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부품 안전성 국제표준, 뒤늦은 대응에 경쟁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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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부품 안전성 국제표준, 뒤늦은 대응에 경쟁력 ‘우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4.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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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O 26262 도입, 국내 부품 업계의 실태와 전략
     
 

업계, “내년 실질적 원년...해외 경쟁사보다 3년 늦은 셈”

국내 완성차 업체도 도입 검토 중...실전 체제 돌입 ‘시급’

자동차의 전장화(電裝化)가 가속화되자 그에 따른 안전성이 담보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자동차의 안전개념이 기계공학적인 관점에서 전장부품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장부품이 늘어나면서 급발진 사고 등 전자적 오류에 의한 사고의 위험이 증가하는 것도 이런 변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해외의 자동차 업계는 안전성 국제표준을 만들어 기준에 부합하는 부품 생산체제 경쟁에 돌입했다. 아울러 글로벌 협력 업체들에게 기준 준수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장부품에 대한 국제 안전기준. 일명 ISO 26262가 부각된 것은 지난해 업계의 이슈가 됐던 미국 내 도요타 리콜 사태가 급발진 사고 책임으로 천문학적 액수(약 1조 2800억원)의 벌금을 맞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국내 완성차를 비롯해 부품업계는 대응 시기가 늦은데다 별다른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향후 해외 부품 경쟁력에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응 마친 글로벌 업체, 국내 협력 부품사에 표준 준수 요구

자동차 분야 국제표준인 ISO 26262가 자동차업계의 운명을 좌우할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ISO 26262는 자동차의 전자장치 부품·시스템과 소프트웨어 오류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고 전장시스템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1년 11월 제정한 자동차 전장 부품과 관련된 안전성 국제표준이다.

3.5톤 이하 승용차량에 탑재된 전장부품이 대상으로 총 10개 파트에 걸쳐 제품의 구상 단계부터 개발 생산 및 운영, 사후지원에 이르는 제품수명 전 단계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기능안전 요구사항을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ISO 26262 인증이 의무사항은 아니고 본격 시행까지 3년간 유예기간도 있다. 그러나 해외 주요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 유예기간이 끝나기 전에 ISO 26262를 도입했다.

해외 완성차 업체 중에는 BMW,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GM, 도요타, 닛산 등이 부분 또는 전면 ISO 26262를 도입했다. 부품업체도 더불어 시급해졌다. 완성차업체들은 부품업체에도 ISO 26262 준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쉬, 콘테넨탈, TRW 등 대형 부품업체들은 ISO 26262 대응을 끝마쳤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삼성SDI, 만도, LS산전 등 주요 자동차 부품사들이 해외 완성차 업체로부터 기능안전 국제표준(ISO 26262) 준수를 요구받고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해 12월 자동차용 배터리제어시스템에 대해 국내 최초로 ISO 26262 매니지먼트(FSM) 인증을 획득한 삼성SDI는 이를 적용한 첫 제품을 이르면 올 연말 유럽 완성차 업체에 납품할 예정이다. 그동안 선행 제품개발 차원에서 해외 완성차 업체에 ISO 26262 적용 부품을 납품한 적은 있지만 양산 부품에 적용한 것은 삼성SDI가 국내 최초다.

만도는 GM 등으로부터 제동 및 조향 관련 부품에 대해 ISO 26262 준수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LS산전 역시 다임러, 르노 등에서 동일한 요구를 받았다. 양산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두 업체 부품 모두 양산 차에 탑재될 예정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아직까지는 수출 업계에 국한돼 있지만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ISO 26262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 부품 업계 전체가 ISO 26262 대비를 실전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기아차는 내년 말 전면 적용을 앞두고 최근 협력사를 대상으로 ISO 26262 역량 평가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전문가는 “해외 완성차 업체의 경우 ISO 26262 역량이 안 되면 아예 입찰 참가를 제한한다”면서 “전체 준비기간이 2년 가까이 소요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뒤늦게 중요성 인식...업체별 대응준비 및 실력차 커

ISO 26262는 자동차에서 전장부품이 늘어나는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문제는 국내 부품업체다. 해외 환경이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데도 대응 준비가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최대 업체인 현대·기아차만 해도 내년에 도입하겠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내년에 도입한다고 해도 해외 경쟁업체보다 3~4년은 늦은 셈이다.

현대·기아차가 이 정도면 다른 완성차 업체들 사정은 짐작이 가능하다. 또한 중소형 부품업체들은 ISO 26262가 뭔지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선 부품 업체들이 ISO 26262에 대한 중요성을 뒤늦게 인식하면서 업체별로 실력차가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동차업계가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TF팀을 구성해 세미나, 전문가 양성 등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ISO 26262는 선진국이 후진국을 견제하는 무역장벽의 성격도 크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국제표준은 계속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소비자 안전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내년이 ISO 26262 도입의 실질적 원년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가 내년 말 신차에 기능안전 국제표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급발진 등 차량 전자장비 오류로 발생하는 사고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통상 신차 개발 기간이 2~3년인 것을 감안하면 2017~18년 사이에 현대차가 ISO 26262를 전면 적용한 첫 차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쌍용차도 내년 중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진출을 선언한 쌍용차는 품질의 바로미터인 ISO 26262 적용이 절실한 상황이다.

ISO 26262 도입은 국내 자동차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강화된 품질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부품업체가 퇴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ISO 26262는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 탄탄한 기술력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면서 “이를 오해해 기술력보다는 문서 작성에 치중하는 부품 업체가 있다면 결코 완성차 업체의 인정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ISO 26262가 세계적으로 동시에 적용되면 부품 업체의 글로벌 평준화라는 효과를 가져 온다. 전 세계 모든 부품 업체가 똑 같은 기준에 따라 부품을 제작하기 때문에 품질이 동등해지는 것이다. 이는 완성차 업체에 대단히 유리하게 작용한다. 한두 개 부품업체에 휘둘리는 일 없이 전 세계에서 부품을 싼 값에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이 우리나라 완성차 및 부품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면밀히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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