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여파’ 전세버스 “막으면 살아남고, 못 막으면 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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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파’ 전세버스 “막으면 살아남고, 못 막으면 도산”
  • 정규호 기자 jkh@gyotongn.com
  • 승인 201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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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월급, 차 할부금 등 없어 대출로 연명 중

세월호 침몰 사고 여파로 인한 전세버스업계의 진짜 위기가 시작됐다.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동안 초중고등학교의 수련회, 견학, 소풍 운행으로 벌어들인 매출이 6~7월에 전세버스회사로 입금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회사들은 이 매출로 직원월급과 차량 할부금, 각종 회사 유지비를 쓰면서 다음 성수기인 9월까지 버텨야 하지만 최근 이를 버티지 못하고 대출을 받기 시작한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A전세버스 대표는 “세월호 여파로 직원들 월급을 못주고, 버스 할부금도 밀리기 시작해 급하게 이번 달 초 2000여만원을 대출 받았다. 상황이 계속 좋지 않으면 또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진짜 어려움은 이제 부터라고 본다. 막으면 살아남고, 못 막으면 도산될 것이다”고 밝혔다.

B전세버스 대표는 “우리업계는 성수기와 비성수기를 반복하며 돈을 번다. 세월호 침몰 사고일인 4월16일은 성수기가 시작되는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수련회, 견학 등의 일감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는 분위기 속에 일반인 단체관광, 공무원 연수 및 기타 행사까지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있어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고 밝혔다.

가장 극심한 피해를 곳은 지난해 운행 계약 후 증차한 회사들이다.

C사의 경우 지난해 00초등학교와 1년6개월 행사를 단독계약했다. 00초등학교에서 나오는 모든 행사를 C사가 운행키로 한 것이어서 4대를 추가 증차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로 학교측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문제는 입찰계약의 특성상 전세버스업체가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C사는 결국 기존 24대의 차량과 증차한 4대를 포함해 총 28대를 빚을 내 운영 중이다.

C사 대표는 “우리도 더 이상 버틸만한 여력이 없어지고 있다. 지입 확대, 연식 조작, 대리 운전 등이 불법인 것을 알지만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세월호 여파로 최근 들어 전세버스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셔틀·시내·시외버스 대리기사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D지입기사는 “일거리가 없다보니 주말에 시내·시외버스, 스쿨버스 기사로 뛴다”며 “버스회사들이 갑자기 땜방할 인력이 필요할 시기가 있는데, 그 때 일한다. 불법 인 것을 알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버스운수종사자격증을 갖추지 않아도 버스를 운전할 줄 알고 인맥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4~5월 강원도에서 무자격자의 전세버스 운행으로 8명이 적발됐다.

전직 지입기사가 현직 지입기사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경우도 늘고 있다.

지입기사 박 씨는 “최근 몇 명으로부터 지입 신고로 처벌받고 싶지 않다면 10만원을 내라고 협박받았다. 자신이 전직 지입기사라서 잘 안다면 고발당하면 10만원 보다 많은 벌금을 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놔 어쩔 수 없이 돈을 줬다”고 밝혔다.

전세버스업계는 정부차원의 지원 대책을 희망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현재 대출 시 납부기한 연장이나 유예 등을 해주고 있지만 이미 이자 납부 능력을 상실한 업계로서는 형식적인 지원이라는 분위기다.

한 전세버스 전문가는 “초중고등학교와 일반인의 전세버스 여행은 당분간 없겠지만 정부 만큼은 축소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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