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하락으로 차량 재고 부담 커져
보조금 지원 확대에 판매 목표 축소
국내에서 판매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BMW∙아우디 독일 3개 고급차 업체가 중국에서 자사 딜러 상대 지원 강화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부터 ‘특별 판매 품질 보조금(特殊銷售質量獎勵)’ 명목으로 중국 내 자사 딜러에게 판매 대수에 따라 총 10억 위안(한화 1800억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수수료 또한 모두 일주일 이내 딜러에게 지급된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현지산 모델의 경우 대당 7250위안(131만원)을, 수입 모델은 대당 4200위안(76만원)을 각각 지급한다.
BMW는 보조금 50억 위안(900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연간 판매 목표 또한 20% 축소해 딜러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다.
아우디는 기존 딜러 평가 항목 14개 가운데 6개를 폐지해 딜러들이 겪고 있는 평가에 대한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보조금∙인센티브 획득을 쉽게해 줄 예정이다. 폐지되는 항목은 딜러고객만족도∙판매만족도∙기존고객재구매의향∙잠재고객정보정확도∙판매교육률∙서비스인력자격.
또한 딜러에게 총 20억5000만 위안(3690억 원)을 지급한다. 기존에는 기존 딜러에게 15억 위안, 신규 딜러에게는 5억500만 위안을 각각 지급했다.
이들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딜러 지원을 강화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 들어 고급차 판매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 중국 시장 내 고급차 판매 증가율은 지난해 연초 35.4%에 이르던 것이 10월에는 16.8%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고급차 딜러들이 심각한 재고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중국 자동차유통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고급차 딜러 재고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 상승한 2.67로 평균치(1.83)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리옌웨이(李颜伟) 중국 신랑자동차포털사이트 신랑기차(전국) 업무부 주임 말을 인용하며 “(현재 중국 내)딜러들이 판매 목표 달성 및 자금 회수를 위해 적자를 무릅쓰고 차량 가격을 인하고 있다”며 “BMW 3∙5시리즈와 X5는 15%, GT∙1시리즈∙X1은 25%, 6시리즈∙X6은 30%씩 할인∙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은 BMW가 잡은 올해 판매 목표 달성을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관련해 32개 BMW 소속 딜러가 지난 광저우모터쇼에서 BMW 측을 상대로 악화된 경영상황과 달성하기 어려운 판매 목표를 알렸고, 양측 협상 결과 보조금 지원 확대는 물론 판매 목표 조정을 합의하게 됐다.
한편 아우디와 메르세데스-벤츠 딜러 경영상황도 악화되면서 재고증가 문제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모두 BMW가 처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이번에 선제적으로 보조 정책을 실시하게 됐다.
또한 곧 실시될 예정으로 현재 최종 의견수렴 단계에 있는 ‘자동차 브랜드 판매 관리 실시 방법’에 대비해 완성차 업체 모두 딜러와 긴장관계를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 브랜드 판매 관리 실시 방법’은 딜러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최저 가격 유지를 비롯해 끼워 팔기 및 과도한 판매 목표 설정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선진쥔(沈進軍) 자동차유통협회 회장은 “독일 3대 고급 브랜드 업체 지원 정책 실시는 전체 시장에서 시범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향후 더 많은 딜러 연합회가 설립돼 권익을 쟁취하고 기존 업체 지배구조를 타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말 500개에 이르는 이치토요타 딜러들이 경영 악화를 자동차유통협회 측에 전했고, 이에 따라 협회가 이치토요타를 상대로 보상금 22억 위안(3960억 원) 지급을 서면으로 요구했다. 또한 포르쉐 딜러 연합회가 상하이에 설립되는 등 딜러를 중심으로 한 연대가 강화되는 추세다.
한편 한국의 경우 아직까진 딜러들이 한국법인이나 수입차 업체 해외 본사 정책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상태.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자칫 실적이 나빠지거나, 업체 정서에 반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식도 딜러 사이에서 상당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독일 4대 업체는 최근 몇 년간 수입차 시장 성장을 견인해 왔을 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까지 크게 확대해 나간 상황이라 중국에서 처한 상황과 다르다”며 “당분간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딜러에 대한 지원이 중국만큼 확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