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관광시장의 회복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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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관광시장의 회복을 기대하며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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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이라는 분야가 그렇고 직업적으로도 남들보다 해외를 여행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흔히 가보지 않은 나라나 지역도 여러 곳 다녀왔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분들이 다녀왔거나 가는 곳 중에 개인적으로 가보지 않았거나 다시 가지 않은 나라가 있다.

얼마전 '꽃보다 할배'라는 종편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 대만과 동남아의 떠오르는 관광지 베트남이다. 대만을 처음 여행 할 때가 1981년이었으니 안가본 지 30년이 훌쩍 넘는다. 당시 대만 관광 중 어느 곳에서나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정말 귀한 손님 대접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하긴 왜 안그랬겠는가. 한국과 대만이 공산주의에 맞서 분단된 세계에서 정말 몇 안 되는 나라라는 공통점이 있었고 한·중간 오랜 역사적 친연관계에서 대만이야말로 그 정통성을 이어받은 국체로서 인식이 있었다는 점 등이 그런 호의의 배경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관계로 한국전쟁 당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었던 대만이 한국전쟁 파병동의안에 제일 먼저 찬성하기도 하고 독립운동 시절부터 우리나라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협력을 많이 한 장개석 총통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1978년 개혁개방이후 경제적으로나 외교적으로 세계강국으로 커가는 중국과 국교수교없이 지낼 수 없었던 우리정부는 1992년 대만에 일방적 국교 단절을 선언해버렸다. 더구나 명동에 있던 대만 대사관부지도 중국에 넘겼으니 대만인들이 받았던 배신감과 충격은 엄청났을 것이다. 실제 당시에 대만 곳곳에서 한국 국기가 불태워지고 주재중이던 많은 상사원들과 가족들이 엄청난 비난과 협박을 당했다는 것은 국내 언론을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일이 있고나서 수 십년이 흘렀지만 그 후 대만을 찾지 않은 것은 미안함과 함께 혹시나 그때의 보복을 받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베트남의 경우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이다.

동남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유교전통이 강하고 하롱베이 등 세계적 관광자원이 유명해도 지금껏 가볼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가 월남전에 참가했고 이유와 명분을 떠나 그 과정에서 많은 월남 사람들이 희생된 일이 있는 것이다. 또한 전쟁이후 많은 한국 사람들이 베트남에 가서 사업 등을 하면서 무책임한 성적 방종을 통해 전쟁 중 태어난 '라이따이한'의 계보를 '신라이따이한'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같은 한국사람으로 큰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역시 미안함과 두려움 때문에 가보고 싶은 나라를 여지껏 못 가게 된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권할 만한 것이 아니고 그럴 의사도 없다. 단지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얼마 전 개최된 '한·일 관광교류 확대 심포지엄'에서 많은 이야기를 듣고 공감했기 때문이다. 잘 알려진대로 일본은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최근까지 우리나라 인바운드 관광에서 부동의 제 1시장으로 압도적 점유율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독도방문과 일왕사죄언급 이후 급냉한 한일 관계에 최근 아베정권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무책임한 태도로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더구나 2012년 7월 100엔 1440원 대의 환율이 최근 900원대까지 떨어지는 엔저현상으로 구조적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일간의 항공운항 편수와 좌석도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이 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많은 일본측 인사들이 일본인들이 방한 일본관광객 감소 원인으로 두려움을 들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도 최근 한·일간 영토·역사의식 등에서 비롯된 반일 분위기로 한국에서 위협을 당하거나 환영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어느 정도 사실로 생각된다.

최근 들어 지속되는 엔저현상으로 일본여행이 가격 면에서 더욱 유리해졌는데도 일본을 찾는 우리국민이 줄어드는 것도 일본내 혐한 움직임과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따지고 보면 한·일 양국 모두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그나마 국제관광 호황이 소중한 성과임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한·일 양국 모두 서로의 시장이 국제관광 볼륨 면에서 중요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양국은 지리적 거리가 주는 수요안정성의 이점은 물론 구매력이나 문화적 소양으로 볼 때 상대적으로 질 높은 시장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더욱이 우리나라 입장에서 중국인 관광객 시장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자칫 독이 될 수 있는 마당에 일본 시장의 회복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도 당연히 방일한국관광객의 축소도 그렇지만 방한 일본 관광객의 감소도 좋아할 일이 아니다. 이는 시장에 관계없이 일본 관광업계의 손해이고 역시 급증하는 중국인관광객에 대한 균형차원에서 한국 시장이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인식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양국 사이에 곯아온 역사·영토문제가 어느 날 갑자기 해결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렇다면 흔히 외교관계에서 그렇듯 정경분리의 원칙이나 민간차원의 대대적 협력분위기가 필요해 보인다.오래 전 대통령이 직접 TV에 나와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했던 광고처럼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서 따뜻한 환영메시지를 전하거나 대규모 방한 경제 사절단이 보란듯이 양국을 오가는 아이디어와 실행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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