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주민번호 요구’에 렌터카업체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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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 ‘주민번호 요구’에 렌터카업체 ‘황당’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4.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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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주민등록번호 수집 전면금지’ 이후

구청, 과태료고지서 처리 목적 주민번호 요구

업체, “행정청이 위법 조장…책임은 누가?” 분통

‘늑장대처’ 서울시, 뒤늦게 ‘시스템 개선’ 나서

“임차인변경요청서에 주민등록번호가 누락돼 있습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최근 렌터카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관할구청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용인 즉 버스전용차로 위반 운전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이달 초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전면 금지된 이후 렌터카 임대계약서 작성 시 고객으로부터 주민번호를 받지 않고 있던 업체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요구에 당황스러웠다.

“매체에서 떠들어대는 터라 사업자들은 미리부터 알아보고 준비한 일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구청이 딴 소리를 하니 혼란스러운 게 당연하죠. 고객 주민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업체 앞으로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하니 이게 대체 무슨 경웁니까.”

2013년 8월6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에 따라 2014년 8월7일부터 모든 공공기관과 민간사업자가 법령상 근거 없이 불필요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없고, 이를 어길 시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 아울러 법령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에 수집해 보관 중인 주민번호를 2016년 8월6일까지 모두 파기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 7일 개정법이 발효된 이후 구청으로부터 A씨와 같은 전화를 받은 서울시내 렌터카업체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 대부분 관할관청은 렌터카업체가 주민번호 수집을 중단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데다 업체가 사정을 설명해도 시스템상의 문제를 거론하며 거듭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사태까지 포착돼 문제가 되고 있다.

B구청 직원은 “현재 구청 시스템은 과태료 대상 차량정보 입력 시 기존대로 운전면허번호가 아닌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게 돼 있어 주민번호가 없는 정보를 어떻게 입력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서울시에 문의했으나 시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현재 각 구청의 과태료 입력 시스템은 서울시 관리하에 동일하게 운용되고 있어 구청이 스스로 시스템을 바꿀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버스전용차로 위반, 불법 주정차 등 교통법규 위반차량 단속 후 통상 7~10일 이후 사전통지서가 운전자에게 송달되는데, 8월7일 이후분에 대해서는 전산상 임차인 변경이 불가능해 지정일자 송달이 어렵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임차인변경요청서에 주민번호 대신 면허번호가 기재된다는 사실을 구청의 문의전화를 받고 렌터카업체에 직접 문의해 알게 된 것이 사실”이라며 “안전행정부나 국토교통부로부터 관련 공문이 내려오지 않아 대처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시는 뒤늦게 시스템 개선에 착수했으나 정상화에는 상당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교통법규 위반 범칙금을 수납하는 경찰청은 지난달 주민번호 입력 방식을 면허번호 입력 방식으로 바꾸는 시스템 개선을 완료해 차질 없이 고지서를 송달하고 있다. 지난 5월 각 지방경찰청에 렌터카 위반자에 대한 주민등록증 첨부 요청 공문을 하달하는 과정에서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된다는 사실을 인지해 발 빠르게 대처한 케이스다.

한편 이번 지자체의 늑장 대처에 대해 올 초부터 관련 서류를 정비하고 예상문제를 미리 점검해 온 업계로서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 국민에게 불이익을 초래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임에도 행정관청이 문제의식 없이 방관하고 있다 사업자들에게 도리어 위법을 요구하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광 서울자동차대여사업조합 법무팀장은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된 지 2주가 지났는데도 구청의 황당한 요구에 대처방법을 묻는 사업자들의 문의전화가 계속됐다”며 “전문성과 인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정부가 행정대처 능력에 있어 중소 렌터카업체보다 뒤진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유기적 협력 부재로 불거진 일인 만큼 사업자와 렌터카 이용자들의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는 빠른 대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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