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매매단지에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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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매매단지에 사람이 없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1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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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스 쇼루밍’ ‘대기업 진출’ 정보 편중 가속화

‘나까마’ ‘호갱’ 등 은어가 판치는 불법 행태 여전

매매 딜러 자격증 공인할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중고차 매매의 메카로 불리던 장안평 매매단지가 한산하다. 지난 3월 서울시가 낙후된 장안평을 ‘산업유통개발진흥지구’로 지정, 기존의 중앙부품상가와 중고차 매매시장 개발을 추진해 첨단 자동차산업단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놔 매매업계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도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현재 매매단지 내 활기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현상에 대한 원인으로 단지 내 관계자는 대기업의 인터넷 중고차 사업 진입과 ‘리버스 쇼루밍’을 꼽고 있다. 대기업의 진출로 인한 소비자들의 정보 쏠림 현상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역(逆) 쇼루밍족이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역 쇼루밍’은 온라인몰에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선택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고르는 방식의 소비패턴을 말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은 인터넷으로 중고차에 대한 차량가격을 비교한 후 찾아오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매매단지에 와서 중고차를 구입하는 방식을 고수하는 소비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 같은 추세를 거스르기는 힘들다는 게 단지 내 분위기다.

이와 같은 매매단지의 소비자 이탈 현상에는 지나친 호객행위로 인한 이미지 실추도 한몫 했다는 지적이다. 중고차 거래규모가 신차 시장의 두 배, 시장규모 추정치가 30조원을 넘어서 세계 10위권이라는 지표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도덕적 해이가 지속적인 지적에도 변하지 않는 병폐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나까마 딜러’에 대한 주의보도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오프라인을 찾는 고객이 줄었기 때문에 일명 ‘나까마 딜러’(소속이 없이 호객행위를 해 다른 사람의 차량을 판매하는 이)들도 영업형태를 달리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직거래 사이트나 대기업 운영 사이트에도 허위매물을 올려놓고 자신의 차가 아닌 다른 매매상들의 차를 팔아 이익을 남기고 있다는 것. 대개 책정된 가격에 마진을 붙여 100만~200만원 가량 가격을 올려 파는 것이 보통이다.

또한 이들의 무자료 거래도 끊이지 않고 있다. 무자료 거래는 엄연한 불법행위지만 복합한 유통구조에 숨어 있는 ‘나까마’들의 정확한 탈세 구조를 파악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이 같은 구조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의 피해로 돌아온다. 일명 ‘날광’ 한 번에 정비검사조차 받지 않은 차가 새 차로 둔갑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게 다반사다.

문제는 소비자 입장에서 이들을 구분할 어떤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 할 수 있는 것은 매매상사 소속 딜러 여부를 종사원증 소지로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확인절차가 매매거래 과정에서 이뤄지면서 목소리리가 높아지는 등 민원발생 소지가 많아 소비자들이 알고서도 회피하는 실정이다. 관리감독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딜러 자격에 대한 제도적 보안의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어 왔지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앞서 보험사 FP(파이낸셜 플래너)를 모델로 삼아 일부 대형 매매업체들이 자동차설계사 일명 ‘카라이프 플래너, 카라이프 컨설턴트(CP)’로 양성하기 위한 아카데미를 설립, 중고차 시장의 선진화와 소비자 불신을 위해 노력했지만 그 효과는 미비했다는 평가다.

장안평 매매단지 관계자는 “비단 장안평 뿐만 아니라 지금 같은 유통구조에서 오프라인 내 소비자 이탈을 막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중고차 매매단지가 통합형 쇼핑몰화 되는 추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음성적 구조를 해체하고,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 날로 진화되는 불법 딜러들의 관행을 근절할 제도적 장치 및 공인 자격증의 법제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모든 불법적, 음성적 거래는 정보 비대칭에서 비롯되는데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해법을 소비자에게 떠맡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중고차 시장의 규모에 맞는 정부의 개입이 해답으로, 업계 내에서도 규제완화만을 외치지 말고 불신을 부추기는 행태에 대한 강한 규제를 외치는 목소리도 병행돼야 업계가 추진하는 다른 이슈에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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