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수입차업계가바뀌고있다-부품물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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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수입차업계가바뀌고있다-부품물류센터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5.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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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물류센터가 수입차 시장 안정화 지표 될 것”
▲ 메르세데스-벤츠 부품물류센터

“부품물류센터가 수입차 시장 안정화 지표 될 것”

주요 업체 대규모 시설 투자 … AS 제고 노력

“부품∙수리비 인하” 기대에 … “가능성 불확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지난해 7월 새롭게 문을 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부품물류센터가 들어선 곳이다. 520억 원을 들여 지어졌는데, 축구장 2.5배 크기인 1만7800㎡ 면적에 5만9600개에 이르는 저장 공간을 갖췄다.

부지 한쪽에는 추후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6900㎡ 규모 여유 공간까지 남겨뒀다.

안성 부품물류센터에는 3만1000종에 이르는 부품이 보관돼 있다. 기존 이천 부품물류센터 보다 50%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제껏 필요할 때마다 독일이나 싱가포르에서 가져와야 했던 웬만한 부품은 다 갖췄다.

최신식 시스템과 장비 덕분에 재고 관리도 보다 정확해 졌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전국 60여 곳에 이르는 승용 및 상용 서비스센터와 기타 공급처에 보다 신속하고 원활하게 공급이 가능해졌다”며 “보관된 부품은 서울·경기지역은 하루 2번, 지방은 하루 1번씩 배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야간 배송까지 시행되면 차를 고칠 때 부품 수리나 교체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욱 줄어들 게 된다.

조규상 서비스∙부품부문 총괄 부사장은 “한국 시장에서 애프터서비스(AS) 소요 시간을 단축하고 품질을 향상시켜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규모 물류시설을 갖추는 게 필요했다”고 말했다.

한 해 20만대 가까이 팔리는 데다, 등록대수 또한 100만대를 돌파하면서 수입차 AS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과다한 수리비. 부품을 해외에서 가져오다보니 비용∙시간이 많이 들게 되고, 이는 곧장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실제 보험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수입차 평균 수리비는 276만원으로 국산차보다 2.9배 많았다.

수리 받는데 필요한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렌트비 등 부대비용도 늘어났다. 수입차 평균 수리비 가운데 차량 렌트비가 차지하는 금액은 130만원으로 국산차 3.3배에 이른다. 수입차 수리건수 가운데 수리비보다 렌트비가 더 많이 나온 경우도 2009년 대비 3.2배 급증한 3만5000여건이나 됐다.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공개한 손해보험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벤츠∙BMW∙아우디∙폭스바겐 차량 평균 수리일수는 6~10일에 이르렀다. 국산차 평균(4.3일)을 훌쩍 넘어섰다.

같은 해 수입차에 지급된 자동차 보험금은 총 1조673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2009년(4774억원) 대비 2.2배 증가한 액수다.

수입차 수리비가 사회 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수입차 업체가 해결 방안 마련에 고심하기 시작했다. 부품물류센터 확충 노력에는 이런 추세가 반영됐다.

수입차 업체는 “부품물류센터를 제대로 갖추면 신속한 수리 서비스가 가능해진다”고 했다. 장기간 수리로 발생하는 렌터카 비용 등도 획기적으로 줄일 것으로 기대했다.

발 빠른 대처에 나선 건 BMW코리아. 지난 2006년 경기도 이천에 대규모 부품물류센터를 만들었다. 연면적 1만6500㎡ 시설에는 2만7000여종에 이르는 부품이 보관돼 있다. 연간 처리되는 물량만 86만 건이다. BMW 아시아지역 물류허브 역할을 맡고 있는데, 보관된 부품 100% 가까이가 활용될 정도로 가용 비율이 높다.

▲ 아우디 부품물류센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인천 아암물류단지에 부품물류센터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2012년 10월 들어선 시설은 연면적 1만4500㎡ 규모로 웬만한 부품 대부분을 보관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이 인근에 있어 물류 접근성도 뛰어나다. 이밖에 한국닛산도 부품 1만5000종을 취급하는 자체 물류센터가 있다.

대규모 부품물류센터 확충 노력은 아직까진 한국법인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4대 독일계 업체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물론 앞으로 수입차 시장이 더욱 커지면 성장세가 큰 다른 업체가 나서서 부품물류센터를 짓거나 기존 시설을 확충할 수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여러 업체가 연합해 공동으로 부품물류센터를 짓거나, 대규모 시설을 임차해 쓰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요가 많은 부품을 중심으로 부품물류센터 보유량을 늘이면 물류비 절감이 가능해져 부품 값을 상당 수준 낮출 수 있다. 여기에 최신 물류 설비까지 갖추면 부품 입고에서부터 저장․포장․출고에 필요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물류비와 운영비를 줄이면 합리적인 부품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물론 부정적 견해도 만만치 않다. 업계 스스로 “부품물류센터가 수입차 부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규모 부품물류센터를 지은 업체 대부분도 “물류 시설을 확충했다고 해서 당장 부품단가가 낮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정식 부품 수급을 사실상 수입차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데다, 수입차 수리 과정에서 공식 서비스센터가 정품 이외에는 받아들이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부품 값을 높이고 수리비 과다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근본 원인이라고 꼽았다.

▲ 폭스바겐 부품물류센터

여전히 대다수 수입차 업체가 제대로 된 물류 시설 하나 갖추지 못했고, 그나마 시설을 갖춘 곳도 규모가 작아 전체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문제다. 벤츠나 BMW가 부품을 3만점이나 보유했지만, 향후 수입차 대수가 더욱 늘어나게 되면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물류 시설 확충 못지않게 딜러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센터가 개별적으로 부품을 조달해야 하는 복잡한 유통 과정부터 혁신이 이뤄져야 부품 값을 보다 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일부 수입차 업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품물류센터 확충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런 업계 노력이 장기적으로는 부품 값 인하와 수리기간 단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조규상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서비스∙부품부문 총괄 부사장은 “부품물류센터를 운영하면 부품 수급에 들어가는 물류∙운영비용을 최소화 및 최적화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단기적으로 가시적 효과를 거둘 수 없어도 중장기적으로는 부품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증가하는 수입차 수요에 대응해 AS 수요까지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각 업체가 주요 거점별로 부품물류센터를 추가로 갖추고 지역별 서비스 개선에 나서야한다”며 “수입차 부품물류센터 확충 노력은 그간 소규모 판매 위주에 머물던 수입차가 좀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국내 시장에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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