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주인의식 ‘택배증차사업’ 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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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주인의식 ‘택배증차사업’ 산으로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1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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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허가대상자 1만명 돌파…‘이중 잣대’ 빨간불

“화물운송 정보망에 접수된 오더를 택배전용차량(배 번호판)으로 처리하더라. ‘택배만 처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업체 측에 물었더니 ‘다 같은 화물인데 일 처리만 잘하면 되지 않냐. 문제되면 조치할 거다’라고 하는데 한 솥밥 먹는 식구끼리 시시비비 가려봐야 언성만 높아질 뿐 달라지는 거 하나 없는 게 현실이다”

 

택배화물의 집하․배송만을 위한다는 목적으로 탄생한 택배전용차량.

어디서 어떤 용도로 운행되고 있는지 미확인 상태로 남아 있거니와, 이를 요청한 택배업계는 물론이며 승인자인 정부기관과 관리감독 담당자까지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지 못한데 따른 질책이 가해지면서 사태 수습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규제완화 일환으로 1만 2000여대의 ‘배 번호판’을 추가 공급키로 확정, 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하반기 들어 신청자 모집과 택배사별 서비스 평가를 실시했다.

▲‘배 번호판’ 2차분…부적격자 논란

1만 1200대가 허가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1만대 이상의 택배전용차량이 현장 투입을 앞두고 있다.

지난 9월 24일부터 15일간 실시된 2차 모집에서는 사전심사를 통해 1만 608명이 허가대상자로 발탁됐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부산․경남 순으로 배정돼 있다.

하지만 기준미달자로 분류할 수 있는 이들도 일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대상자들은 과거 ‘배 번호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중도 포기하거나, 개인사유로 허가를 반납․취소한 이력이 있다.

심지어는 1차 때 받은 택배전용넘버로 활동 중인 배송기사가 또 다른 자가용 택배차를 자신명의로 등록시켜 2차 모집에 지원한 경우도 있다.

<사례1>

지난해 6월 5일 ‘배 번호판’을 발급받은 김씨. ‘허가․등록일 기준으로 2년간 양도․양수를 금한다’는 업무지침에 따라 타인에게 매매가 불가하자 관할관청에 허가 반납. 김씨 명의의 택배전용넘버는 말소․처리됐지만, 지난 9월 2차 모집에 다시 지원한 김씨는 허가대상자로 선발됨.

<사례2>

지난해 5월 29일 1차 허가자로 선정된 이씨. ‘배 번호판’이 부착된 영업용 택배차로 배송일을 하다가 업무량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는 후진국형 근로환경을 이유로 올해 6월 3일자로 폐업 선언. 하지만 이씨 또한 2차 허가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음.

<사례3>

1차 허가대상자로 선정돼 지난해 6월부로 영업용 택배차를 운행하게 된 박씨. 그간 쌓인 적자를 메우기 위해 차량 1대(자가용)를 추가하면서 자신명의로 2차 때 지원함. 박씨 역시 허가대상자 명단에 포함돼 있음.

▲같은 법 놓고 ‘동상이몽’

자가용 택배차를 영업용으로 전환하는 2단계 사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는 택배전용차량의 공급기준 및 허가요령이 담긴 업무지침 관련, 애매모호한 법리적 해석을 유발할 수 있는 단서조항에 의한 것이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공고문(국토부 공고 2014-1190호)을 보면 택배사업자와의 계약을 통해 택배화물을 집하․배송만 한 자가용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하며, 신청자는 소속 택배사로부터 계약서와 허가(배 번호판) 발급 이후에도 장래 활동을 인정하는 확인서 등 사전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다만 조건부가 충족됐다하더라도 공급기준 고시일(2014.5.12) 2년 이전부터 신청일까지 집하 등을 담당하던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을 양도한 자에게는 허가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단서조항을 놓고 담당부처인 국토부와 서류접수․사후관리를 맡고 있는 일선 실무자 사이에서는 견해차가 나오고 있다.

먼저 국토부는 허가 불허자를 영업용에서 자가용으로 전환한 자로 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영업용이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이하 화물법) 화물자동차로 운송 사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말한다.

즉 일반․개별․용달화물의 영업용 번호판(아․사․자․바)을 매매해 자가용 상태가 됐다면 접수 불가 하다는 얘기다.

국토부는 화물운송사업 허가(영업용 번호판)가 없어 본의 아니게 범법자로 내몰린 이들을 구제하면서 택배일 하려는 자가용 택배기사에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이라면서, 설령 ‘배 번호판’을 반납한 이력이 있다 하더라도 타인에게 양도한 게 아닌 반납․처리된 것이기 때문에 재지원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신규허가가 동결돼 있는 만큼 영업용 번호판을 임대하거나 ‘배 번호판’ 택배차를 대여함으로써 사익을 취하려는 편법행위자 대신, 순수하게 허가를 구하지 못한 자가용 택배기사에게 최대한 공급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잣대로라면 위 언급된 사례는 문제되지 않는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반면 일선 현장에서는 ‘배 번호판’이라 할지라도 과거가 있다면 제외하는 게 마땅하다고 보고 있다.

현행법상 신규 발급된 택배전용차량은 ‘개별 및 용달화물자동차 운송사업(차량 소유대수 1대)’에 존속돼 있고, 기존 화물운송사업 허가(아․사․자․바)와 달리 매매가 불가한 ‘배 번호판’을 반납․취소 처리했다면 타인에게 양도한 것에 준한 것으로 간주해 결격대상자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특히 택배전용차량의 사후관리 또한 ‘각 운송사업 종류별 연합회를 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일반․개별․용달화물운송업과 동일범주안에 있다고 봐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배 번호판’ 말소 이력이 있다면 이유 불문하고 허가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실무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구청 담당자는 “가령 영업용 번호판 프리미엄(1t미만 기준 1900만원선) 목적으로 매매한 자가용 택배차주 최씨는 법상 부적합 판정이 내려지지만, 1차 때 ‘배 번호판’을 발급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용도(번호판 매매․택배차 대여)로 사용하지 못하자 허가를 반납한 김씨 경우에는 대상자 명단에 포함되는 모순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17개 택배사(2014.9.2 국토교통부 고시)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도 택배산업 서비스평가’ 결과와 ‘배 번호판’ 2차분 허가대상자를 종합해 공급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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