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해외 자본 지배 더욱 커졌다
상태바
수입차 시장 해외 자본 지배 더욱 커졌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4.12.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0년대 이후 해외 본사 한국법인 설립 늘어
▲ BMW코리아 공식 딜러 신호모터스가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전시장과 서비스센터

2000년대 이후 해외 본사 한국법인 설립 늘어

국내 대기업 잇단 사업 철수 추세 지속될 양상

수입차 대중화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 규모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2000년대 들어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중심 외국 자본 시장 지배력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 입지는 상당 폭 축소됐다.

향후 수입차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외국 자본 잠식은 물론 수익 해외 유출 확대 가능성이 제기되는 근거다.

한국법인 또는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는 15개 수입차 업체 지분구조를 살펴본 결과, 대다수 업체가 해외 본사 직접 투자나 관계사 등을 통한 우회 투자 등을 통해 100% 가까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2년 설립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독일 다임러AG가 지분 51%를, 스타오토홀딩스가 49%를 각각 갖고 있다. 스타오토홀딩스는 홍콩에 본사를 둔 지주회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

1995년 설립된 BMW그룹코리아는 독일 BMW홀딩B.V.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2004년 설립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독일 아우디AG가 100% 투자해 세웠다.

한국토요타자동차는 지난 2000년 일본 토요타자동차가 지분 100%를 투자해 만들었다. 혼다코리아(2001년 설립)도 일본 내 모기업이 95% 지분을 갖고 있다.

미국계 브랜드도 마찬가지. 1996년 들어선 크라이슬러코리아는 미국 크라이슬러그룹 LLC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GM코리아(1999년) 역시 지분 전체를 미국 제너럴모터스 아시아 법인이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2008년)∙닛산코리아(2004년)∙볼보자동차코리아(1997년)∙포르쉐코리아(2014년) 모두 해외 모기업이 직접 또는 우회적으로 100% 지분을 장악하고 있다.

반면 푸조∙시트로엥을 수입∙판매하는 한불모터스(2002년)는 송승철 사장이 지분 66.41%를 차지하고 있는 구조다. 페라리∙마세라티를 수입∙판매하는 포르자모터스코리아는 국내 동아원그룹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모기업이 한국법인을 통해 지배력을 키워나가는 동안 1990년대까지 수입차 시장을 이끌었던 국내 업체들은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혼다와 재규어∙랜드로버를 수입했던 두산그룹은 2012년 사업을 접었다. SK그룹도 2011년 수입차 사업을 대폭 축소했고, 여타 기업들도 수입이 줄자 잇달라 사업을 접거나 축소한 상태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총액 5조 원 이상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63개 가운데 자회사∙손자회사∙증손회사까지 망라해 수입차 사업에 뛰어든 기업은 SK그룹과 GS그룹을 비롯해 효성∙코오롱∙LS∙한국GM 등 총 6곳.

SK그룹은 GM코리아 공식 딜러 스피드모터스를 소유하고 있다. GS그룹도 폭스바겐 공식 딜러인 GS엠비즈를 증손회사로 거닐고 있다.

▲ 폭스바겐코리아 판교전시장

효성그룹은 더클래스효성(메르세데스-벤츠)을 비롯해 효성토요타(토요타)와 더프리미엄효성(렉서스)을 갖고 있다. 코오롱그룹은 코오롱모터스(BMW), LS그룹은 베스트토요타(토요타)를 각각 운영 중이다.

이밖에 한국GM은 외국계 기업으로 국내 생산을 담당하고, 글로벌 GM 전략차종을 수입하는 GM코리아를 함께 운영한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수입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지난 1987년 코오롱그룹이 BMW 수입∙판매에 나서면서부터. 업계는 이를 수입차 딜러사업 효시로 간주한다.

이후 1990년대 들어 대기업이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들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당시는 시장 규모가 작아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모기업이 직접 투자 형식으로 사업에 뛰어든 경우가 드물었다. 대신 국내 대기업이 계열 무역회사 등을 통해 수입∙판매하는 방식이 지배적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대기업 대부분이 수입차 사업에서 손을 뗐지만, 2000년대 초반 시장 규모가 확대되자 다시 사업 규모를 넓히기 시작했다. 이때는 수입차 브랜드마다 한국법인 설립이 확대되자 기존과는 달리 한국법인 공식 딜러 형태로 사업에 진출했다.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과 인맥을 갖춰 당시 한국법인 입장에서 손쉽게 사업 확장을 모색할 수 있었고, 대기업 또한 마진이 비교적 높은데다 성장 가능성 높은 수입차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한국법인-공식 딜러 구조가 확산됐다.

그러나 사업을 주도한 대기업 오너 2세들이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무리한 확장에 나서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 실적이 전에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대기업 상당수가 2010년 이후 수입차 시장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대기업이 다시 수입차 시장에 공격적으로 뛰어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한국법인 지배구조가 확대돼 사업 간섭이 심해졌고, 자동차 시장 경쟁도 치열해져 선뜻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가 없다. 대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도 사업에 걸림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지역 딜러 망이 대부분 갖춰진 상태에서 한국법인이 비교적 오지로 여겨졌던 지역 공식 딜러 망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라 당분간 대기업 보다는 시장 진출입이 수월한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참여가 늘 것”이라며 “그럼에도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지게 되면 국내 대기업이 다시 사업 참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법인 또는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는 수입차 15개사가 올린 지난해 매출 실적은 총 7조5153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6조4453억원) 대비 16.6% 증가한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2542억원으로 전년(2499억원) 대비 1.7% 늘었다. 같은 기간 차량 판매 대수는 20% 가까이 증가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매출 2조1533억원으로 수입차 업체 1위를 차지한 가운데, BMW그룹코리아(1조9068억원)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1조3606억원)가 2~3위에 올랐다. 이들 독일계 업체가 거둔 실적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1%. 전년(70.9%) 보다 점유율이 다소 올라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