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걷고싶은 거리’는 따로 있다
상태바
진짜 ‘걷고싶은 거리’는 따로 있다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4.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걷고싶은 도시만들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손사레를 치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꽤나 소문난 ‘걷고싶은 거리’조차 그는 부정적으로 평가를 한다. 그가 ‘걷고싶은 거리’에 인색한 이유는 안전문제나 도시미관, 그속에서의 문화 등과는 무관한, 놀랍게도 ‘냄새’의 문제였다.

그는 이런 비유를 했다. 잘 다듬고 가꾸고 안전하게 조성된 어떤 거리가 있다. 그런데 그 거리에는 보행자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거리 인근에 가축의 분뇨를 처리하는 시설이 있어 악취가 끊일 날이 없다. 그런 거리는 아무리 좋은 시설을 하고 안전해도 전혀 걷고 싶지 않은 거리라고 했다.

반대로 수수한 모습에 보행자와 자전거, 자동차가 나름대로 구분돼 자기 영역에서 운행되며 좀은 시끌시끌하고 복잡해 보이는 거리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이 도로를 끼고 주변의 공터에는 숲이 우거져 사시사철 숲향기가 은은히 흐른다면 말할 것도 없이 보행자는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좀은 극단적인 비교라 해도 발언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할만 한 것이다. 그는 도로전문가도 아니요 교통전문가도 아니다. 평범한 시민이자 두 아이를 둔 가장에 불과했지만 그의 진단은 대단히 정확한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얼마 전 어떤 시민운동이 주최한 보행환경 관련 세미나 현장에서 만난 시민과의 대화를 옮긴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경우 걷고싶은 도로를 계획하는 단계에서 거의 냄새 문제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우리의 도로 환경은 노상 쓰레기 냄새나 건축물에서 나오는 음식물 냄새 등으로 생각보다 훨씬 훼손돼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수시설의 수준이다. 하수관과 연결된 배수로 주변을 지나칠 때면 참을 수 없는 악취로 코를 막는 일이 일상다반사라면 걷고싶은 거리, 걷고싶은 도시는 도로아비타불이다.

안전하며, 시각적 완성도가 높은 도로가 ‘걷고 싶은 도로’라면 절반의 만족에 불과하다. 악취 없는 보행환경이 그런 의미에서 최상의 ‘걷고 싶은’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지향점이 돼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