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수입차 100만대 시대-할부금융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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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수입차 100만대 시대-할부금융 사례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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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돈 들지 않는 수입차 유혹, 이겨낼 수 있을까요?”

“목돈 들지 않는 수입차 유혹, 이겨낼 수 있을까요?”

차 살 때는 수입차 가격이 이렇게 부담 될 줄 몰랐다. 올해 초까지 7년 동안 중견기업을 다녔던 나는 2년 전 처음 수입차를 구입했다. 설레는 마음이 컸다. 그때까지 불편 없이 국산차를 탔지만, 회사 동료가 수입차를 타는 모습에 자극 받았다.

이것저것 브랜드별로 마음에 드는 차를 인터넷에서 알아봤다. 성능과 디자인은 물론 안전까지 고려해 독일차가 낫겠다고 여겼다. 문제는 가격. 아무리 수입차 가격이 싸졌다 해도 마음에 드는 차는 4000만원 넘게 필요했다.

그때 한 동료가 “누가 요새 돈을 한꺼번에 다 내고 수입차 사느냐”며 핀잔을 줬다. 할부금융 제도를 이용하면 당장 큰 돈 들이지 않고 차를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곧장 전시장을 찾았다. 딜러는 “금융업체 유예할부 상품을 이용하면 보다 합리적으로 차를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열 금융사를 안내해줬다.

이자가 일반 캐피탈을 이용할 때 보다 비쌌지만, 목돈 들지 않는다니 선택 여지가 없었다. 결국 선납금 20%에 3년 동안 매월 60~70만원씩 내기로 계약했다. 3년 후 남은 차량 가격을 내면 차를 완전히 소유할 수 있었다. 차량 가격은 딜러가 100만원 할인해 줬다.

매달 넣어야 하는 비용이 부담됐지만,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녔기 때문에 큰 문제 될 것 없다 여겼다.

모든 게 만족스러울 것 같았던 상황은 올 초 여지없이 깨졌다. 개인 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당장 차량 할부금이 부담됐다. 3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남은 차량 가격을 전부 내야 하는 점도 고민됐다.

알아보니 재 금융 신청 방법이 있었다. 근데 붙는 이자가 상당했다. 문제는 구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 ‘수입차 소유’에 대한 근본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도움 받으려 가입한 수입차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나 같은 처지 사람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할부금융 제도를 이용해 차를 샀다가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다양한 부류 사람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게 놀라웠다. 그들 대부분이 “처음 차를 살 때 비싸고 멋있는 수입차를 탈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선 데다, 가격도 조금만 내면되니 일단 사고 보자는 달콤한 유혹에 빠졌던 게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다. 수입차 업체 또한 표면적으로 ‘합법적’인 장사를 하는 거니 책임이 있다고도 말하기 힘들다.

그런데 적지 않은 이들이 차를 산 후 비슷한 이유로 곤란함을 겪는다면 이건 사회 문제가 아닌가 싶어진다. 문제에 대해 누구하나 신경 쓰고 해결하려 드는 이는 없다. 오롯이 책임은 소비자 몫이다. 오늘도 수입차 업체는 경쟁적으로 할부금융 유혹을 앞세워 차를 팔고 있다.

내가 겪고 있는 상황을 생각하면 앞으로가 큰 걱정이다. 헤어 나올 수 없는 ‘덫’에 빠진 기분이다. 멀게 느껴졌던 ‘수입차 푸어’가 남 일이 아니었다.

(본 기사는 실제 서울 지역에 거주하는 김모(38)씨 사연을 토대로 기자가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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