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자동차업계 감성 앞세운 신수요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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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자동차업계 감성 앞세운 신수요 창출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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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요? 요샌 감성 앞세워야 잘 팔리죠”
▲ 쌍용차 아이러브 코란도 페스티벌

“자동차요? 요샌 감성 앞세워야 잘 팔리죠”

문화∙레저 등 소비자 밀착형 마케팅 강화

“감각적인 접근이 상품성 판단 흐릴수도”

자동차 업계 마케팅 전략이 바뀌고 있다. 자동차 가격을 인하하거나 애프터서비스(AS) 기간을 연장하는 가시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 감성을 직접 건드리는 생활밀착형 마케팅이 대세 분위기다.

관련해 최근 완성차 업계가 주목하는 게 차량 특성에 맞춘 각종 이벤트 개최. 특히 지난해 레저 열풍이 자동차 업계를 강타하면서 스포츠다목적차량(SUV) 같은 관련 차종이 각광을 받자 이를 활용한 행사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열렸다.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1박 2일 가족과 함께하는 오토캠핑 행사를 다섯 차례 열었다. 초청된 인원만 500가족 2000명. 자사 레저차량(RV) 시승은 물론 각종 이벤트와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제공됐다.

기아차 관계자는 “캠핑장에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올 뉴 쏘렌토와 올 뉴 카니발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기아차 대표 RV를 전시해 고객 관심을 유도했는데, 아무래도 야외에서 열리는 이벤트 행사다보니 많은 이들이 차량에 대해 관심 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쌍용자동차도 지난해 가족 오토캠핑 행사를 열었다. 800명을 초청한 행사에서 남녀노소 모든 고객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 것은 물론, 따로 차량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코란도와 같은 RV 차량을 전시해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명사와 함께 테마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더 브릴리언트 코리아’ 행사를 매년 열고 있다. 지난 2012년 시작된 이래 평소에 접하기 어려운 각 분야 명사와 함께 공통 주제로 교감할 수 있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쌍용차 렉스턴 백두대간 종주 이벤트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최근 출시된 A클래스와 B클래스, CLA클래스 같은 콤팩트 카 주 고객인 20~30대 젊은 층을 상대로 한 감성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수입차 본거지 강남 한복판에 ‘메르세데스 미’라는 공간을 만들고 단순 전시 위주가 아닌 밴드와 DJ공연이 곁들어진 파티를 열어 시선을 끌었다. 감각적인 젊은 고객을 위한 콤팩트 카 세그먼트 라인업 강화에 병행해 페이스북 이벤트와 시승 행사, 클럽 파티 등도 꾸준히 열고 있다.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자사 차량 관련 모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소셜 캠핑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SNS 사용자를 대상으로 열리고 있는데, 기존 중장년 위주 고객층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시승 행사나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일상생활과 연계된 시승이 눈길을 끈다. 현대차는 오는 1월 30일까지 전국 9개 시승센터에서 1박 2일간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아슬란을 직접 몰아볼 수 있는 이벤트를 열고 있다.

주 타깃 고객층인 40~50대 중장년층이 바쁜 일상에서 별도 시승 시간을 내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 실제 출퇴근 시간을 활용한 기회를 줘 보다 많은 이들이 실제 운행 상황을 가정해 시승할 수 있다. 신청하면 카마스터가 미리 연락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근무지로 차량을 전달해준다. 일정이 끝나면 카마스터가 다시 차를 받으러 간다.

▲ 기아차 전국 드라이빙센터 구축

기아차는 자유롭게 시승하면서 전체 제품∙브랜드까지 직접 느껴볼 수 있는 고객 소통 공간인 드라이빙센터를 전국 18곳에 마련했다. 기아차는 보다 많은 소비자가 차량을 직접 체험해보고 실제 차량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했다. 실제 지난해 10월까지 2만8000여명이 드라이빙센터를 이용했는데, 이중 21% 정도인 5800여명이 실제 차량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SUV 명가답게 오프로드 주행 행사를 겸한 시승 이벤트로 주목을 끌었다. 일반인과 연예인이 짝을 이뤄 ‘렉스턴 W’를 몰고 백두대간을 종주케 한 것. 오프로드 체험은 물론 패러글라이딩과 이색 캠핑 행사를 병행해 참가자 만족도를 높이기도 했다.

BMW와 미니는 지난해 8월 개장한 인천 영종도 드라이빙센터를 이용한 각종 시승 이벤트를 열고 있다. 레이싱 경주가 펼쳐질 법한 트랙에서 일반인이 차를 몰게 해 자사 차량 우수성을 체험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밖에 설과 추석 명절은 물론 하계휴가 기간에는 각 업체마다 시승단을 모집하는 경우도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었다. 시승단에 뽑히면 짧게는 3~4일에서 길게는 10일까지 원하는 차를 마음껏 운전하며 성능 및 상품성을 체험할 수 있다.

▲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 미 운영

자동차 부품과 정비업계도 새로운 수요창출 수단으로 감성마케팅과 사회공헌활동이 한몫하고 있다. 이익만을 앞세우던 기업이 소비자와 정서적 간극을 좁히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효과적으로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모비스는 문화와 예술을 연계한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다. 교통사고 피해자 자녀에게 학자금을 지원하고, 과학영재 육성과 어린이 교통안전 캠페인 등을 추진하고 있다.

협력사 관계에서도 감성마케팅을 내세워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 단순 계약관계에서 벗어나 상생협력 관계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 일환이다. 지난 2003년부터 매년 AS 부품 납입률이 높은 협력사를 선정해 감사장과 함께 계절과일을 전달하고 있다.

이런 효과가 협력사 부품 납입률을 높이고, 소비자 만족도까지 향상시키고 있다는 게 현대모비스 설명이다. 정비센터에 차 수리를 맡기면 필요 부품이 신속히 공급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이익 창출에도 적지 않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기아차 AS센터에도 새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품질경영’ 수준에서 벗어나, 소비자 ‘문화 감성’을 두드려 고객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감성경영 전략을 채택한 것.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AS센터를 리모델링해 새로운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먼지와 기름∙소음으로 대표되는 정비센터를 문화를 즐기는 휴식공간으로 바꾼 것. 아울러 정비센터 직원 서비스 마인드 교육을 강화해 고객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최근 감성 마케팅이 강화되고 있는 것은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데다, 소비자 요구가 높아졌기 때문.

업계 한 전문가는 “정보를 취할 수 있는 매체 발달로 소비자가 상품에 대한 각종 정보를 확인하고 비교하는 전문가 수준에 이르게 되면서 단순 기업 이미지와 제품 품질에만 의존한 판매 전략이 통하지 않게 됐다”며 “자신이 쓰는 제품을 만든 기업이 갖는 사회적 신뢰도는 물론, 고객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신뢰도까지 높일 수 있는 감성 호소 마케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 현대모비스 주니어공학교실

물론 감성 마케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존재한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면 제품이나 서비스 본질을 앞세우기 보다는 감각적이고 화려한 이벤트성 마케팅에만 매달릴 수 있다. 당장 이익에만 급급한 셈. 그럴 경우 공격적인 마케팅 여부에 소비자 심리가 좌지우지되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업계가 화려한 마케팅을 상품에 덧씌워 소비자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역기능도 만만치 않게 나타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당장에는 판매나 수익 창출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즉흥적인 소비 심리가 위축되거나 기대 심리가 사라지면 점차 역효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지나치게 감성 마케팅에만 치우친 전략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고정 수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상품 품질 개선이 무엇보다 앞서야 하고, 이런 노력을 반영해 좀 더 다양하고 차별화된 마케팅 대안을 내세울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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