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장애인 고속버스 도입, 직·간접적으로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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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장애인 고속버스 도입, 직·간접적으로 불가능했다
  • 정규호 기자 jkh@gyotongn.com
  • 승인 201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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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운행서 터미널 구조·속도제한·안전 등 문제점 발견

장애인들 “뭐라도 먹으려면 휴게소 휴식시간 1시간 이상은 필요하다”

“장애인 고속버스 타보니 터미널 이용하기가 불편하고, 허리가 많이 아파요. 차라리 이런 거 도입하지 말고, 그 돈(정부 예산)으로 KTX와 장애인택시를 좀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장애인들은 버스보다 기차와 장애인택시를 더 편하게 이용하는 것을 공무원들이 알아줬으면 해요”<장애인 고속버스 시범운행에 참여한 김정한(21, 가명) 씨>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10시 서울강남고속터미널에서 장애인용 고속버스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 시범운행을 가졌다.

전동휠체어 장애인용 전세버스를 대절해 서울강남고속터미널-센트럴시티-정안휴게소-공주휴게소-서울강남고속터미널을 장애인 3명(전동휠체어 이용 장애인 2명, 일반 장애인 1명)과 다니면서 장단점을 파악해보자는 것이었다.

기자도 함께 다녀와봤는데, 결과부터 말하자면 도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시범운행 시작부터 전동휠체어 탑승은 어려웠다. 터미널 승차홈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최소 3m의 간격을 필요로 하는 리프트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버스를 승차홈에서 2~3m 후진 한 후 ‘도로 반 승차홈 반’에 걸쳐 도로위에서 아찔한 탑승을 시도했다.

▲ 터미널 승차홈 구조상 버스를 도로반 승차홈 반에 걸쳐야지만 탑승이 가능하다.

문제는 또 있었다. 승차홈 높이가 12cm나 되다보니 도움 없이 가다가는 장애인들이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았다.

▲ 터미널 승차홈 구조상 턱이 높아 장애인들이 도움을 받아 승하차 하고 있다.

도움을 받아 탑승 한 후 안전고리를 휠체어에 연결하고 이번엔 센트럴시티(경부선)로 향했다.

센트럴시티에서는 장애인들이 하차하지도 못했다. 승차홈 간 간격이 강남고속터미널보다 좁아 리프트를 꺼내지도 못한 것이었다.

▲ 센트럴 시티, 공주터미널 등에서 승차홈 간격이 좁아 리프트 문을 열지도 못하고 있다.

터미널 관계자는 “서울강남고속터미널과 센트럴시티 승차홈은 전국에서 가장 넓다. 여기서 승하차를 못하면 전국 어디서도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주터미널에서 승하차를 못했다.

센트럴 시티를 출발해 12시08분에 정안휴게소에 도착했다. 하차, 화장실, 매점 이용, 승차까지 장애인들의 휴게 시간을 재보기로 했다.

▲하차 4분(12시08분~12분) ▲화장실 이동 및 이용 9분(12시12분~21분) ▲승차 4분(12시21분~25분) ▲안전 장치 장착 및 출발 2분(12시25분~25분)이 소요돼 총 27분이 걸렸다.

그런데 기자가 볼 땐 최소 60~80분의 휴게시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장애인들이 매점이나 식당을 이용하지 않은 점(30분), 소변·대변을 보지 않고 모습만 취한 점(16분), 휴게소에 인파가 몰려 활동이 지연되는 점(10~20분) 등을 비춰볼 때 27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화장실 이용을 16분으로 잡은 것은 정안휴게소에서 공주휴게소로 운행 도중 장애인 김 씨가 갑작스럽게 대변이 급하다고 밝혀 예정에 없던 휴게소에 추가로 들렀는데, 승하차부터 화장실 이용까지 16분이 소요돼 잡은 것이다.

장애인 김씨는 “남자 장애인들은 그나만 짧게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여자 장애인들은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식사까지 하려면 최소 1시간 이상의 휴게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역시나 기사들의 ‘교통안전’이었다.

장시간 운행속에서 10~20분의 휴식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 휴식시간의 절반을 장애인 승하차 업무로 써야 한다.

때문에 장애인들과 일반인이 함께 이용하는 것은 직간접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한정숙(59, 주부) 씨는 “같이 타서 이동하는 것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똑같은 돈을 지불하고 부산을 가는데, 누구는 3~4시간 걸리고, 누구는 장애인하고 탔다고 해서 5~6시간 걸리면 억울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장애인용 전세버스를 운전한 박창용 (주)에이블투어 대표는 “만일 이 버스를 고속버스 노선에 투입하면 투자 대비 이용 효율은 5%도 채 안 될 것이다. 30년간 장애인들을 태워 운행을 해본 결과 장애인들은 버스를 잘 안 탄다. 박사님들이 수요를 파악해보면 알겠지만 내 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KTX와 지자체들의 장애인택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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