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수출 열린다더니, “수입차만 배불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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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수출 열린다더니, “수입차만 배불렸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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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발효를 기념해 양국 협상 관계자가 리셉션을 열고 손을 맞잡고 있다.

한-EU FTA 발효 3주년

수출 답보 … EU 지역서 수입은 48% 이상 급성장

유럽發 악재 속, “국산차 경쟁력 제고 관심 필요해”

소탐대실(小貪大失)한 격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진 우리가 잃은 게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11년 7월 한국과 유럽연합(EU) 간에 자유무역협정(FTA)이 공식 발효됐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FTA 최대 수혜 업종으로 자동차 산업을 꼽았다. 그러면서 “1500cc 초과 중형 승용차 부문에서 가격 경쟁력이 제고돼 수출증대가 이뤄질 것”이라 예측했다.

한-EU FTA 최대 걸림돌이었던 농산물 시장을 사실상 개방해 주는 대가로 자동차 수출을 늘려 나가겠다는 복안이었다.

FTA 발효 3년이 지난 시점, 한-EU 자동차 교역 동향은 정부 예상과 다르다. 최소한 이명박 정권 전망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확인케 한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EU로 수출한 차량은 24만6002대. 금액으로는 40억5588만 달러에 이른다. 28만3554대(38억5202만 달러)를 수출한 전년 동기와 비교해 차량 대수는 13.2% 줄어들었다. 대신 금액은 5.3% 늘었다.

지난해(2013년) EU 지역에 수출된 차량은 모두 40만6367대였다. FTA가 발효된 2011년에는 전년 대비 42.9% 늘어난 42만6057대를 기록했었다. 그러다 이듬해인 2012년 39만8223대로 6.5% 감소했다. 2013년 실적은 전년 대비 2.1% 증가한 것.

금액은 2011년 55억7266만 달러를 기록한 후, 2012년(51억2715만 달러)에 소폭 감소했다 다시 2013년 57억2797만 달러로 증가했다.

반면 올해 8월까지 EU에서 수입된 차량은 11만3305대. 금액은 43억3773만 달러에 달했다. 전년 동기 실적은 7만6190대(27억2870만 달러)로, 올해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 대수와 금액 각각 48.7%와 59.0% 증가했다.

EU에서 수입된 차량은 2011년 8만6071대(32억9229만 달러)에서 2012년 10만6875대(38억6316만 달러)로 늘었다. 2013년에도 12만3218대(43억163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보이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1년과 비교해 지난해(2013년) 국산차 수출 대수는 4.9% 증가했고, 금액은 2.8% 증가했다. 반면 수입차는 같은 기간 대수와 금액이 각각 43.2%와 30.7%씩 늘었다.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누적 실적은 국산차 수출이 147만6649대(204억8366만 달러)였고, EU 수입차는 42만9469대(157억9481만 달러)로 나타났다.

수입 증가가 수출보다 9배 높은 것을 두고 “결과적으로 FTA가 EU 지역 자동차 브랜드 배만 채워줬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FTA 이전 10%나 됐던 EU 지역 고 관세율이 철폐되면 한국산 자동차 수출 길이 활짝 열릴 것이라던 정부 분석은 한마디로 ‘무책임한 판단’이었다”며 “소비자 성향이 까다로운 자동차 본고장 유럽에서 국산차 브랜드 인지도 제고는 물론 차량 성능 개선과 같은 종합적 고민 없이 가격 조정에만 신경 써 현재까진 국내 업체가 밀리는 꼴이 됐다”고 말했다.

문호 개방에 따라 EU에서 수입되는 자동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업체 모두 디젤 차량과 같은 고효율 모델이나 프리미엄 모델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U 지역에서 생산된 차량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73.2%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69.2%)과 2013년(64.5%)에 연이어 떨어지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다 올해 들어선 8월까지 69.0%로 다시 상승 중이다.

원인은 올해부터 수입차에 매겨지는 관세율이 더욱 떨어졌기 때문. 지난 7월부터 EU 지역 생산 차량에 적용되던 수입관세가 배기량 1500㏄ 이상은 완전 철폐됐다. 1500㏄ 미만 소형차도 기존 4.0%에서 2.6%로 내려갔다.

업계는 고성능∙고효율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EU 지역 생산 차량이 앞으로 더욱 시장 지배력을 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수입차 업체도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시장을 아시아 진출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FTA 효과를 기대했던 국내 업체는 생각만큼 실적이 향상되지 않아 고심하는 분위기다. 현재 장기화된 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EU 전역에 걸쳐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있는 상황. 이로 인해 對 EU 수출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고 이다.

이는 전체 산업계 공통으로 겪는 문제. FTA 발효 2년차였던 2012년(7월)에서 2013년(6월) 사이 EU 지역 전체 수출액은 484억 달러로 전년 대비 4.8% 감소했다. 3년차인 2013년(7월)부터 올해(6월)까지 수출액도 직전 대비 2.3% 줄어든 473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한국으로의 수입은 530억 달러에서 547억 달러로 3.2% 증가했다.

환율 악재도 자동차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걸림돌. 이 때문에 국내 업체 상당수가 EU 지역 인근에 생산 거점을 만들고 현지 생산∙판매를 강화하고 있다. 해외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EU 및 주변 지역을 염두하고 생산한 차량은 2011년 59만대. 이후 2012년(68만대)과 2013년(72만대) 연속으로 늘어났다.

올해도 8월까지 55만2853대를 생산해 전년 동기(46만3858대) 대비 19.2% 증가한 상태. 업계는 해외 생산 확대가 향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외 여건 악화로 국내 업체가 해외 생산시설을 통해 차량을 EU로 판매하는 것은 업체 성장에는 기여할지 몰라도 국내 산업 발전과 경기 부양에는 큰 효과가 없다”며 “EU 지역 수입차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국내 생산 차량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정부나 기업이 관심 가져주는 것만이 한-EU FTA 성취 목표를 살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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