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악화된 자동차 수출 여건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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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악화된 자동차 수출 여건 진단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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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자동차 수출, 새로운 돌파구 마련 필요
▲ 현대차 울산공장 전경

빨간불 켜진 자동차 수출, 새로운 돌파구 마련 필요

환율 악재에 주요국 정정 불안 등으로 수출량 감소

“차량 가격 현실화 및 수출 루트 다변화 모색해야”

국내 완성차 업계가 환율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원∙달러화 및 원∙엔화 환율이 요동치면서 주요 수출 종목인 자동차 산업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065.5원에 마감했다. 지난 9월 1일 1012.0원까지 내려가며 바닥을 쳤던 것과 비교해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50원 넘게 올랐다. 다행히 3월과 4월 초 수준을 회복하면서 위기론은 잠시 물러난 상태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양적완화 종료에 더해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주요국이 통화 공급을 확대하면서 유로화와 엔화 약세를 이끌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를 회복할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로 자동차 업계에 드리워졌던 먹구름이 다소간 걷힐 거란 희망 섞인 주장도 제기됐다. “환율 이외 문제 등으로 투자 심리 등이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환율 개선으로 수출 실적이 많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환율 시장 변화로 자동차 업계가 숨통을 텄지만, 상황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는 게 업계 공통적인 시각이다. 환율 이외 문제에다 올해 들어 겪어야 했던 악재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서다.

지난 6월 11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 이었던 1020원 아래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5년 10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잡은 손익분기점인 1052.3원 보다 낮은 수준까지 환율이 내려가면서 당장 수출 채산성이 악화됐다.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영업이익이 뚝 떨어졌다.

쌍용차의 경우 환율 하락으로 3분기 매출손실이 확대됐다. 영업 손실과 당기순손실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나 각각 283억원과 156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도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주요 시장에서 판매 및 점유율 감소를 막기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가 지난 8월까지 EU 지역으로 수출한 차량은 모두 24만6002대로 전년 대비 13.3% 감소했다. EU를 제외한 유럽 지역 수출 또한 12만8750대에 그쳐 전년 대비 13.6% 줄었다.

이밖에 아프리카(10만7326대)와 아시아(11만6785대), 중남미(22만7133대) 모두 각각 17.4%와 2.4%, 8.8%씩 판매량이 감소했다.

반면 북미(70만9799대)는 14.3% 늘었고, 중동(40만7854대)과 태평양(10만3538대)은 각각 4.8%와 0.9% 증가했다.

이들 지역 선전으로 전체 수출 대수는 204만7187대로 전년 동기(304만4345대) 대비 0.1% 증가했다. 수출 금액은 305억5023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294억281만 달러) 대비 3.9% 늘었다.

지표상으로는 자동차 수출 실적이 나빠 보이지 않는다. 판매량이나 금액 모두 다소라도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같은 기간 부품 수출도 5% 이상 증가했다.

그럼에도 업계와 정부 일각에서는 “개별 시장에서 거둔 실적을 살펴보면 실적 성장 지속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든다”고 봤다.

우선 북미와 중동을 제외하고는 최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과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에서 수출이 감소했다. 업계는 판매량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까지 떨어진 것은 그만큼 경쟁력이 많이 약화됐음을 보여주는 근거라고 판단했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차 점유율은 8.1%를 기록했다. 전년(8.2%)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유럽에서도 점유율이 6.3%에서 6.0%로 떨어졌다.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에서도 점유율은 지난해 9.4%보다 0.2%포인트 떨어진 9.2%를 기록했다.

중남미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개별 국가 자동차 정책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12월 자동차에 내국세(30~50%)를 부과해 올해 상반기 소비가 23.7% 줄었다. 터키 또한 소비세(5~15%)를 인상해 소비심리가 위축됐다.

칠레와 인도 지역도 환경 및 안전 기준 등이 강화되면서 자동차 수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규정에 맞추려면 이들 지역 수출 차량 가격이 오르게 돼 판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전쟁 등으로 인한 정정 불안으로 수출이 애를 먹는 지역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내전으로 상반기 자동차 판매량이 50.6% 급감했다. 중동지역도 이스라엘 가자지구 폭격, 미국의 이라크 및 시리아 공습, 시리아 내전 등으로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된 상태다.

실제 동유럽과 중동이 주력 수출 지역인 쌍용차는 8월까지 수출이 각각 33.4%와 22.4% 감소했다. 특히 사태가 더욱 악화된 8월에는 이들 지역 수출이 63.1%와 60.5%나 줄었다.

한국GM은 GM 본사 정책으로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2016년부터 연간 20만대에 이르렀던 EU 지역 수출이 중단된다. 당장 올해부터 여파가 미쳐 8월까지 EU 지역 수출이 36.7%나 줄었다. EU를 제외한 나머지 유럽 지역 수출도 11.2% 감소했다.

환율을 비롯해 여러 대외적 환경으로 국내 업체가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반면 경쟁국 일본 업체는 엔저 현상을 내세워 주요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일본 엔화는 지난해 22.3% 절하된 이후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덕분에 일본차 가격 경쟁력이 더욱 강화됐다. 미국(5.5%)과 유럽(7.9%), 중국(10.4%) 시장 모두 판매량을 늘이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지속 된다고 해서 자동차 수출에 청신호가 올 것이란 보장이 없는 근거로 ‘엔저’를 꼽고 있다. 일각에서는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상승보다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대일 경쟁력 악화를 더 큰 문제로 여기고 있다”며 “원·엔 환율 변동이 적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크지는 못할 것”이라 분석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달러당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매출이 4200억원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연구소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을 현지 판매단가 인상 등을 통해 상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율 하락으로 매출액과 수익성이 악화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신차 및 미래 신기술에 대한 지속 투자가 어려워지게 되고, 덩달아 마케팅 비용까지 감소해 자동차 판매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 이후 엔저기조가 한층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업체가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업체가 엔저 장기화를 활용해 수출 가격을 인하하면 국산차 경쟁력이 더욱 떨어지기 때문이다.

개별 완성차 업체 모두 현재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24시간 환율 모니터링 등을 통해 대응책을 빠르게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수익성 하락을 막기 위해 해외 시장에서 ‘제값 받기’ 등을 실현함으로써 환율 문제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와 한국GM, 르노삼성은 기존 주력 수출 지역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위기를 돌파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르노삼성이 9월 북미지역 수출용 로그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문가들도 환율 위기 등으로 수출이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출 루트 다변화를 통해 위험 요소를 분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현지 전문가 육성은 물론 현지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로 시장 변동 가능성에 빠르게 대처할 것을 주문했다.

각 지역별 차별화 전략을 수립해 판매 및 마케팅에 나서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 이밖에 전통적인 자동차 강국 독일∙일본과 경쟁하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상품 경쟁력을 강화해 환율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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