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관광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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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관광 유감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14.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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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같이 세종시에 다녀왔다. 예정에도 없던 2014년 제 3차 산업관광육성공모사업 심사를 한 것이다. 당초 2차 심사를 통해 모 지방자치단체가 선정되었으나 국고와 지방비 50대 50이라는 매칭방식에 시 예산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회 반대로 해당 시가 국고 지원을 반납한 것이다.

우리나라 산업관광의 현 주소가 어디에 있는가를 드러난 일처럼 생각되어 고민이 깊어진다.

현대적 의미의 산업관광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통상 1851년 런던만국박람회를 꼽기도 한다. 그러다가 1950년 프랑스 경영자협회가 수출진흥을 목적으로 외국인의 산업시찰 편의를 제공하면서 본격화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함께 1987년 유네스코 제 6회 국제 산업유산 보존위원회 회의주제로 산업관광(industrial tourism)이 설정되면서 보다 진지한 정책영역에 포함된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 경우도 산업관광의 주창과 실행은 70~80년대부터 이루어져왔다. 하지만 당장 경쟁에서 생존해야 하고 생산량을 맞추어야 하는 기업의 특성상 바이어 등 소수의 제한된 견학형태의 방문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관광 트랜드에서 산업관광의 가능성을 재발견한 정부는 노무현 정부이래 산업관광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2008년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세계일류의 IT(핸드폰, 반도체)에 대한 생산현장 및 미래 유비쿼터스 체험관을 관광상품화로 연계”하라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체계적인 정책 아젠더로 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에 관련 연구등이 수행되면서 우리나라 산업관광이 주변국들에 비해 7~8년 뒤져있다는 진단이 나오게 된다.

또한 향후 우리나라 산업관광을 크게 세계적인 탑클래스급의 대표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관광거점사업과 지역별 대표산업을 포괄하는 지역산업관광, 그리고 근대산업유산등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유산관광 등으로 유형화하였다. 특히 경쟁국들의 산업관광을 빠르게 추격하기 위하여 산업관광거점유형을 정부의 강력한 선도로 진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연구결과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곧 장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당시 경제 민주화가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산업관광거점에 해당하는 대기업의 사업을 정부가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정치권의 반대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에 전체적인 정책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면서 사업위축이 급격히 나타났다. 결국 지금껏 지역형 소규모 산업관광에 대해서만 제한적 규모의 사업만 진행하게 되었다. 얼마전 개인적으로 북경을 방문한 일이 있었다. 이미 수차례 베이징에 다녀온터라 새로운 곳을 찾고 있었는데 한 지인으로부터 798예술구를 추천받게 되었다. 뭐가 대단한게 있겠냐는 당초의 생각과 달리 예정했던 2~3시간만으로 시간을 예술구의 겉핥기 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내 알 수 있었다. 옛 군수공장터의 골격과 주요 시설을 그대로 둔채 예술가들의 자유분방한 창작흔적과 창의적인 작품들을 보는 일은 그야말로 중국의 문화저력을 다시금 느끼게 하는 강렬한 체험이었다고 기억된다.

그러고 보면 영국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가 폐쇄된 화력발전소에서 런던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난 일이나 독일 루르의 버려진 탄광도시를 유럽문화중심도시로 재건한 졸페라인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최고 산업관광지들과 그들의 산업관광정책을 보면 속상한 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예산부처마저 외면하는 산업관광의 유효성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우선 정책적 장점이 뚜렷하다.

첫째, 기왕의 산업시설에 관광객들이 관람할 최소한의 인프라 시설을 하는 정도로 어떤 관광사업보다 상대적으로 투자규모가 적다.

둘째,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의 가장 큰 인바운드 시장인 중국에서 해외여행이 급팽창하면서 여러 차원에서 관광의 명분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때 산업현장의 방문은 방한관광 합리화의 큰 이유가 된다.

셋째, 지역 내 기업이 기존의 자연자원을 넘어 지역의 대표적 상징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기업들이 지역 정체성의 주요역할을 담당하게 되고 외부의 관광객 뿐 아니라 지역민들도 방문해야만할 시설이며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네 번째는 지역의 사회적 기여가 더욱 중요해지는 세태에 비추어 산업관광에 대한 참여야말로 지역경제는 물론 지역 이미지 향상에 공헌하는 중요한 방식이 된다.

다섯 번째는 기업의 성공적인 산업관광은 당해 기업의 이미지를 향상시켜 인재난에 시달리는 기업의 우수인력 조달의 통로로 부상하고 있다.

여섯 번째는 체험경제 또는 체험 마케팅 시대를 맞아 기업제품이 어느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고려에 의해서 소중히 만들어 지는 가를 체험하는 것은 해당 제품에 대한 충성도에 큰 영향을 준다.

일곱 번째, 우리나라에서도 주 5일제에 이어 대체휴일제가 확산하면서 가족여행이 증가하고 있는 바 앞서 중국관광객 사례와 같이 관광의 명분으로 산업관광의 교육효과가 크게 주목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이다.

이상과 같이 간단히 산업관광의 장점을 살폈으나, 전체적인 우리나라 관광진흥차원에서 새롭고 유력한 관광콘텐츠의 발굴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크다고 보여진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무엇보다 소중한 요즘 대기업에 직접적 이익이 되도록 정부예산을 배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사회가 수십년 동안 정부의 선도 투자없이 공공적 목적에 기업이 먼저 전면적으로 투자하는 관행은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이런 관점에서 정부가 대기업의 산업관광 투자를 유인할 선도적인 공공편의시설 구축 사업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고 봐야한다. 관광에 대한 부족하고 왜곡된 인식에 맞설 용기있는 관료의 등장이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이다.

<객원논설위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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