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는 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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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는 차가 아니다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4.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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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교통안전공단 교통환경처장
 

한강변이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이 보행자를 들이받아 형사처벌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따라 사망사고, 중상해사고 또는 중대법규 11개 항목을 위반해 발생한 치상사고를 야기했다면 자전거 운전자라 하더라도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 반면에 통학목적으로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학생이 자동차에 부딪쳐 다쳤다면 차량운전자를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이 경우에는 차대차 사고로 구분돼 자전거 이용자는 보행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도 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자동차의 불법주정차와 난폭운전으로 차도를 이용할 수 없는 자전거 이용자는 불가피하게 보도를 이용하게 된다. 우리가 흔하게 목격하게 되는 이 광경에는 굉장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자전거 운전자가 보도 위에서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혀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보도통행방법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자전거를 ‘차’로 분류하고 있다. 중대법규 11개 항목 중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자전거를 타고가다 사고를 야기했다면 자동차와 동일하게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 피해자는 주로 보행자일테고, 경우에 따라 또 다른 자전거 이용자일 수도 있다.

도로는 자동차, 보행자와 자전거가 조화롭게 이용하는 교통공간이어야 한다. 현행 법제도의 관점에서 봤을 때 도로에는 ‘차’와 ‘보행자’만 있을 뿐이다. 도로관리청이 자전거도로를 아무리 많이 건설한다고 해도 자전거 이용자가 교통의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는 것은 우리의 법제도가 자전거를 독립된 교통수단이 아닌 위험한 교통수단인 차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자전거를 이용하더라도 대부분 레저나 건강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8%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가 30%를 넘고 있는 상황에 비춰 본다면 매우 놀라운 수치다.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로 기능이 축소되고 보행과 자전거의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이관하는 내용으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하고 있다. 과연 교통의 관점에서 보행과 자전거 업무를 국가안전처로 이관하는 것이 타당할까? 자전거는 자전거 전용도로의 설치,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 안전기준 정립 등 국토교통부의 소관사무로 바로 잡는 것이 맞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자전거를 독립된 교통수단으로, 개념정립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가 독립된 교통수단으로 구분이 돼야 자전거를 위한 전용신호가 생기고 자전거에 대한 별도의 통행방식을 제시할 수 있다. 교차로에서 자전거가 좌회전하고자 할 때 현재와 같이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넜다가(보행자의 지위) 다시 차도나 자전거 도로로 진행하는(차의 지위) 방식이 아닌 차량보다 먼저 자전거에 좌회전 신호를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보행자의 지위와 차량의 지위를 반복해서 오가는 불편함과 부당함을 제거할 수 있다.

또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서 보행자는 언제나 보호대상이지만 자전거는 자동차와 동일한 지위를 가지므로 언제나 보호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자전거도 자동차에 대해서는 교통약자임이 분명하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자전거를 독립된 교통수단으로 구분해 가해자로서 의무만 지울게 아니라 피해자로서 보호대상도 될 수 있도록 차등 적용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자동차 위주의 교통정책은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률을 OECD 32개국 중 꼴찌 수준인 31위로 끌어내리고 자전거 이용자 사망사고 발생률을 OECD 평균보다 1.3배 이상 높게 만드는 폐단을 낳고 있다. 자전거가 도로에서 자동차·보행자와 공존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될 수 있도록 법령 정비와 함께 이를 교통 전체의 관점에서 운용 가능하게 하는 조직 재정비가 함께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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