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파견직 전세버스 기사들 “월급 올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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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파견직 전세버스 기사들 “월급 올려달라”
  • 정규호 기자 jkh@gyotongn.com
  • 승인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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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국과 달리 도급 전세버스 계약 많아

“임금 높지만 값비싼 실리콘밸리에선 못 살아”

페이스북에 파견된 미국 전세버스 기사들이 저임금과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려고 산별노조에 도움을 청해 눈길을 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온라인판 보도에 따르면 고액 연봉을 받는 페이스북 직원들의 본사 출·퇴근을 책임지는 버스 기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임대료가 비싼 실리콘밸리에서 살지 못할 정도로 임금이 낮은데다가 아침 6시에 나와 15시간 후인 밤 9시가 지나서야 일이 끝나 가정을 돌보지 못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다수가 견디다 못해 산별 노조인 팀스터스(전미트럭운전자조합)에 자신들을 대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팀스터스는 지난 2일 사용사업주인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에게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기사들 편에 서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팀스터스 북(北)캘리포니아 지부장인 롬 앨로이스는 서한에서 "당신 회사의 직원들이 특별한 임금을 받고 샌프란시스코 인근 지역에서 배타적인 삶을 즐길 때 이들 기사는 제대로 가족을 부양하거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으며 최소한 근무지에서 집조차 구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앨로이스는 먼저 페이스북 기사들을 노조에 가입시킨 후에 구글, 애플 등 다른 실리콘밸리 업체들에서도 기사들을 조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앨로이스는 신문과 통화에서 "어디선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면서 도미노 효과를 기대했다.

페이스북 버스 기사인 클리프 도이(55)는 자신에게 가장 큰 문제는 시간당 20.8달러(약 2만2000원)의 낮은 임금보다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분할 근무제라면서 오전 6시10분부터 11시10분까지 출근시간 일을 하고 5시15분부터 9시45분까지 퇴근시간 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많은 기사처럼 근무지에서 멀리 살기 때문에 중간에 집에 쉬러 갈 수도 없다며 "노조가 들어와 사측과 협상을 통해 낮 6시간을 붕 뜨게 만드는 분할 근무제를 좀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페이스북 간부는 자신들은 일정한 돈을 주고 파견사업주인 버스회사와 계약했기 때문에 기사들의 임금과 일정 관리는 자기네 소관 사항이 아니라고 말했다.

즉, 도급 전세버스회사와 계약을 했기 때문에 기사들 임금 문제에 관여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해당 버스회사인 루프 운수의 제프 레너다키스 사장도 "우린 다른 버스 회사들과 달리 초과 근무비에 휴가 수당 등의 혜택도 제공하기 때문에 이 사안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분할근무제가 좀 힘들긴 해도 고객사에서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팀스터스는 자신들의 도움을 요청한 버스 기사들의 서명을 기초로 루프 운수에 노조 지위를 인정해달라고 압박을 가하는 한편 사측이 끝내 거절할 경우 표결을 통해 노조 가입을 정식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최근 수개월 동안 노동단체들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외부 도급업자를 사용해 직접 고용직원에 비해 임금 및 수당을 후려친다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이에 구글은 200여명의 용역경비직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앨로이스 지부장은 팀스터스가 보기에 버스 회사들이 도급 계약을 따내기 위해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파견직 근로자들이 대접을 받기 힘든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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