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차종 구조가 자동차 산업 성장 저해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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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직된 차종 구조가 자동차 산업 성장 저해 요인”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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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 다양성 확보 필요하다(下)
▲ 상품성이 대폭 개선된 2015년형 그랜저. 특히 기존 가솔린과 하이브리드에 더해 디젤 엔진을 출시하면서 다양한 소비자 수요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차종 다양성 측면에선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대중차와 프리미엄차로 이원화된 전략 필요해

플랫폼 공유 및 해외 先생산∙도입이 대안일 수

지난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해외에서 판매한 자동차는 모두 722만8813대. 반 조립제품(CKD) 방식으로 수출된 132만1381대까지 포함하면 855만대에 이른다.

양적으로는 일본 다음으로 많이 해외에서 차를 파는 국가다. 많이 팔기는 하지만, 한국차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했다. 가격 ‘싼’ 보급형 차가 주를 이뤘고, 차종도 세단 등으로 한정돼 있어 팔리는 곳이나 계층이 한정됐다. 그나마 최근 고급차를 내놓고는 있지만,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려움이 크다.

“한국차가 품질이 괜찮은 것 같아 다시 구입하려 했지만, 다양한 차종을 살피고 고를 수 없어 발길을 돌려야 했다”는 한 미국인 지적을 새겨볼 만하다.

국내 못지않게 해외에서도 국산차 다변화가 시급하다. 얼마 전까지는 몇 개 차종만 있어도 충분히 해외 시장에서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다. 안정적인 판매가 중요했기 때문에 주로 대중적 수요가 많은 차종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는 양적 성장 치중이 한국차 경쟁력을 떨어뜨린 요인이 됐다.

올해 들어 엔저 상황을 앞세운 일본차들이 전 세계 시장에서 공격적인 판촉에 나서고 있다.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게 한국 업체. 일본 업체가 주력으로 내세우는 차종과 겹쳐 경쟁이 불가피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차 종류가 경직돼 있다 보니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해외 시장 개척과 성장에 한계를 가져다줌은 물론 이로 인한 업계 피로도를 누적 시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업체가 다양한 차종을 내놓을 수 있는 충분한 기술력을 갖췄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모험과 인식전환에 대해 여전히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경우 디자인과 실용성∙효율성∙성능에 있어 뛰어난 경쟁력을 갖췄지만, 차종 다변화에 성공하지 못해 글로벌 경쟁에서 독일이나 영국∙일본 업체에 뒤처졌다.

지적이 끊이지 않는데도 다양한 차를 내놓지 못하는 건 한국 업체가 후발주자였기 때문. 그간 한국 업체는 자동차 관련 선도적인 기술을 갖고 있거나 개발하지 못했다. 자연히 어디선가 본 듯한 ‘붕어빵’ 차를 만들어 내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아 실패 위험 적은 ‘안전한’ 차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에 이르는 차량 개발 비용도 큰 부담이었다. 차를 내놨을 때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인데, 실패하거나 수요가 적으면 곧장 회사에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간 국내 업체 모두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외형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어야 했고, 해외에서는 인지도가 낮아 대량 생산 저가 차량으로 규모를 키워야 했다”며 “이는 차종 다변화는 엄두도 내지 못한 상황에서 당장 이익에만 골몰해야 하는 악순환을 낳았다”고 말했다.

많은 업계 관계자가 향후 한국 자동차 산업이 계속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차종 다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가 차량’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제약이 많지만 아주 불가능하지는 않다. 우선 같은 차나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차종을 내놓는 방법이 있다. BMW나 벤츠가 시리즈별로 다양한 엔진과 차종을 선보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차량 크기∙가격이 다른 시리즈별로 다양한 차를 선택할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차를 찾는 수요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국내 업체도 일부 플랫폼 공유가 이뤄지고 있지만, 업체만 다른 ‘같은 차’가 대다수라는 게 문제다. 전문가들은 “현대 쏘나타와 기아 K5를 내놓을 게 아니라, 쏘나타 내에서 엔진을 달리하거나 컨버터블∙해치백∙쿠페∙왜건 등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다양한 차종을 내놓는 건 모험에 가까운 일. 실용성이 뛰어난 왜건이 큰 매력을 끌지 못해 국내 시장에서 희귀 차종으로 여겨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컨버터블도 비나 눈이 자주 내리고 계절 차가 뚜렷한 국내에서 큰 수요를 이끌어내기 힘들다. 물론 최근 그랜저나 쏘나타 차종에서 하이브리드와 디젤 모델이 나오는 건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대목.

해외에서 먼저 만들고 국내에 들여오는 방법이 효율적일 수 있다. 최근 국내 업체가 현지 전략 차종을 공격적으로 개발하는 것을 이용하자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컨버터블을 국내 시장에만 팔려고 만드는 것은 비용 대비 수요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수요가 있는 해외에서 먼저 생산∙판매한 후 추세를 봐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더욱 치열한 차종 전쟁에 직면한 국내 업체가 수익을 극대화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프리미엄 차종에 대한 철저한 전략을 구축해야한다”며 “대중차 이미지에 머물고 있는 해외 평가를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대중차와 프리미엄차 두 가지를 모두 생산해 낼 수 있는 기반 조성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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