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국산차업체 틈새시장으로 돌파구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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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국산차업체 틈새시장으로 돌파구 마련한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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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틈새시장이 국산차 新 성장 동력 될까?
▲ 현대 아슬란

車 틈새시장이 국산차 新 성장 동력 될까?

수입차 성장에 차종∙차급 다변화로 맞서

“시장 수요 조사와 지속 가능성 따져야”

국내 완성차 업계가 틈새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수입차보다 차종이 다양하지 못했던 국산차가 사활을 걸고 새로운 차급에서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

세단과 스포츠다목적차량(SUV) 일변도 시장에서 크로스오버 차종이 등장하는가 하면, 같은 차종 안에서도 다양한 차급 신차가 쏟아져 나오면서 소비자 선택 폭이 넓어졌다.

지난해 10월 현대자동차가 ‘아슬란’을 출시했다. 기존에 없었던 차급이라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준대형 그랜저와 대형 제네시스 틈새를 파고들었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이 “쏘나타나 그랜저 타던 사람이 차를 바꿀 때 수입차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하다 만든 차”라고 못 박았을 정도로 타깃 수요가 분명하다.

현대차는 “수요층은 물론 차급 위치가 확실해 성공을 자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 일각에서는 “오히려 어정쩡한 위치 탓에 많은 수요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왔다.

틈새시장 공략에 있어 현대차는 ‘흑역사’가 있다. 지난 1995년 출시된 ‘마르샤’가 주인공이다. 당시 쏘나타Ⅱ 부품을 호환한 것은 물론 쏘나타와 그랜저 틈새를 파고들었다는 점까지, 딱 아슬란 상황과 맞물린다.

마르샤는 제법 좋은 차라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많이 팔리지 않아 4년 만에 단종 됐다.

현대차가 이런 위험을 알면서도 아슬란을 출시한 것은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성장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 수입차 점유율은 높아지고, 현대차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위기감이 팽배해졌다.

현대차가 아슬란을 통해 반전을 노리는 것은 시장이 침체 됐는데도 준대형급 이상 차종 판매는 오히려 늘었고, 마진이 중소형급 차종 보다 높기 때문이라는 분석.

한편으론 아슬란 등장 원인을 레저 열풍에서 찾는다. 중형 또는 준대형 세단을 타던 사람들이 같은 급 SUV 같은 레저차량(RV)으로 갈아타자 볼륨이 가장 컸던 중형급 이상 국산 세단 판매가 감소세를 보였다는 게 판단 근거다.

일부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남아 있던 수요 상당수가 선택 폭이 다양한 수입차로 고개를 돌리면서 현대차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봤다.

▲ 기아 레이

시장 다변화를 위해 국산차 업계가 틈새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건 여러 차례 있다. 박스카는 그런 노력 가운데 몇 안 되는 성공사례다.

박스카는 일반 승용차보다 천정고가 높고 탑승공간과 트렁크가 분리돼 있지 않아 실내 공간이 탁 트여 보인다. 높은 활용성으로 무장한 닛산 큐브 같은 수입차가 몰려들면서 박스카 수요가 생기자, 기아자동차가 쏘울과 레이를 잇달아 내놨다.

전에 없던 차종이라 시장 반응은 좋았다. 덩달아 판매 실적도 올라갔다.

특히 레이는 경차 혜택에 공간 활용성도 좋아 인기를 끌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과 자영업자가 많이 찾으면서 지난해 11월까지 2만8126대가 팔렸다. 전년 동기(2만5368대) 대비 10.9% 증가했다. 기아차 승용 부문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르노삼성 QM3

소형 SUV는 국산차 업체가 올해 발굴해 낸 아이템 가운데 최고 중 최고. 그간 수입차 업체 전유물이었던 차급에 첫 도전장을 내민 건 르노삼성자동차다. 지난 2013년 말 깜찍한 ‘QM3’을 내놓으면서 포문을 열었다.

물론 스페인에서 들여온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OEM)’ 수입차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이 부문에 대한 관심을 키웠고, 수입차 일변도에서 벗어나 국산차 업계까지 주목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QM3은 지난해 11월까지 1만4864대가 팔렸다. 지난해 전체 실적이 1만8000대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하고 단일 SUV 차종이 1만대 판매를 넘기기 힘든 실정을 감안하면 놀라운 실적이다.

무엇보다 2000만원대 중반 가격에 ℓ당 18.5㎞에 이르는 높은 연비가 시장에서 먹혔다. 콤팩트한 크기 SUV를 원했던 젊은 층을 이끌면서 인기를 지속하게 됐다.

QM3은 차체와 엔진 다운사이징 추세에 맞춰 올해도 상당 기간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물론 국산차 수입차 할 것 없이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라 지난해만큼 성장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 쌍용 티볼리

관련해 현대차는 올해 엔진과 차체를 줄인 소형 SUV 출시를 예고했다. 이보다 앞서 쌍용차는 ‘티볼리’를 이달 중순 내놓는다.

쌍용차 최초로 1.6리터 가솔린 엔진을 달았고, 소형인데도 여유로운 실내공간을 확보했다. 탑승객 편의성까지 만족시켜 다양한 레저 활동을 소화해 낼 수 있다. 4개 트림으로 출시되는데, 가격은 1630만~2370만원 수준이다. 가격과 공간 활용, 편의사양 등에서 앞서는 부분이 많아 QM3 최대 경쟁 차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디젤 세단도 틈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초 부터 디젤 세단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디젤 세단을 주류시장으로 여길 수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여러 한계 때문에 더욱 큰 성장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 내다봤다.

가장 큰 약점은 소음. 세단은 안락하고 쾌적한 탑승감이 특히 강조되는 차종. 기술 향상으로 이전보다 디젤 소음과 진동이 많이 줄었다고 해도 여전히 가솔린에는 밀린다.

국산차 업체 한 관계자도 “연비가 가솔린보다 좋고 힘이 세다는 점 때문에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런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 한국GM 말리부 디젤

국산차 가운데서는 한국GM이 지난해 초 주력 모델 ‘말리부’에 디젤 엔진을 얹어 내놨다.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으면서 지난해 10월까지 4938대 판매됐다. 덕분에 같은 달까지 말리부 전체 판매 실적은 1만5273대로 전년(8552대) 대비 78.6% 성장했다.

르노삼성 주력 모델인 SM5도 디젤 모델이 출시됐다. 엔진을 기존 2리터에서 1.5리터로 낮췄지만 연비 등이 좋아져 꾸준한 판매를 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 3623대 팔렸다. 인기에 힘입어 현대차도 올해 국내 최고 베스트셀링 차종 쏘나타에 디젤 엔진을 얹어 출시할 계획이다.

디젤 세단이 잇달아 출시되면서 택시시장에서도 LPG 위주 차종 사이를 파고 들 대체 차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9월부터는 보조금 혜택까지 받게 돼 한동안 디젤 세단 택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와 시장 모두 국산차 업체가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수입차 성장이 국산차 업체까지 차종 다변화를 시도하게끔 이끌고 있는데, 틈새시장 차종 출시가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업체 간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해 전체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본 것.

반면 차종 간 간섭이 심해져 시장 질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종 경계가 허물어진 만큼 인근에 위치한 유사 차종이나 차급 수요를 갉아먹을 수 있다. 우려가 제기됐던 게 아슬란이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에서 소비자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자동차 연료 효율성이 차량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선택기준이 됐다”며 “(연료 효율성 등에 있어)아슬란이 상·하위 모델인 그랜저나 제네시스에 비해 뚜렷한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한다면 자칫 과거 마르샤 실패를 답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틈새시장이라는 특징상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소규모에 그칠 경우 업체가 단종 시켜 버릴 가능성도 크다. 믿고 차를 산 소비자 입장에서는 차량가치에 손해를 입고, 업체 또한 손익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좋지 않을 영향을 줄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차를 내놓기에 앞서 정밀한 시장 수요조사와 지속 가능성을 따져야 업체 스스로는 물론 시장과 소비자에게도 훌륭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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