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정비시간 산출 작업 진통...업계 간 불신 해소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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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정비시간 산출 작업 진통...업계 간 불신 해소 요원”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4.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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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자동차관리법 개정 ‘정비요금 공개’ 의무화

“독립된 전문기관이 주도해 산출, 공신력 높여야 신뢰회복”

외국, 정부 개입 없이 시장 자율 최우선으로 분쟁 최소화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됨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정비작업별 평균정비시간(표준정비시간)을 자동차정비사업자단체가 정해 공개해야 하고, 주요 정비작업에 대해서는 시간당 공임 및 표준정비시간을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사업장 내에 게시해야 한다. 단 시간당 공임은 공정거래법상 사업자단체가 공동행위를 할 수 없어 개별정비사업체별로 산정한다.

정비업체의 정비요금이 업체별로 차이가 많고 일부 업체의 경우 소비자에 따라 차별요금을 받는다는 민원이 제김 됨에 정비요금을 안정화시키려는 취지다.

개정된 자동차관리법 시행을 몇 개월 앞두고 표준정비시간이 문제로 남아 있다. 정비사업자단체 내 이견으로 표준정비시간 산정이 불협화음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비업계와 손보업계 간 오랜 불신의 골이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정비업계가 정비시간 산출과정에 있어 보험업계의 개입을 원치 않아서다. 자동차관리법이 규정한 대로 업계 자체 산출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한편에선 “표준정비시간 산정에 있어 주요 당사자일 수밖에 없는 보험업계와 정비업계가 따로 가는 방식은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뿐”이라며 “이해 당사자 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산출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보험업계 vs 정비업계 간 해묵은 갈등, 소비자 불신 조장

현행 정비요금은 국토부 연구용역에 참여하여 표준작업시간 연구를 담당했던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정비요금 산정에 참고할 수 있도록 신차에 대한 표준작업시간을 산출하여 ‘참고작업시간’ 형태로 양 업계에 제공해 왔다. 하지만 국토부가 공식적으로 지정한 표준작업시간 데이터 유지보수기관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비업계로부터 데이터의 객관성과 신뢰성을 의심받아 왔다.

또한 정비요금 공표 이후에도 매년 출시되는 신차에 대한 표준작업시간의 산출, 시간당공임의 조정 등 후속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의 분쟁과 불신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국내에서 운행되고 있는 외제차에 대한 표준작업시간과 차체수리 판금작업에 대한 표준작업시간도 지적됐다. 국토부 공표 정비요금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국내 자동차제작사 직영AS센터들도 도출된 정비요금 기준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도 남겨놓은 상태다. 국내 자동차 제작사들의 위치에 비춰볼 때 합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 정비업계의 생각이다.

이와 함께 최근에 해외의 견적시스템들이 국내에 들어와 외산차 수리비 산출기준으로 일부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으로부터 국토부 공표 표준작업시간의 작업항목 체계도 해외의 견적시스템처럼 다양한 수리내용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래저래 표준정비시간을 두고 시장 참여자들이 만족할 결과를 얻지는 못한 채 말들만 많은 실정이다.

해외, 정비시간 산출에 보험사와 정비업체 배제...국내만 업계 개입

북미, 유럽, 일본 등 해외의 사례의 경우, 정부가 정비요금 결정에 직접 개입하는 국가는 없다. 표준작업시간은 전문기관이 산출하여 견적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데이터가 사용되고, 시간당공임은 시장가격을 기초로 개별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에 협의에 의해 결정된다. 한마디로 표준작업시간과 시간당공임 모두 시장자율에 맡겨져 관련 당사자들의 선택 또는 참여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어 정비요금으로 인한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다.

일본의 경우 보험협회나 정비연합회와 같은 단체 간 계약방식이 아닌 개별 정비업체와 보험사의 일대 일 계약 체결방식을 따르고 있다. 단체 간 계약은 담합에 해당해 금지라는 것. 계약의 종류는 1년 단위 계약과 사고차량 수리 건별 계약, 두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1년 단위 계약은 주로 딜러가 운영하는 정비업체 또는 대형 정비업체인 경우에 해당하고 일반적으로 4~6월에 계약해 매년 갱신하는 형태다. 이외에 중소 정비업체와는 수리 건별 계약방식을 취한다. 작업시간 산출에 관련해서도 보험사와 정비업체는 참여하지 않는다. 산출결과에 의문사항 접수만 가능하다. 국내 작업시간 산정과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이다.

표준작업시간은 전문기관이 산출하여 견적시스템을 통해 제공하는 데이터가 사용되고, 시간당공임은 시장가격을 기초로 개별 보험사와 정비업체 간에 협의에 의해 결정된다.

반면 국내는 국토부의 연구용역에 참여했던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가 내놓는 작업시간을 참고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여기에 정비업계는 보험개발원 산하기관의 정비시간 산출 결과에 공정성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결과일 뿐이라는 것과 동일 기관이 개발한 수리비 전산견적시스템(AOS)사용에 대한 강요가 이 같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주장이다. 손해보험사 위주로 개발됐다는 이유다. 업계의 갈등이 해당기관의 산출 데이터 자체를 의심하는 상황이 된 결과다.

“표준정비시간 산출위한 독립된 전문기관 부재가 문제 키워”

일본의 경우도 작업시간 관련 대부분은 1975년부터 자동차에 대한 작업시간 산출업무를 해온 JKC(The Jiken Center co. Ltd)에서 매년 40대 이상의 신차에 대한 작업시간을 산출하고 있다. 국내와 마찬가지로 강제사항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AOS에 해당하는 Japn Audatex에 적용되어 활용된다.

오랜 기간 객관과 신뢰를 쌓아온 JKC의 산출 결과에 의문을 제시할 수는 있어도 분쟁 발생 시 정비업체가 작업시간이 틀리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기에 대부분 분쟁이 JKC의 작업시간을 이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신차 출시마다 JKC는 작업시간을 산출해 발표하는데, 그 과정에는 약 5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해당 차량에 대한 정비공정 별 작업시간 산출에 약 3개월이 소요되고, 산출된 지수를 검증하고 보완하는데 약 2개월이 걸린다. 외제차의 경우는 자국 내 판매 20위까지만 작업시간을 산출한다.

양국 간의 차이는 표준작업시간을 두고 관련 당사자의 개입 여부의 차이다. 일본은 산출된 지수(일본의 표준작업시간 개념)를 두고 ‘지수간담회’를 통해 자문을 받는데 우리와 달리 관련분야의 대학교수와 변호사 등이 참여하여 검증을 받는다.

여기서 국내 표준작업시간의 산출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작업시간의 산출 논란은 업계 간 ‘힘 겨루기’ 양상을 보인다는 지적이다. “정비업계와 보험업계의 해묵은 갈등에 사업 참여자들의 불신이 더해져 어느 결과를 두고도 공신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상태로 내년 개정안이 시행되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기관의 부재가 가져온 결과로 단순히 합의를 통해 이뤄질 수 있었던 문제가 업계 내 이익상충이 소비자의 손해로 이어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해외의 사례와 같이 시장에 따른 보험사와 개별 정비업체의 계약 형태로 표준작업시간과 공임의 문제를 푸는 것이 시장논리에 충실한 대안으로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며 “국내처럼 관련 이해당사자와 이익단체들이 표준작업시간 산출에 이처럼 깊이 관여하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관련업계는 당연히 업게 내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어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도출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표준정비시간 의무고지를 두고 시장논리에서 신뢰를 통한 합의를 주장하기보다 자동차 수리비와 관련한 시스템 전반을 되돌아보고 정비하는 것이 소모적 논쟁을 줄이는 지름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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