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및 업계, 입석 금지 대책으로 좌석 확대 등 추진
기아차 “검토 의지만 보여 준다면 53인승 투입 가능”
최근 사회적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에 따른 각종 보완책이 지방자치단체와 업계 일각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버스 구조변경 통한 좌석 확대’ 및 ‘2층 버스 도입’ 등이 출퇴근 시간 좌석난 해결 대안으로 제시된 상태. 이런 가운데 관련 업계 일각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제작해 수출하고 있는 53인승 버스를 고려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대상 차량은 기아자동차 그랜버드 실크로드. 길이가 국내에서 가장 긴 12.5미터로 공간 활용성이 높다. 이미 전세버스와 고속버스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차다.
53인승은 기아차가 수출용으로 제작했다. 45석 형태 기존 버스와 달리 2열(8석)을 추가해 53석을 확보했다. 좌석이 늘어난 것은 수출 지역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다.
주요 수출 지역은 아프리카 가나로, 판매 대수는 연간 30대 정도다. 많지는 않지만 판매가 꾸준한 편이란 게 기아차 관계자 설명이다. 당초 중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바람에 가격 경쟁력에서는 다소 뒤졌지만, 성능과 디자인 등에서 앞서 수출 길을 열 수 있었다.
최근에는 실크로드 53인승 버스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이 정부 차원 논의되기도 했다. 대형버스 탑승 안전이 강화되면서 수도권에서 세종시를 왕복하는 셔틀버스가 입석으로 운행할 수 없게 됐다.
셔틀버스 운영을 관리 감독하는 경기도청이 국토교통부 등과 논의해 대안 마련에 나섰는데, 이때 실크로드 53인승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앞뒤 좌석 간격이 좁아져 다소 불편하지만, 30분에서 1시간 정도 통근 거리를 운행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 따랐다.
당시 수입차인 ‘2층 버스’가 경쟁상대로 나섰는데, 현재는 ‘2층 버스’가 대체 차종으로 유력한 상태다. 기아차 관계자는 “사실상 53인승이 배제돼 추진되던 계획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53인승이 검토 대상에서 멀어진 건 ‘축중’ 기준이 초과됐기 때문. 주행 도중 일어날 수 있는 사고나 도로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1개 차축에 연결된 모든 바퀴가 지면을 누르는 무게인 ‘축중’이 10톤을 넘을 수 없다. 그런데 실크로드 53인승은 이 기준을 초과해 국내 도로를 달릴 수 없다.
기아차에 따르면, 이론상 53인승 ‘축중’을 기준에 맞추는 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리타더(보조브레이크)를 차량에 달면 허용치를 3% 초과할 수 있다. 기아차 측은 “기술적으로 선결 과제가 많고 ‘무리한 좌석 확대’에 악용될 소지까지 고려해야 하겠지만,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로6’ 기준에 맞춘 디젤엔진 장착에 따른 비용 부담도 문제다. 차량 가격이 올라가면 현재도 만만치 않은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업체가 도입을 꺼릴 수 있다. 현재 실크로드 국내 판매 가격은 1억7140만원이다.
물론 차체 길이는 같지만 실크로드보다 가격이 낮은 그랜버드 블루 스카이도 있다. 가격은 1억5260만원. 이밖에 광역버스 노선에 실크로드나 블루 스카이 투입 사례가 없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가장 큰 광역버스 업체가 기아차와 거래를 한 적이 없는데, 차량 구입할 때 한 우물만 파는 보수적 성향 업계에서 과연 기아차가 새롭게 다가설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실크로드 53인승에 관심을 가져주고, 업체가 의지를 보여 준다면 광역버스 노선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버스업계가 “좌석 추가를 위한 버스 구조변경을 허가해 달라”고 국토부에 건의했다. 현재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승차정원을 변경하려면 구조변경 승인을 받아야 한다. 원칙상 승차정원을 늘리는 구조변경은 금지돼 있지만, 같은 형식 차량 정원 범위에서 좌석을 늘리는 건 가능하다. 유리창 규격이 비상구 기준에 적합하면 중간 승강구를 폐쇄할 수 있다.
수도권 광역버스 대다수가 출입문 2개가 달린 42인승 차량. 구조변경을 하면 좌석을 46개까지 늘릴 수 있다. 구조변경하려면 비용이 대당 200만원 든다. 10~11대를 고치는 비용 2000만원만 투입하면 차량 1대를 추가 확보하는 효과를 볼 수 있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