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배려,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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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배려, 어디까지 왔나
  • 곽재옥 기자 jokwak@gyotongn.com
  • 승인 2014.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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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배려는 사회적 책임이다”

전체 인구의 24.8% 해당…고령자 47.3%로 최다

버스 편의시설 설치율·만족도, 철도·항공 못 미쳐

보행 사망사고 50.9%가 ‘교통약자 고령자·어린이’

“예산·수요·시행여건 탓 말고 지속실천의지 필요”

 

‘교통약자’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자, 어린이 등 생활을 영위함에 있어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자’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2005년 1월에 제정·공포돼 2006년 1월28일부터 시행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하고 있다. 그렇다면 9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는 얼마나 교통약자를 위해 배려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교통약자 차별 현주소=교통약자에 대한 차별 철폐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장애인의 날을 기해 10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420 장애인차별공동투쟁단’이 경찰과 물리적으로 대치한 데 이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있던 이달 초에는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서울·대전·광주 등 버스터미널에서 시위·집회를 이어갔다.

이들은 “장애인도 국민으로서 당연히 고속버스, 시외버스 등을 이용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이용해 고향에 가고 여행을 할 자유가 있다”며 “운수사업자는 관련법을 준수하고, 정부와 국회는 장애인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과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장애인의 자유로운 이동은 아직도 용이하지 않다. 일례로 지난 6월14일 안양의 한 버스기사가 시각장애인과 안내견의 동반 탑승을 거부한 사건이 있었고, 해당 운수업체는 별다른 처벌 없이 지자체의 ‘주의’ 공문을 받는 데 그쳐 문제가 됐었다. 이를 계기로 현재는 승차거부에 대한 법적 처벌을 사업용 승합자동차까지 확대하는 법률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자유로운 이동에 제약을 받는 것은 장애인뿐 아니다. ‘2013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실태조사(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2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교통약자 인구는 전체 인구의 약 24.8%인 1263만명 수준으로 2011년에 비해 22만명이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고령자(65세 이상)가 47.3%로 가장 많고, 어린이와 장애인이 각각 18.6%와 11.9%로 조사됐다.

이들의 주요 이동수단은 △도보 32.3% △버스 27.7% △자가용 16.3% △택시 6.9% △휠체어 5.1% △지하철 4.5% △철도 3.0% △특별교통수단 2.1% △무료 셔틀 1.6% △기타 0.5% 순이다. 그런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버스에 대한 만족도는 정작 56점, 여객자동차터미널이나 버스정류장에 대한 만족도도 각각 54점과 56점으로 타 교통수단 및 여객시설에 비해 가장 낮은 게 현실이다.

▲‘고령 보행자 안전’ 시급=교통약자의 복지 수준을 가늠하는 교통복지지표에는 이동편의시설 기준적합률이나 이동수단 보급률 이외에도 ‘보행자 사고율’이 주요항목 중 하나에 속한다. 우리나라가 선진 외국과 비교해 심각한 것이 보행자 사고인 ‘차 대 사람’ 사고 비율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2013년 교통사고 통계(도로교통공단)를 보면 ‘차 대 사람’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1982명으로, 이중 교통약자인 65세 이상 고령자 사망자가 951명(48%), 12세 이하 어린이가 57명(2.9%)에 해당한다. 특히 보행 중 사망자 2명 중 1명이 고령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보행안전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태학 도로교통공단 경북지부 교육홍보부장은 “우리 모두는 하나의 공간을 모두가 공평하게 나눠서 사용해야 함에도 교통약자가 통행하고 횡단하는 모습이나 고령자, 유아 동반 보행자, 장애인이 길을 건너는 사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경음기를 울리는 운전자들을 종종 본다”면서 “사회적 책임이란 국가나 기업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 인명존중과 안전이 보장돼야 하는 도로 위에서도 필요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교통약자 배려 의식’ 요원=최근 장애인 단체를 중심으로 이동권 보장 요구가 이어지면서 국회 및 일부 지자체에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대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저상버스와 장애인콜택시를 확대하고, 운전자와 교통약자 간 위치·운행정보를 스마트폰으로 제공하는 등의 계획을 올초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 마련이나 시설물 개선 등의 노력과 함께 동반돼야 하는 것이 운전자의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교통약자는 무단횡단을 하더라도 차의 속도나 거리에 상관없이 운전자가 알아서 피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등 다양한 행동특성을 가지지만 정작 대부분의 운전자는 이러한 지식이 없어 돌발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선진 외국 가운데서도 교통이동의 편의성과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최고로 꼽히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수도인 스톡홀름시는 시내버스 100%가 저상버스로, 노약자·장애인·유모차의 전용 출입을 위해 출입구가 3개다. 버스운전사는 승하차 시 불편하지 않도록 승강장과의 간격이 거의 없도록 주차하는데 정기적으로 엄격한 테스트를 받기 때문에 이것이 습관화돼 있다.

김건영 한국교통연구원 기획경영본부 팀장은 “특별교통수단 운행, 보행우선구역 지정 등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일”이라며 “매년 예산, 수요, 시행여건 등에 대한 해명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교통약자를 넘어 국민 모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보편적이고 기초적인 교통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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