대변하는 현대자동차는 통상임금 적용 범위를 놓고 노사 간 첨예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노조는 통상적으로 지급해 온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사측은 관련 소송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10일까지 9차례 교섭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20개 계열사 노조가 통상임금 범위 확대를 위한 연대회의를 구성했고, 16일에는 계열사 노조가 참여하는 본사 상경투쟁이 계획됐다.

물론 협상 타결 가능성도 열려 있다. 현대차 한 관계자는 “교섭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이 회사 측 품질향상 제안 등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타협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아자동차와 쌍용자동차 노조는 일단 현대차 노사협상 결과를 관망하는 추세다. 기아차는 임금협상과 함께 단체협상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지난 3일 임단협 실무교섭 및 본교섭을 마무리하고 현대차 추이를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쌍용차는 예년과 다르게 통상임금 등이 쟁점이 되면서 협상안 도출이 늦어지고 있다. 현대차 협상 결과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단체협상이 끝나면 임금협상에 돌입할 예정이지만, 10일에 열린 13차 협상까지 이렇다 할 결론을 내놓지 못했다. 쌍용차 노조는 지난 2010년 이후 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끌어 내며 가장 먼저 협상을 마무리 지었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노조는 조합원 대상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상태. 한국GM 노조는 일부터 이틀 간 노조쟁의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조합원 69.3%가 파업에 찬성했다. 노조 측은 올해부터 통상임금에 수당 및 상여금, 휴가비 등 정기지급분 일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노조 측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며, 추후 논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가자고 설득 중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14일 주간과 야간조 교대 시간을 이용해 2시간 동안 생산라인을 멈추고 파업 출정식을 여는 ‘부분파업’을 벌였다. 앞서 11일까지 사측과 벌인 2차례 집중교섭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파업이 실행에 옮겨졌다. 지난 2~4일에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90.7% 찬성으로 파업을 결정한 바 있다. 노사 양측은 통상임금과 함께 지난 2년 동안 동결돼 온 임금 인상 폭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고용환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집중교섭 과정에서 기존대로 동결된 기본임금을 인상하고 지난해 합의한 단체협약 사항을 준수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으로부터 만족스러운 답을 얻지 못했다”며 “사측이 강제 희망퇴직은 물론 해마다 진행되던 승급․승호를 일방적으로 실시하거나 폐지하면서 기본적인 신뢰가 무너진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부분파업에 이어 15일 사측과 재협상을 가진 후 추가 파업 등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이들 5개 업체 노조가 연이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생산 차질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노조 파업으로 14만4978대를 생산하지 못해 2조7400억원에 이르는 매출 손실을 일으켰다. 올해도 주말 특근 거부 등으로 7만9000대가 생산되지 못했다.

한국GM은 지난해 노조가 특근을 거부하고 파업에 나섬으로써 4만8000여대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

르노삼성은 상반기에 전년 대비 40.5% 성장을 이뤄내며 재도약 신호탄을 쏴 올린 것은 물론 침체된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 넣었다. 하지만 ‘파업’ 악재에 직면하면서 하반기 성장 전망이 불투명해질 위기에 놓였다. 더군다나 미국에 수출되는 닛산 ‘로그’ 생산을 앞두고 있어 파업에 대한 부담이 더욱 큰 상황이다.

이를 의식해 르노삼성 노조 역시 교섭을 통해 파업을 막겠다는 데는 사측과 원론적으로 같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 측도 “올해 하반기는 SM5 디젤 본격 판매와 닛산 로그 생산 등 르노삼성 회생을 위한 중요한 시기”라며 “노사가 함께 생존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르노삼성과 한국GM이 실제 파업에 돌입할 경우 다른 업체보다 더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브랜드 생산기지라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본사 정책에 따라 당장 생산물량 축소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는 전체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자동차 산업이 연쇄 파업으로 생산 차질을 빚을 경우 산업 전반이 위축됨은 물론 고용 불안에 따른 경기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며 “노사 양측이 한발 물러서 요구 수준을 낮추고 원만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사 간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지 못하면 파업을 비롯한 노사갈등이 추석연휴 직전인 9월 초까지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관련해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가 22일 1차 총파업에 나서고, 8월 셋째 주에는 2차 총파업을 가진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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