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실거래가와 차이 커…업계부담 시 반발 불가피
개인 ‘LPG 부가세’·법인 ‘특소세’ 통한 감차재원안 제시
실제 감차 시 ‘개인택시면허대기자·실직자’ 후폭풍 예상
전국 지자체마다 택시 공급규모를 적정화하기 위한 총량 및 감차 사업 추진이 한창이다. 올해 1월 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 지자체는 올해 상반기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감차계획을 수립하게 돼 있다. 공급과잉인 경우 정부·지자체 감차예산 및 업계 부담금 등을 재원으로 한 실거래가 보상감차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그러나 업계 안팎의 상황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감차 과정은 녹록치 않다. 감차 문제를 둘러싼 현실적 문제들을 살펴봤다.
▲‘자율감차 시범사업’ 현황=택시감차를 가장 먼저 시도하고 있는 곳은 대전이다. 국토교통부가 시행착오 최소화를 위해 1개 지역으로 한정한 자율감차 시범사업에 참여해 올해부터 본격 감차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단 대전시는 법인·개인 택시 8848대 가운데 약 15%인 1336대를 감차하기로 총량을 산정했다. 실거래가는 법인택시 1대당 4000만원, 개인택시 8000만원을 감차 보상금으로 책정해, 총 866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후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전지역 개인택시는 현재 면허 실거래가인 9000만원을 감차보상금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개인택시가 소득을 낮춰 세무 신고를 했던 관행에 맞춰진 낮은 실거래가가 아닌 실제 실거래가로 감차보상금을 지급받기 원한다는 얘기다.
이러한 의견차를 넘어 적정 감차보상금을 조율한다 해도 넘어야 할 산은 더 크다. 정부가 내놓은 지원금 규모는 감차대수 대당 1300만원(국비 390만원·시비 910만원)으로 실제 보상금액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 현재 대전시는 열악한 지자체 재정여건상 국비 확대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문제의 핵심은 ‘감차비용’=이처럼 당장 내년부터 추진될 택시감차 사업에 있어 가장 큰 난제는 ‘감차비용’이다. 국토교통부 마련한 ‘택시 자율감차 시행에 관한 기준’을 보면 감차보상을 위한 재원은 △국가의 감차예산 △지방자치단체의 감차예산 △택시운송사업자로부터의 출연금 △기타 개인·단체·법인으로부터의 출연금으로 정하고 있다. 사실상 13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부담이 업계에 지워지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업계의 현실과 근로환경을 개선한다는 궁극적 목적을 보면 감차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행정청이 제시하는 비용과 방법으로는 감차를 현실화하기가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며 “감차를 위한 막대한 부담이 사업자에게 주어질 경우 법인택시와 개인택시 모두 반발을 예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택시업계는 감차계획을 포함한 택시발전법 하위법령안이 논의됐던 올 초부터 감차출연금을 업계 부담으로 돌리는 데 대해 정부를 상대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업계는 감차재원 확보를 위한 구체적 안을 마련해 연합회 및 조합 차원에서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개인택시업계는 감차재원 마련을 위해 ‘LPG 부가세 ℓ당 70원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면세 대상인 개별소비·교육세 이외에 70원을 추가로 면제받아 이를 개인 소득이 아닌 감차기금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업계 일각에서는 운송수입금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90%를 95%로 인상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중 90% 환급액은 현재와 같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하되 인상폭 5%분을 감차기금으로 조성한다는 얘기다.
현재 연료비에 대한 부가세 면제 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재원마련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전망이지만, 감면대상과 혜택 폭이 상당해 세수감소에 직면하게 될 기획재정부의 반대가 거센 상황이다.
▲추가 예상 문제=정부의 택시감차 계획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총량 산정 결과 과잉공급지역에서는 신규면허 및 양도양수를 금지하며 택시 적정 수급을 조정해 나가게 된다. 이 경우 특히 법인택시 근로자들의 진로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도 개인택시 신규면허 공급을 놓고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잉공급과 낮은 실차율 때문에 신규면허를 내줄 수 없다는 시와 한 군데 법인택시회사에서 10년 이상 무사고 장기근속한 근로자들 사이에 줄다리기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지역에서 개인택시면허 발급은 2005년 이후 전면 중단된 상태다.
또한 개인사업자에 속하는 개인택시와 달리 노사 구조로 운영되는 법인택시의 경우 실질적인 감차 시 근로자들의 실직으로 이어지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다. 근로자 처우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감차가 오히려 노동자를 실업으로 몰게 되는 격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 한 관계자는 “법인택시의 경우 1대가 감차되면 2명의 실업자가 생기는 꼴로 5000대를 감차하면 1만명의 실업자가 양산되는 셈”이라며 “이들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추진할지도 감차계획 시 반드시 수립돼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서울지역본부는 택시 감차분에서 10%를 추가 감차에 개인택시 신규면허로 선순환 공급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