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매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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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매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이후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4.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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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우회, 수입차는 허점 이용...시장 잠식 여전”

업계 “시장 양적 규모 커졌다 해서 제도 탓 아니다”

제도보완 통해 본연의 취지 살려야 질적 성장 기대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 재지정을 놓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계가 눈치를 살피며 일전을 준비하고 있다. 대기업이 동반성장위원회에 50개에 달하는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시켜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업계 간 경쟁은 2라운드를 맞았다.

2011년 민간 자율합의로 시작된 제도는 대기업의 내수 시장 잠식을 견제하고 중소기업의 성장권과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최장 3년 기간의 일몰제다. 일단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더라도 해제 혹은 재지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단 의미다. 자동차관리단체 업종 중에는 중고차매매업이 지난해 2월, 전문정비업의 카센터 업종이 5월 지정돼 대기업의 투자 및 브랜드 대리점 진출이 제한됐다. 대기업도 할 말은 있다. 기업 경제면에서 이익을 위한 투자 활동이 제도로 묶여 제 역할을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고차 매매업이 적합업종 선정된 이후 그간의 실정을 돌아봤다.

경매장 규제 완화...업계, “대기업, 우회 전략으로 시장 공략” 주장

“중고차 시장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매매업의 적합업종 선정으로 그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다. 국내 경제적 요인이 영향을 미쳐 규모의 성장을 이뤘지만 대기업의 진출 자제가 원인은 아니다. 특히 중고차 경매장을 비롯해 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이 더욱 확대되고 있어 중소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고차 시장 규모가 신차 시장의 2배, 30조원에 달할 정도로 파이가 커졌지만 이것이 정부의 정책에 따른 보호 효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중고기업 적합업종 제도로 시장 공략에 제한을 받고 있는 대기업이 우회 전략을 택한 것으로 정부가 이에 손을 들어줬다는 입장이다.

업계는 중고차 경매장 규제완화가 시장 진입이 막힌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우회적으로 돕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 연간 중고차 거래 중 경매를 통한 매매는 2%대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 SK그룹, KT 등 현재 중고차 경매 사업을 하고 있는 업체들은 물밑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대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부는 중고차 경매장 영업소 시설 기준 규제 완화함으로써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적은 규모로 영업소를 설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는 어는 곳에서든 매입 물량 확보를 용이하게 해 영세 매매업체의 매입 물량과 불균형을 이룰 수밖에 없다는 게 반대의 이유다. 이는 결국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매매업(소매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바 있어 대기업의 관련 사업 확대를 비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매장을 운영하는 기업의 자본이 대부분 대기업인데 영업소 시설 기준이 확대되면서 그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취지가 무색한 것으로 형태만 달라진 채 대기업의 시장 공략은 그대로 진행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영세업체 보호한단 제도가 관련 규정 없어 수입차 업체만 이득 ‘역차별’

수입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3일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수입차 업계 최초로 자사 차량이 아닌 타사 차량 매입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벤츠는 2011년부터 주행기간 4년 또는 주행거리 10만㎞ 이내 자사 무사고 중고차를 정밀 점검한 뒤 판매하는 스타클래스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앞으로는 국내외 다른 중고차까지 매입하기로 한 것이다.

BMW코리아는 2005년부터 BMW·미니 중고차를 판매하는 BMW 프리미엄 셀렉션(BPS) 프로그램을 실시해왔다. 딜러사를 통해 전국 9곳에서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하며 지난해 2500대를 팔았다. 폭스바겐코리아도 8~9월 중고차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시범 딜러사를 선정하는 등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 역시 중고차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사업에 주목하는 것은 시장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수입차가 늘면서 거래량 자체도 많아졌다. 또 중고차 가격을 적절히 통제해야 신차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려는 이유다. 감가율이 높은 수입중고차에 인증과 보증 서비스를 더해 잔존가치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중고차 사업을 집중관리 해 신차 시장에까지 영향을 끼친다는 게 수입차 업체의 목표다.

이 부분에서는 대기업이든 중소업체든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중소업계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이후 SK엔카, GS카넷 등 대기업 계열사는 추가 점포를 낼 수 없지만 외국계 기업은 ‘확장·진입 자제’ 권고 대상에서 빠져 있다”며 “수입차 업계는 일반 소매상이 할 수 없는 무상보증 등 프로모션도 가능해 소비자가 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도의 허점이 외국계 업체의 시장 진입을 용이하게 해 국내 업계가 불공정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중소업체들 대표들은 이렇게 수입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자신들의 매입물량이 큰 폭으로 줄어 장사하기 힘들어 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한마디로 좋은 차들은 수입차 업체들이 모두 매입해가면서 중소업체들은 소위 잘 팔리는 차들을 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적합업종 선정 이후 수입차들의 무제한 진입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수입차 업체는 제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체는 법적으로 외국계 기업으로 분류돼 대기업 또는 중견, 중소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동반위 관계자는 “일단은 현재 상태로는 외국계를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쨌든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포함을 시켜서 합의를 도출하게 되면 그 쪽에서도 그런 권고에 대해서 이행을 해야 한다. 지금 해외 외제차브랜드들은 포함이 안 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커지자 외국계 업체의 진입이나 대기업의 전략 변화가 거세지고 있음에도 중고차 매매업이 종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 된 후 그 보호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를 보일 뿐”이라며 “실제로 영세업계는 지금도 다양한 공세에 시달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정부 차원의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도 현 상황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업계의 반발 움직임이 계속되자 정부의 움직임이 나왔다. 업계의 여론이 안 좋아지자 동반위는 역시 수입차 업체 등 그동안 역차별 논란에 있던 외국계 기업을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 용역 조사를 벌인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커지는 것에만 안주하지 말고 규모에 맞는 양질의 시장을 위해서는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보호책과 결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제도로 다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본연의 의미가 복원돼 매매업이 적합업종 기한 후에도 불필요한 논란 없이 재지정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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